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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타국서 父 떠나보낸 사격 김정남 "메달 걸고 만나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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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메달을 바치고 싶습니다.”

이를 악물었다.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면 좀처럼 총을 잡을 수가 없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간절함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게 패럴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 대표팀 김정남(46·BDH파라스)의 얼굴에 슬픔이 공존했다.

김정남은 3일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혼성 25m 권총 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점을 기록해 동메달을 따냈다. 생애 첫 패럴림픽 출전에서 값진 성과를 수확했다.

김정남은 2013년 처음 총을 잡은 뒤 빠르게 성장해 2017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23년 창원장애인사격월드컵에서 무려 4관왕에 올랐으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25m 권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대감이 컸다. 안타깝게도 대회 직전 비보가 들려왔다. 파리에서 훈련에 매진하던 중 한국에서 아버지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당장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흔들렸다. 앞서 출전한 남자 10m 공기권총에선 예선 24위로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2022항저우아시안패러게임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한 종목이었지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격을 시작한 후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메달을 목에 건 자랑스러운 아들로 아버지를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다시 힘을 냈다. 25m에서 집중했다. 아쉽게도 30점을 쏜 양차오(중국), 28점을 기록한 공옌샤오(미국)에 밀려 금·은메달은 놓쳤지만, 첫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정남은 “일주일 전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장례를 지켜보지 못했다. 값진 동메달을 가지고 찾아뵐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파리에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그나마 동생이 있어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배동현 선수단장님이 전남 나주까지 직원을 파견해 장례 일체를 챙겨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전했다.

김정남의 아버지는 과거 머리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에 있었다. 김정남은 “아버지께서 예전에 머리를 다치셨다. 수술 후 회복하셨고, 상태가 좋아져서 집에서 생활하셨는데 약간 치매 증상이 왔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병원 검진을 받아보려 했는데 이렇게 됐다. 너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을 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마음 정리는 당연하게도 쉽지 않았다. 김정남은 “동생에게 장례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마음 정리가 안 되더라. 10m 공기권총에서 좋지 않았다. 사격을 시작한 후 가장 나쁜 성적이 나왔다. 집중이 안 됐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심기일전 끝에 따낸 동메달과 함께 아버지를 만날 날을 기다린다. 김정남은 “부자가 서로 무뚝뚝해서 대화가 많지 않았다. 이제 너무 늦어버렸다. 죄송하다”며 “나중에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니까 그때는 자랑스러운 아들로 만나고 싶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를 마무리한 김정남은 동메달을 들고 귀국한다. 가장 먼저 아버지 영전에 동메달을 바칠 예정이다. 그의 꿈은 끝이 아니다. 다음 대회 은메달, 그다음 대회 금메달을 목표로 아버지에게 선물할 메달들을 미리 그려본다.

최서진 기자·파리 공동취재단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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