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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내 피 땀 눈물이 보상받았다” 10년 만에 빅리그 데뷔한 33세 좌완 페이글의 환희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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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순간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좌완 브래디 페이글(33)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서 7회 구원 등판,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아름다운 결과는 아니었다. 1 2/3이닝 7피안타 1피홈런 6실점 기록했다. 9회 대량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마지막 아웃 2개는 야수인 라우디 텔레즈에게 맡겨야했다. 팀은 8-18로 크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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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좌완 페이글은 10년의 무명 생활 끝에 이날 빅리그에 데뷔했다. 사진(美 피츠버그)=ⓒAFPBBNews = News1


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그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이는 한 편의 인간승리 드라마였다. 2014년 드래프트 미지명 FA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한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7시즌,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기간 2년의 공백기 이후 독립리그에서 2시즌을 보낸 뒤 마침내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쏟은 피 땀 눈물이 마침내 보상받았다”며 빅리그 데뷔 소감을 전했다.

불펜에 대기하고 있던 그는 “점수 차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기회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든 던질 준비는 돼있다”며 점수 차를 보며 데뷔전이 임박했음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처음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저 스스로에게 ‘공을 허공에 던지거나 땅에 꽂지만 말자’고 생각했다. 그랜달(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이 좋은 시즌 보내고 있으니까 다치게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아내 코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방문, 이 감격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그는 “내 아내는 나의 가장 큰 바위같은 존재다. 브레이브스에서 뛰던 시절 토미 존 수술을 받았을 때부터 함께하며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줬다. 내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해준 사람이다. 부모님도 언제나 나를 믿어줬다. 여기에 코치, 트레이너 등 나를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고마운 사람들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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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애틀란타 스프링캠프 당시 찍은 사진. 이때만 하더라도 그는 빅리그에 데뷔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을 것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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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쉘튼 감독은 “그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겠지만, 그에게는 꿈을 이룬 순간이었을 것”이라며 이날 데뷔전을 치른 그를 축하했다.

이날 선발 투수로 나온 미치 켈러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여정을 거쳤다.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 있는 우리 선수들 모두 이곳에 올라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기에 많은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며 동료의 감격적인 데뷔전에 대해 말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꿈을 이룰 수 있는 자신감만 있었다면 거짓말일 터. 오히려 불안감과 의심이 더 짙었을 것이다.

그는 ‘10년간 이 순간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마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다고 느낄 때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첫 아웃과 초구, 두 개의 기념구를 선물로 받은 그는 “포기하지 않은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팬데믹 이후 마이너리그 로스터 숫자가 줄어들면서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보상받았다’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시련을 이겨내고 꿈의 무대에 오른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피츠버그(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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