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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클린스만→홍명보' 선임 이유는 모두 '정몽규'…축구협회는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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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정몽규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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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각종 논란 속에도 회장직을 이어가고 있다. 사퇴는 커녕 4선 도전을 위한 행보와 함께 대한축구협회를 쥐락펴라가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5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그간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적 문제와 함께 정몽규 회장의 4연임에 대해 다뤘다.

스트레이트는 먼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을 되돌아봤다.

지난 1월 독일 매체 슈피겔은 클린스만 감독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 인터뷰에 따르면 2022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서 클린스만과 정몽규 회장이 접촉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을 찾고 있느냐"고 농담 삼아 물었는데, 정몽규 회장은 "진심이냐?"며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스트레이트 측에 따르면 통보에 가까운 형태로 클린스만이 감독이 선임됐다. 명확한 프로세스로 진행된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과는 딴판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뒤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감독을 찾아 나섰다. 새롭게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렸고, 정해성이 위원장으로 위촉되어 감독을 물색했다.

당시 정해성 위원장은 "이번 감독 선임에 있어서는 거수로, 그냥 이렇게 해서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결정을 하는 것은 절대 없을 거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린스만과 마찬가지로 불투명한 행정이 이어졌고, 홍명보가 차기 국가대표 감독이 됐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 HD 시절 '국가대표 감독 내정설'을 강력하게 부인했으나, "나는 나를 버렸다"면서 시즌 도중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받아들였다.

스트레이트 측에 따르면 전력강화위원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에 앞서 다양한 외국인 감독들을 만났다. 제시 마시부터 헤수스 카사스, 다비트 바그너, 거스 포옛과 접촉해 그들과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무 협상 과정에서 모두 결렬됐고, 결국 돌고 돌아 홍명보가 감독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정해성 위원장을 포함해 전력강화위원 5명이 사임하기도 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스트레이트와의 통화에서 "책임지는 자리라 생각했다"면서도 "사실을 이야기하면 정말 안 될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면접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브리핑 자리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몇 차례 한국 축구의 철학과 게임 모델을 연결해서 A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속성과 발전을 위해서 헌신해 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나 드렸다"면서, 면접 없이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한 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업무를 이어받아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문제는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각 분과위원회 위원은 다른 분과위원회 위원을 겸임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또 '각 분과위원회는 7인 이상 위원으로 구성한다'는 규정도 있다. 홍명보 감독 선임이 행정적으로 바르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이임생 이사는 겸임이 아니라 '기술총괄이사'로 관련 업무를 진행했고, 정해성 위원장 사임 단계에서 이미 3명으로 후보가 압축됐기 때문에 남은 전력강화위원 5명에게 진행 상항 등을 공유하고 동의 의견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논란의 꼭대기에는 정몽규 회장이 있다. 2023년 승부조작 사면부터 클린스만 감독 논란, 아시안컵 우승 실패,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 실패,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까지. 모두 정몽규 회장이 자초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4선을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8월 초 국제축구연맹(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을 만나 자신의 '회고록'을 선물했다. 또한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세계 축구 무대에서 입지를 넓혀가며 회징직을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몽규 회장은 한 번도 논란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은 적이 없다. 모르쇠로 일관했을 뿐이다. 팬들은 정몽규 회장과 소통을 원하고 있지만, 침묵을 거듭하다 '회고록'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 회고록에서 정몽규 회장은 "본인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이라면서 "나는 점수에 박한 편이라 8점이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고 적었다.

한편 내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열린다. 과거 정몽규 회장은 4선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2018년도 대한축구협회 총회 당시 3연임으로 제한하는 정관을 바꾼 적이 있으나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하지 않았다. 이걸로 답을 갈음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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