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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비누 하나 무게 때문에 메달 놓친 여성 레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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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비네쉬 포갓이 파리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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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을 줄이기 위해 잠도 자지 않았다. 침대 대신 사우나에 시간을 보냈다. 음식은 뭄론 물도 죽지 않을 만큼만 마셨다.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잘랐다. 미국 매체 USA 투데이는 “가능한 모든 극단적인 조치를 사용했지만 100g 차이로 계체량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남성보다 섭식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더 크고 신체 이미지에 대한 비판을 더 많이 경험하는 여성 선수들에게는 체중 감량이 엄청난 과제”라고 전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인도 여자 레슬러 비네쉬 포갓(30)은 7일 오전 계체량을 통과하지 못했다. 50㎏ 체급인데 체중이 작은 비누 하나 무게, 즉 100g이 초과한 것이다. 준결승에서 5-0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둔 포갓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최종적으로 자격 미달로 완전 실격됐다. 강력한 우승후보가 사실상 꼴찌에 머문 순간이었다. 미국 레슬링 아이콘 조던 버로스는 “비극적인 상황”이라며 “이번 주 동안 그는 놀라운 플레이를 선보였고 포디움에 올라갈 자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준결승에서 포갓에게 패하도고 결승에 오른 유스넬리스 구즈만(쿠바)는 결승전에서 사라 힐데브란트(미국)에 0-3으로 패했다. USA 투데이는 “포갓은 올림픽 결승전에 진출한 첫 번째 인도 레슬링 선수였다”며 “이번에 금메달이나 은메달을 따냈다면 인도 레슬러로서 최고 성적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갓의 갑작스런 실격은 인도에도 큰 충격을 줬다. 인도 고위 스포츠 및 정치 관계자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총리까지도 이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했을 정도다.

체중 감량은 여러 종목에서 경기 전 통과해야하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미국국립섭식장애협회(National Eating Disorders Association) 통계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섭식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고, 신체 이미지 불만족 문제를 더 많이 경험한다. 파리올림픽 여자 레슬링 68㎏급에서 금메달을 딴 미트 엘로르(20·미국)는 올해 초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여자 레슬러의 체중 감량을 “스포츠의 어두운 면”이라고 언급하며 “특히 여성에게 체중 감량은 매우 해롭다. 레슬링 자체보다는 배고프고 피곤하고 약해지는 것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행위로 최소한 레슬링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레슬링을 시작할 때 부모님이 체중 감량을 허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파리올림픽에 나서는 레슬러들은 이틀에 걸쳐 경기를 치른다. 아침마다 체중 검사를 받고 이후 회복을 위해 음식을 섭취한다. 포갓도 24시간 동안 급격하고 위험한 체중 증감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포갓은 6일 아침에는 쉽게 체중을 맞췄지만, 세 번째 경기를 치른 후 영양 보충 과정에서 체중이 2.7㎏ 증가했다. 인도대표팀 관계자는 “예상한 증가 수치보다 두 배가 넘었다”며 “음식과 물 제한, 운동과 사우나를 통한 땀 배출이 효과가 적어 결국 불면의 밤을 보낸 후 머리카락까지 자르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썼다”고 전했다. 계체량을 마친 뒤 포갓은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포갓은 2016년 리우올림픽 48㎏, 2020년 도쿄올림픽 53㎏,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50㎏로 나섰다. 2020년대 대부분 대회는 53㎏으로 치렀다. 파리올림픽에서도 53㎏급이 있었는데 한 개 체급 아래인 50㎏급에 도전한 게 발목을 잡았다.

포갓은 레슬링 선수 가문 출신이다. 언니, 사촌 등이 레슬러다. 레슬링을 처음 시작한 때 마을의 도덕과 가치를 거스른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8년 레슬링 선수와 결혼했다. 포갓은 2023년 당시 인도레슬링연맹회장을 성희롱으로 고발하는 등 여성 레슬러 인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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