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벗어나 향기로운 꽃으로 성장하길”
미얀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제공=Y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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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읽어줄게. 들어볼래?”
Y씨와 현지인 E씨(29·여성)는 시간 날 때마다 접이식 의자와 돗자리, 그리고 동화책을 들춰 매고 보물찾기하듯 사람이 모여있는 곳 바닥을 훑으며 다닌다. 길가를 떠도는 미얀마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서 있어도 키가 작을뿐더러 웅크리고 있거나 앉아서 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바닥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한다.
두 사람은 길 위의 아이들에게 잠깐이나마 현실 너머의 동화 속 세상을 선물하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작고 작은 꽃들(Tiny Mini Flowers)’로 정했다.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파는 작은 재스민 꽃에서 따왔다. Y씨는 “작지만 커다란 향기를 뿜는 이 하얀 꽃이 아이들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했냐’는 질문에 “미얀마에는 불교도가 많아 덕을 쌓는 개념에서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은 많지만, 정서적 허기짐을 채워주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고 답했다. 이어 “동화책을 읽어주는 순간은 아주 찰나고 큰 영향력이 없을지라도 잠깐이나마 아이가 아이답게 예쁘고 귀여운 거 보면서 좋아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하고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얀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제공=Y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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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동화책을 몇 권 사고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 명단도 작성했다. 이후 며칠에 한 번씩 동네를 바꿔가며 길 위의 아이들을 찾아 나선다.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꼬질꼬질한 이들의 손 등에 헤나 스티커를 붙여주고는 “동화책도 읽는데 읽어줄까” 묻는다. 그렇게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추며 동화를 읽어주면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듣는다고 한다.
Y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회상했다. 미얀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스티커도 붙여주고 가려는데 한 아이가 “그런데 여기 왜 왔어요?”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차마 ‘너희가 불쌍해서, 나는 좀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에 책임감을 느껴서’라고 말할 수 없어 대답을 망설였다. 그때 다른 미얀마 아이가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왔지!”. Y씨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하고 당황스러운 머릿속이 차분해지고 명쾌해졌다”며 “국제 개발이니, 아동 인권이니, 연민이니 하는 어른들의 그럴듯한 말이 아닌 아이의 날것 그대로의 대답이 모든 걸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 일로 인해 그 아이가 행복했다는 뜻이어서 눈물 나게 고마웠고, 나도 이 일의 목적을 명확하게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Y씨는 “우리를 만난 순간만큼은 아이들이 신나고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싶다. 동화를 통해 현실 너머의 세상을 보고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듯한 무력함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길 위의 아이들이 이 길에서 벗어나 꿈을 꾸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를, 꽃을 파는 아이가 아니라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향기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투데이/변효선 기자 (hsby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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