'3관왕' 가브리엘지뉴, 유쾌한 세리머니로 화제…난민 선수들 메달 2개 수확
매일 자신을 칭찬한다는 리리의 메시지도 진한 감동 안겨
관중들의 환호에 허리 숙여 인사하는 가브리엘지뉴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파리에서도 편견과 장애를 극복한 영웅들이 등장했다.
9일 오전(한국시간) 폐회식을 여는 2024 파리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 선수들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물론이고, 비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선수는 두스 산투스 가브리엘 아라우주(22·브라질·선수 활동명 가브리엘지뉴)였다.
가브리엘지뉴는 이번 대회 수영 경영 남자 배영 50m, 배영 100m, 자유형 200m(이상 스포츠등급 S2)에서 금메달 3개를 따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대회에서 메달 3개(금 2개, 은 1개)를 수확했던 그는 파리에 입성하며 "이번에는 금메달 3개를 따겠다"고 말했고, 목표를 이뤘다.
금메달보다 더 빛난 건, 명랑한 그의 세리머니였다.
가브리엘지뉴의 혀를 내미는 세리머니 |
팔다리가 발달하지 않는 '해표상지증'을 안고 세상에 나온 가브리엘지뉴는 '머리'로 터치패드를 찍은 뒤 혀를 내미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시상대 위에서는 몸통을 흔들며 춤을 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이라이트는 자유형 200m였다.
양팔이 없는 가브리엘지뉴는 결승에 나선 8명 중 가장 다리가 짧아 불리한 여건이었다.
어떤 영법을 써도 허용되는 자유형이라는 종목의 특성을 활용해 가브리엘지뉴는 자유형 영법으로 헤엄치다가, 몸을 돌려 배영 영법으로 바꿨고 다시 몸을 돌려 자유형 형태의 수영을 했다.
온몸을 이용한 돌핀킥도 인상적이었다.
이 모습에 가브리엘지뉴는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 번의 결승에서 머리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그는 AFP 통신과 "로켓은 날개가 없다. (두 팔이 없는 나도) 로켓처럼 빠르다"며 "그런데 나는 날 수는 없어서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유머를 섞어 울림이 있는 인터뷰를 했다.
자원봉사자의 환호에 답하는 쿠다다디(아랫줄 가운데) |
신체적인 불편함에,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 하는 이중고를 겪은 난민 선수단은 두 배의 감동을 안겼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는 자신의 두 번째 패럴림픽 무대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난민 선수단 최초의 패럴림픽 메달이다
쿠다다디는 왼쪽 팔꿈치 아래가 없는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9세 때 태권도를 시작한 그는 2021년 도쿄에서 극적으로 패럴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장악으로 공항이 마비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쿠다다디는 도쿄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고, 개회식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쿠다다디는 전 세계에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우리나라의 조정원 총재가 이끄는 세계태권도연맹(WT)의 도움 속에 난민 선수단으로 경기를 치렀다.
도쿄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파리에서는 시상대 위에 섰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여전히 탈레반 치하에서 탄압받고 있다. 공원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
쿠다다디는 "이 상황을 무서워하거나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원하는 걸 계속한다면 빛을 볼 것"이라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힘을 줬다.
함께 세리머니는 하는 아탕가나(왼쪽)와 가이드 러너 니암주아 |
난민 선수단 개회식 기수로 나선 카메룬 출신 기욤 주니어 아탕가나도 육상 남자 400m(스포츠등급 T11)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카메룬에서 태어난 아탕가나는 어린 시절 축구 선수를 꿈꿨지만, 시력을 잃어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해 또 다른 꿈을 이룬 아탕가나는 카메룬 선수로 4위를 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영국으로 이주한 아탕가나는 난민팀에 뽑혀 파리 패럴림픽에 나섰고, 이번에는 시상대 위에 올랐다.
아탕가나는 "난민팀에 선발되고자 최선을 다했고,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엔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 기쁘다"고 밝혔다.
아탕가나와 함께 달린 가이드 러너 도나드 은딤 니암주아도 카메룬 출신 난민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난민이 만들어낸 메달은 더 빛났다.
알렉사 리리의 유쾌한 금메달 세리머니 |
수영 2관왕 알렉사 리리(호주)가 매일 거울을 보며 하는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나부터 나를 사랑하자"라는 주문도 파리 패럴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비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선수였던 리리는 2021년 7월 사이클 훈련 중 시속 70㎞로 달리다가 앞에 달리던 사이클과 충돌했다.
머리가 먼저 땅에 떨어져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었고, 다리도 크게 다쳤다.
폐에 구멍이 났고, 뼈가 여러 개 부러졌다. 오랫동안 의식도 찾지 못해 의사는 리리의 부모에게 "딸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의 간절한 기도 속에 리리는 의식을 회복했고 수영 선수로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리리는 "비장애인이었을 때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남아서 패럴림픽에 나섰다"며 "나는 매일 나를 칭찬한다. 그렇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영과 디제잉을 통해 유쾌함을 뽐내는 리리를 보며 많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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