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상을 떠난 지 채 4년도 되지 않아 다름 아닌 아르헨티나 행정부 수반을 보좌하는 기관에서 디에고 마라도나를 벌써 잊은 듯한 태도를 보여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8월13일 대변인 정례 기자회견에서 “리오넬 메시, 앙헬 디마리아, 에마누엘 히노빌리, 세르히오 ‘마라비야’ 마르티네스, 기예르모 빌라스, 구스타보 세라티, 차를리 가르시아 같은 위대한 왼손/왼발잡이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성명을 낭독했다.
2024년 3월 다시 문을 연 남미축구연맹(CONMEBOL) 축구 박물관에 전시된 실물 모형. 왼쪽부터 리오넬 메시, 故 펠레, 故 디에고 마라도나.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8월13일은 ‘국제 왼손잡이의 날’이다. ▲리오넬 메시와 앙헬 디마리아는 축구 ▲에마누엘 히노빌리는 농구 ▲세르히오 ‘마라비야’ 마르티네스는 복싱 ▲기예르모 빌라스는 테니스 종목에서 세계 챔피언을 지냈다.
故 구스타보 세라티와 차를리 가르시아는 라틴 음악의 손꼽히는 거장이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 발언을 현장에서 들은 기자단은 “당신은 1986 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우승 선수이자 은퇴 후에는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유명한 왼발잡이를 잊고 있다”며 지적했다.
그러자 대변인은 “누구요?”라고 되물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출입 언론인들로부터 ‘디에고 마라도나’라는 답을 들은 후에도 “아, 예. 그 또한 왼발잡이였다”며 냉정하게 반응한 것이 전부였다.
남미축구연맹이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과 공동 주관한 2024년 제48회 코파 아메리카 아르헨티나 팬들. 리오넬 메시(왼쪽), 디에고 마라도나의 얼굴을 인쇄한 상의를 입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생략했다는 비판을 받은 후에도 고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살아생전 업적에 대한 어떤 인정이나 경의를 표하지 않은 것이다.
리오넬 메시, 앙헬 디마리아, 에마누엘 히노빌리, 세르히오 ‘마라비야’ 마르티네스, 기예르모 빌라스, 구스타보 세라티, 차를리 가르시아 역시 ‘축구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를 존경했거나 팬이었다는 얘기다.
2024 코파 아메리카 아르헨티나 경기 시작 전 관중 이동 통로에 디에고 마라도나(왼쪽)와 리오넬 메시가 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우승컵에 키스하는 모습을 인쇄한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986월드컵 우승 동료 엑토르 엔리케(62)는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멍청한 것으로는 세계 챔피언’인데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구나. 바보 같은 놈의 입으로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아 다행”이라며 거칠게 반응했다.
FIFA 100주년 기념 위대한 125인 멤버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49)은 “경기장 밖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잦은 물의를 빚은 만큼)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축구 하나로) 아르헨티나를 행복하게 만든 디에고 마라도나를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존경한다”고 추모했다.
2024 코파 아메리카 결승 시작 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 응원을 위해 모인 팬이 리오넬 메시(왼쪽)와 디에고 마라도나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2024년 7월2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36회 농촌사회 연례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하여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23년 12월 취임 후 시장의 자유 극대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 임금 인상, 사회복지를 통한 빈부격차 해소 등으로 대표되는 페론주의 경제정책과는 정반대다.
“장례식은 끝났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유해가 땅에 묻히기도 전에, 관을 묘지로 운구하는 것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아르헨티나는 당신을 잊고 있네요.” - 페르난도 시뇨리니 (1986·1990·1994 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디에고 마라도나 개인 트레이너) -
제33회 프랑스 파리하계올림픽 남자축구 응원단이 리오넬 메시(왼쪽)와 디에고 마라도나를 그린 아르헨티나 국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강대호 MK스포츠 기자]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