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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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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재난 영화로 돌아온 ‘미나리’ 정이삭 감독 “블록버스터 연출 꿈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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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개봉 '트위스터스'로 내한 기자회견
"할 수 있을까 두려웠으나 두려움은 영감 줘
'대박, 미쳤다' 한국어 대사 꼭 넣고 싶었다"
한국일보

배우 데이지 에드거-존스(왼쪽부터)와 정이삭 감독, 애슐리 J. 샌드버그 프로듀서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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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에서 자랐으나 아주 한국적인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한국 영화들을 통해 한국 자연에 매우 익숙하기도 합니다. 아마 저의 한국적 정서가 의도치 않게 이번 영화에도 녹아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 ‘미나리’(2020)의 재미동포 2세 정이삭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새 영화 ‘트위스터스’ 개봉(14일)을 앞두고서다. 정 감독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작과 근황을 소개했다. 기자회견에는 ‘트위스터스’ 제작을 총괄한 애슐리 J. 샌드버그 프로듀서, 영국 배우 데이지 에드거-존스가 함께했다. 정 감독은 ‘미나리’로 2021년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한국 최초로 안겼다.

정이삭 감독 "스필버그 영화 영향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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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위스터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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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터스’는 미국 중부에서 발생하는 거대 돌풍 토네이도를 소재로 삼았다. 대학원 재학 시절 과학 실험을 하다 절친한 친구 셋을 토네이도를 잃은 여성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가 토네이도를 활용해 유튜브로 돈벌이를 하는 남성 타일러(글렌 파월)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96년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트위스터’를 밑그림 삼아 새롭게 만든 재난 영화다. 제작비 1억5,500만 달러가 들어갔다. 인디영화였던 ‘미나리’ 제작비(200만 달러)의 8배가량이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19일 개봉했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억7,78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정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등 1990년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제게 큰 영향을 줬다”며 “블록버스터를 오래전부터 연출하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다”고 기뻐했다.

‘트위스터스’는 오클라호마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미나리’와 공간적 배경(오클라호마주 접경 아칸소주 서부)이 비슷하다. 샌드버그 프로듀서는 “규모가 큰 영화이나 이쪽 지역을 이해할 수 있는 감독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며 “제가 아주 좋아하는 ‘미나리’의 정 감독이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만달로리안’ 일부를 연출한 정 감독에 대한 호평을 감안하기도 했다”며 “업계 친구들이 그가 특수효과 관련 연출이 빼어나다는 등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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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삭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데이지 에드거-존스, 애슐리 J. 샌드버그 프로듀서가 7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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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터스’는 거대 토네이도의 가공할 위력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케이트가 친구들을 잃는 장면, 마을 하나가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하는 모습 등이 사실감 있게 표현된다. 정 감독은 “자연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이니 관객이 토네이도를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야외 촬영을 최대한 많이 하려 했고 액션의 에너지를 어떻게 담아낼까 스태프와 논의를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트위스터스’는 정 감독에게 첫 블록버스터이지만 배우 에드거-존스도 처음 경험하는 대작 영화다. 그는 “대형 재난 영화 출연은 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며 “감독님이 사람이 겪는 고충과 도전을 규모와 정서 면에서 섬세하게 표현해주셨다”고 평가했다. 에드거-존스는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2022)과 드라마 ‘노멀 피플’(2020)로 한국에 알려져 있다.

정이삭 감독 "다음 작품도 도전적인 걸로"


영화에서는 뜻밖의 한국어를 들을 수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대형 토네이도를 보고선 “대박, 미쳤다”라고 외친다. 정 감독은 “관광객을 연기한 사람은 오랜 제 친구이자 영화 세트 프로듀서”라며 “한국을 위해 이 대사를 넣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는 호주 관광객 한 명만 나오는 장면이었으나 한 명이 더 필요하고 한국인이어야 한다고 제가 주장했다”며 “관객이 찾아보라고 일부러 영어 자막을 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나리’와 ‘트위스터스’는 외관상 정반대 편에 서 있는 영화들로 보인다. 한 감독이 잇달아 만든 영화로 여겨지지 않는다. 정 감독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 감독은 “내가 과연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을까 두려웠다”면서도 “두려워서 이 영화를 안 만들면 평생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려움은 영감을 주고 성장 기회를 준다”며 “다음 작품 역시 도전적인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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