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금메달을 따낸 박진호(가운데).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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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소총 간판 박진호(47·강릉시청)가 2024 파리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3년 전 0.1점 차로 금메달을 놓친 한을 풀었다.
박진호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9.4점을 쏴 예르킨 가바소프(카자흐스탄·247.7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전날 P1 남자 10m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에서 조정두(37·BDH파라스)가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틀 연속 금빛 총성을 울렸다. 한국 장애인 사격은 이틀 만에 메달 4개(금2, 은, 동1)를 획득했다.
공기소총 결선은 총 8명의 선수가 출전해 먼저 10발씩 쏘고, 이후 두 발씩 사격한 뒤 합계 점수가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한다.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진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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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위(624.4점)에 오른 박진호는 결선에서도 무난하게 출발했다. 첫 10발에서 103.1점을 쏴 가바소프(100.6점)에 이어 마틴 블랙 요르겐센(덴마크), 안드리 도로셴코(우크라이나)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그러나 14번째 발에서 9.8점을 쏘면서 5위까지 떨어졌다. 15, 16번째 발에서는 각각 10.4점을 쏴 6위 얀 빈터(덴마크)를 0.9점 차로 제치고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다.
고비를 넘긴 박진호는 17번째 발에서 10.5점을 쏴 3위로 올라섰다. 18번째 발까지 쏜 뒤 1위 도로셴코와의 격차는 0.6점. 19번째 발에서 10.4점을 쏜 박진호는 가바소프의 추격을 허용했다.
가바소프가 먼저 10.7점을 쏘면서 위기에 몰렸지만, 박진호도 10.7점을 쐈다. 슛오프까지 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도로셴코가 10.0점에 머물면서 2위로 올라서 최종 3인이 되는 데 성공했다.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금메달을 따낸 박진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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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을 확보한 박진호는 21번째 발에서 10.6점을 쏴 마침내 선두로 올라섰다. 22번째 발도 10.5점에 적중하면서 선두를 지켰다. 2위 가바소프와는 0.7점 차. 박진호는 23번째 발에서 10.8점을 쏴 1.1점 차로 달아났다. 그리고 마지막 발을 10.6점에 적중시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메달을 목에 건 박진호는 "무겁다. 너무 좋다"며 "첫 날부터 사격이 잘 풀렸기 때문에 더 마음 편하게 쏠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하는데, 내가 왜'란 생각을 했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을 넉넉하게 쓰던 박진호는 막판에 격발 시간을 앞당겼다. 그는 "시계가 눈에 보이는 걸 좋아한다. (이 경기장은)보이는 데 없고, 고개를 돌려야 볼 수 있더라. 원래 모니터 구석에 시계가 나와야 한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지 않을까, 늦지 않을까 걱정도 조금 했다. 그래도 쏘고 나서 보니까 10초 정도 남더라. 충분하게 호흡 더 해주고 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항상 제한 시간을 거의 다 쓰던 박진호는 마지막 발은 상대보다 먼저 쐈다. 박진호는 "1.1점 차이란 걸 확인해서 그냥 기본적인 내 행위만 해서 평균 타점 10.3~10.5 안에만 들어오면 편하게 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과감하게 격발했다"고 설명했다.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진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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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는 체대 출신으로 25살이었던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었다. 재활을 하던 그는 의사의 권유로 총을 잡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선수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우승하며 랭킹 1위에 오른 박진호는 지난해 창원 월드컵에서 결선 세계기록(250.5점)을 세우기도 했다. 본선 세계기록(631.3점) 역시 그가 갖고 있다.
패럴릭픽 금메달은 사격 선수로서 모든 걸 이룬 그의 마지막 과제였다. 박진호는 2021년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획득했다. 복사 종목에서는 0.1점 차로 금메달을 놓쳤다. 3년을 기다린 박진호는 마침내 생애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진호는 "은, 동은 있어도 금은 없었다. 소속팀 감독님이 해주시는 말씀이 '너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밸런스만 잡으면 너는 괜찮다''는 말이 생각났다. 총을 내려놓고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았던 게 주효한 것 같다. 18~20발 때부터 충분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2014년부터 이 종목 세계신기록(본선)을 저 혼자 바꿔왔다. 내 기록이 깨진 적이 없는데 패럴림픽에서만큼은 금메달이 없었다. 약간 비어있던 게 꽉 찬 느낌이다. 희열이 느껴졌다. '아, 내가 패럴림픽에서 애국가를 울리는구나'란 생각에 뭉클했다.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박진호는 "강릉시장님이 중증 장애인 선수들을 배려해주셔서 우리 팀 선수들은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왔다. 감사하다"고 했다.
박진호의 아내 양연주(43)도 함께 사격을 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과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털어놓았다. 박진호는 "부모님을 연초에 뵙고 한 번도 못 봤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돌아가면 가족들부터 찾아보려고 한다"며 "연주야, 오빠 금메달 따서 간다. 사랑해"라고 말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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