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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이슈 [연재] OSEN 'Oh!쎈 초점'

변요한 픽 변영주 감독 첫 드라마 '백설공주', 묵힌 2년 유독아쉽다 [Oh!쎈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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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왜 이제야 나왔을까. 변요한의 연기 차력쇼가 담긴 변영주 감독의 첫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 촬영 마치고 2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MBC 새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 약칭 '백설공주')이 지난 16일 첫 방송됐다. 변영주 감독의 첫 드라마를 향한 호기심과 배우 변요한의 차력 같은 연기쇼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 데 섞인 가운데, '백설공주'는 첫 방송부터 기대에 부응하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드라마 '백설공주'는 독일 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원작 삼아 각색된 작품이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를 그린다. 원작 소설이 2010년 발간돼 현대적 추리소설계의 고전격인 작품으로 호평받아온 바, 드라마는 진실을 추적하는 원작의 매력을 살리되 한국식으로 각색했다. 이에 진실과 정의에 대한 '세계 공통의 이야기'를 표방한다.

이에 첫 방송에서는 주인공인 고정우(변요한 분)의 등장과 몰락에 얽힌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70분이라는 시간 동안 밀도 높게 그려진 서사에서 고정우는 극 중 배경인 무천시의 '엄친아'였다가 친구를 두 명이나 죽인 살인자로 전락했다. 의대를 수시로 합격해 미래가 촉망받던 고등학생에서 10년 실형을 살고 나와 30대를 앞두기까지. 맞고, 구르며 억압받고 억울해 하며 버텨낸 시간이 변요한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도 고통스럽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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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차'를 통해 호평과 인정을 동시에 거머쥔 변영주 감독. '백설공주'는 그의 첫 번째 드라마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화기애애한 듯 하면서 의뭉스럽고, 아늑한 것처럼 보이지만 서늘한 배경 무천시. 고정우의 극적인 몰락이 펼쳐지는 그 곳은 빈틈 없는 미장센으로 꽉 차 있었다. 색감부터 구성까지 장면마다 대조를 아끼지 않은 노력을 숨길 수 없었다. 꽉 찬 공간감과 빈 틈 없는 변화에서 오는 박진감은 '백설공주' 속 고정우의 10년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고정우와 형사 노상철(고준 분)이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어떻게 묘사될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성실한 기대작이 그대로 화제작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백설공주'의 첫 방송 시청률은 못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2.8%(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라는 저조한 기록을 보인 것이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가 동일 기준 13.6%로 높은 성적을 보인 것과 더욱 대비됐다. '굿파트너'는 16부작으로 6회까지 방송된 상황에서 여전히 많은 분량을 남겨뒀다. 더욱이 불륜 이혼에 대한 법정 복수라는 카타르시스 절정의 이야기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인 경쟁작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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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인기의 경쟁작보다 더욱 '백설공주'에게 우려되는 부분은 지상파 드라마 시장에서 스릴러 장르를 향한 선호도가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MBC에서 방송됐던 배우 김남주, 차은우 주연의 '원더풀 월드'는 11.4%(자체 최고 시청률 기준)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비슷한 시기 방송됐던 tvN '눈물의 여왕'의 24.9%와 비교하면 아쉬웠다. 배우 김희선과 이혜영의 케미와 연기 대결을 보여준 '우리, 집'은 6.2%에 그치기도 했다. 결국 '백설공주'의 상한선 자체가 10% 안팎인 모양새다.

몇 해 전 소위 '장르물'로 불리던 미스터리 스릴러나 형사추리물이 대세를 이루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풍토다. 실제 '백설공주'는 촬영을 마치고 햇수로 2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작품인 바. 편성까지 기다려야만 했던 시간이 남달리 뼈아프고 안타깝다. 더욱이 최근 지상파 시청자들의 선호도는 조금이라도 더 유쾌하고 경쾌하고 통쾌한 작품에 쏠리고 있다. 사회적 불안이 높아지며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작품들에 더욱 시선이 가는 것이다.

물론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인정받기 마련이다. TV 보급률은 높아도 OTT 시청패턴이 보편화된 가운데 본방사수가 아닌 적기 시청이나 몰아보기를 기다리는 시청자들도 존재하는 상황. 이제 막 오른 '백설공주'가 보여줄 진실에 눈과 귀를 기울여 본다. '백설공주'는 매주 금, 토요일 밤 9시 50분에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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