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수 맡은 카누 최용범
파리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국선수단 기수로 나선 최용범 선수.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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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올림픽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대신 패럴림픽이라는 또 다른 도전 앞에 섰다. 장애인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27·도원이엔씨)이 2024 파리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를 맡았다.
최용범은 29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특별한 기수복 차림으로 태극기를 들었다. 조선 시대 전통 복장에서 착안했는데, 태조 이성계의 곤룡포에 새겨진 오조룡을 오마주한 금박 자수가 새겨진 옷이다. 머리에는 관리들이 왕의 행차 때 착용했던 주립(붉은 갓)을 썼다. 최용범은 “기수로 선정됐을 때 많이 기뻤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웃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최용범에게 기수를 맡긴 건 그가 비장애인 카누 선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올림픽을 목표로 했던 선수가 패럴림픽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다. 패럴림픽은 장애를 갖게 된 후에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부여중 1학년 때 카누를 시작한 뒤 최용범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부여고 2년 선배이자 한국 카누 간판인 조광희의 뒤를 이을 수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번번이 간발의 차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그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담아 목 양쪽에 오륜 문신도 새겼다.
파리패럴림픽 선수단 카누 최용범.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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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범은 올림픽의 꿈을 결국 이루지 못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카누를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돈을 모으기 위해 택배 일을 하던 2022년 3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병상에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사고로 인해 왼쪽 다리를 절단한 뒤였다. 다시는 패들(노)을 잡을 수 없다는 절망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포기하지 않았다. 중학 시절 은사인 주종관 코치 권유로 파라 카누를 시작했다. 사고 이후 운동을 하지 않아 체중이 불어난 데다 의족을 착용하고 있어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 독하게 훈련했다. 처음에는 균형을 잃고 카누에서 떨어져 물에 빠지기 일쑤였다. 비장애인 중학생 선수와 연습 경기에서 지기도 했다. 그럴수록 이를 악물고 버텼다. 최용범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승부욕도 많이 올라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용범은 패들을 다시 잡은 지 10개월 만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2016 리우패럴림픽에서 정식 종목군에 포함된 이후 한국 선수로는 처음 이룬 쾌거였다. 박욱일 대표팀 감독은 “(최용범이) 이 종목의 유일한 대표선수다 보니 훈련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늘 최선을 다했다. 패럴림픽 출전은 정말 열심히 매달린 결과”라고 말했다.
최용범은 “2년 전 큰 사고를 당하고 1년 가까이 재활치료에 매달렸던 내가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오륜 문신을 가리키며 “21세 때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정하고 타투(문신)를 새겼다. 지금 돌이켜 보면 굉장히 의미 있는 타투인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패럴림픽 무대에서 나선 최용범의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다. 그가 출전하는 KL3 남자 카약 200m 경기는 순식간에 승부가 난다. 우승 후보로 꼽히지는 않지만, 1초 이내에 순위가 갈리는 종목인 만큼 이변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그는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금메달만 바라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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