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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와 지도자, 협회가 합심한 파리의 동메달, 한국 탁구의 미래는 밝습니다[올림픽x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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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꺾고 승리한 한국팀 신유빈(왼쪽부터), 이은혜, 신유빈, 전지희가 시상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시상자로 나선 유승민 IOC 선수위원. 2024.8.10.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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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희망을 찾았다.

‘삐약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는 신유빈(20·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혼성 복식과 여자 단체전까지 두 차례 시상대에 섰다. 메달 색깔은 금도 은도 아닌 구릿빛으로 빛났지만 2012 런던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탁구계는 파리의 성공 비결을 선수와 지도자, 협회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것에서 찾는다.

■삐약이와 언니들

신유빈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오랜만에 등장한 것이 반갑다. 다섯 살이던 2009년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천부적인 재능을 인정받았던 신유빈은 2020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에 도전할 재목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더반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준우승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기량을 끌어 올렸고, 올해 파리에서 마침내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영광을 누렸다.

신유빈 홀로 한국 탁구를 되살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에이스 역할을 도맡았던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가 기꺼이 신유빈의 도우미로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오른손인 신유빈과 왼손의 전지희가 복식조로 나서면서 만만치 않은 라이벌들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국제 대회 경험이 많지 않아 저평가됐던 이은혜(29·대한항공)의 재발견도 빼놓을 수 없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승을 거두며 대표팀에 합류한 이은혜는 8강에서 스웨덴 에이스 린다 베리스트룀,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의 ‘다크호스’ 카우프만 아넷을 모두 격파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42)이 “이은혜라는 선수를 다시 봤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선수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감독

오광헌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은 세 선수의 재능을 하나로 묶은 세공사였다. 현역 시절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1995년 일본으로 넘어가 커리어를 쌓았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여자대표팀 코치 및 주니어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그는 유승민 회장의 제안으로 2022년 한국 여자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오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 여자 탁구는 거짓말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신유빈과 전지희의 더반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은메달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 그리고 이번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모두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유 회장은 “한국 여자 탁구가 침체됐던 게 사실인데, 고집이 강한 우리 오 감독님이 해냈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선수들이 날 믿어줬기에 가능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냉철한 분석과 선수를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으로 인정받았다. 신유빈이 여자 개인전 4강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에게 고전할 때 벤치에서 족집게 전략을 내놓은 것이나 주변의 우려에도 이은혜에게 단식을 맡긴 것들이 대표적이다.

신유빈은 “제가 만나 본 최고의 감독님“이라며 “표현력이 부족한 게 너무 아쉬워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끌고면서 선수로 원하는 걸 뭐든지 다 해줄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이라고 말할 정도다. 전지희 역시 “선수 하나 하나 배려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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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왼쪽부터) 오광헌 감독, 신유빈, 전지희, 이은혜가 동메달을 획득하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024.08.10.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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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필요하면 라켓 잡는 회장, 선수 길 열어주는 부회장

파리 올림픽에서 파란을 일으킨 안세영(22)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비판하면서 든든한 어른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그런 면에서 탁구는 정반대였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 회장은 선수 출신만 아는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유 회장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경기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독실을 잡아주고, 큰 무대를 오갈 때는 비행편을 비즈니스석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선수들의 요구로 직접 라켓을 잡으며 훈련을 돕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유 회장은 “펜홀더 타입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 선수들이 오히려 대비하기 어려워하는 면이 있다”면서 “내가 할 수 있으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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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희(오른쪽)와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 대한탁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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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54)은 갈 길을 잃어버린 선수를 도왔다. 사실 전지희는 3년 전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라켓을 놓을 뻔 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들은 김 부회장은 자신이 총 감독을 맡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에 전지희의 자리를 만들어 메달리스트로 키워냈다.

김 부회장은 “(전)지희에게 ‘홍콩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을 따는데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해준 기억이 난다”며 “지희가 자신의 탁구 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보여줬기에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탁구의 어른들은 힘겹게 잡은 새 시대를 더욱 빛낼 생각으로 가득하다. 유 회장은 “한 명의 스타는 우리 종목을 빛내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한국 탁구가 지금까지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본다. 유남규(56·한국거래소 감독)와 현정화(55·대한탁구협회 부회장), 김택수가 중국을 위협했던 그 시대부터 제가 잠시 반짝였던 순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엔 그러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유빈의 등장을 계기로 탁구의 저변을 탄탄하게 만드는 동시에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전략 종목인 혼합 복식에 힘을 기울이려고 한다. 유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겨냥해 초등학교부터 혼합 복식을 도입할 것”이라며 “유빈이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스타가 계속 나온다면 한국 탁구는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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