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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김민하부터 윤여정까지, 지금도 버티는 삶'파친코2' [Oh!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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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연휘선 기자] '파친코'는 버티는 삶에 대한 대서사시다. 일제강점기 고향을 떠나 제국 본토에 정착해야만 살 수 있던 식민지 조선인 이민자들, 그 중에서도 대다수였던 하층민 후대의 이야기. 시즌1은 이들이 무엇을 버텨냈고, 무엇을 지켜냈는지에 대해 말한다. 시즌2는 한층 더 들어가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풀어낸다. 김민하가 윤여정이 되기까지 아득한 세월, 그 시간을 버텨낸 '선자'는 현실에서도 무언가를 버텨내는 당신의 다른 이름이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Pachinko)'가 오늘(23일) 오후 4시 시즌2 1회를 공개하며 돌아왔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 삼아 드라마로 각색된 작품으로, 지난 2022년 8월 25일 첫 시즌이 공개되며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그로부터 2년 만에 돌아온 새 시즌, '파친코'는 여전히 젊은 선자(김민하 분)의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노년의 선자(윤여정 분)가 되기까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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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시즌1은 노년의 선자가 손자인 솔로몬(진하 분)까지 3대에 걸쳐 어째서 재일교포로 자리매김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줬다. 시즌2에서는 젊은 선자와 그 아들 노아(김강훈 분), 모자수(권은성 분)를 시작으로 선자의 가족들이 어떻게 그 삶을 살아냈는지를 보여준다. 일본어 한 마디도 어려웠던 선자는 부친(이대호 분)과 모친 양진(정인지 분)에게 배우고 물려받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직접 만든 김치를 팔며 일본에서의 생활을 이어간다.

여전히 생활은 녹록하지 않다. 오히려 더욱 어려워졌다. 세계대전이 휩쓴 일본에서는 김치로 절일 배추 한 포기 구하는 것도 여간하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고된 상황을 버텨내는 것 만으로도 선자의 생명력은 더없이 빛난다. 오히려 힘겹게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를 건강하게 키워내고 있다는 상황이 이들의 희망마저 보여주는 듯 하다. 전란도 버티는 생명력, 자라나는 아이들 특유의 활기. 이 것들이 가진 생동감은 잿빛만 가득한 것처럼 보이는 이민자 식민지인들의 생활마저 그저 삶이기에 버틸 수 있었음을 알려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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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저 버티기 쉽지 않을 만큼 선자의 삶은 한층 더 역동적이게 됐다. '쓰랑꾼'이라는 말조차 아까웠던 한수(이민호 분)와의 만남부터 그의 아들 노아와의 인연은 선자에게도 보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가장 극적인 숙제로 남았다. 여기에 시즌2 새 인물로 배우 김성규가 시작부터 등장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과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한산'과 '노량'은 물론 '악인전'과 '범죄도시'에서 선굵은 연기를 보여준 김성규는 등장 만으로도 신선함과 신뢰를 더한다.

한국 배우가 합류하고 보다 깊이 재일교포의 생애를 묘사하는 덕분에 '파친코' 시즌2는 글로벌 OTT 애플TV+의 오리지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 대서사시를 보는 듯한 반가운 기시감을 선사한다. 그만큼 '파친코'는 과거에서 현대까지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시즌1이나 시즌2나 지난 시간을 반추하는 듯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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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국내외의 정황은 '파친코' 시리즈를 단지 한 편의 허구적 이야기가 아닌 현실과 이어진 작품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광복보다는 건국에 초점을 맞추며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언급조차 조심스러웠던 올해의 광복절. 이 날이 불과 '파친코' 공개 일주일 전이었던 탓일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광복 79주년에도 독립을 의심케 하는 신묘한 외교적 수사에 심지어 예고 없이 전쟁기념관에서 사라진 독도 조형물까지. 여러 이목을 끄는 실정이 '파친코2'를 그저 '드라마는 드라마로' 볼 수 없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올해 상반기 큰 화제를 몰고다닌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가 오컬트의 탈을 쓴 항일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터다. 1천만 명이 넘는 관객에게 사랑받은 영화 '파묘'마저 이념적 잣대로 폄훼하던 사람들에게 한국 드라마의 느낌만 가진 글로벌 OTT 시리즈 '파친코'는 어떤 작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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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였던 탓에 시집가는 딸에게 흰쌀밥 한 공기마저 마음 놓고 먹이지 못했던 선자 엄마의 울분, 그런 엄마에게 배워 만든 김치로 일본에서의 생계를 이어가는 선자. 마침내 재일교포에게 허락된 사업장 파친코를 운영하며 솔로몬을 길러낸 모자수, 부끄러웠던 재일교포로서의 혈연을 받아들이고 "할머니 그 땅 팔지 마세요"라고 자유로워졌던 솔로몬. 스포일러를 피해 시즌1의 명장면들로 기대감을 대신하기에 '파친코2'는 이번에도 충분한 수작이다.

단순한 기대작이 아닌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 '파친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될 명맥을 기록하는 시즌2는 시즌1을 더욱 장엄하게 구현한다. 재연으로 재현되고 있는 대서사 앞에 2024년 한국의 시청자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버티고 있는 이들이다. 소수점 대로 떨어진 저출산 멸종위기 국가 '헬반도'의 현실이든, 광복조차 입에 담기 힘든 참담함이든 간에. 그 대상이 무엇이든 여전히 버티는 당신의 이름도 '선자'가 될 수 있는 이야기, '파친코2'다.

8월 23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애플TV+에서 1회씩 공개. 총 8부작.

/ monamie@osen.co.kr

[사진] 애플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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