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필명 공포의눈알 '짤림방지'로 데뷔
주민호·기안84 등 웹툰 1세대와 함께 활동
차기작 현대무협과 SF 웹툰 추가 연재하고파
웹툰 '뼈왕' 이성윤 작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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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대환'이 그렇게 이야기해요. 결국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저는 한 발 떨어져서 의사 '이대환'이 들려준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거죠."
필명 '공포의눈알'로 잘 알려진 유성연 작가가 작년 9월부터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뼈왕'은 낯선 이세계에 떨어진 정형외과 의사 이대환이 뼈를 조립해 해골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고 수많은 해골들로부터 '뼈왕'으로 등극해 전투 중 잃어버린 오른팔을 되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리는 판타지물이다.
일찌감치 개성 넘치는 그림체와 시사풍자로 인기를 끈 개그툰 1세대 작가답게 에피소드마다 '피식' 웃게 만드는 그의 개그와 풍자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유성연 작가는 당시 연재를 시작하며 네이버웹툰 작가홈에 '10년 전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의사의 부탁으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내용의 만화 프롤로그를 올려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유 작가에게 실화인지 묻자 "답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만화를 좋아했던 그는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태블릿으로 그린 단편 만화를 커뮤니티 게시판(카연갤)에 올리며 그리는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매일 1~2시간씩 만화를 그려 커뮤니티 반응을 보는게 즐거웠지만 직업 작가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형제들이 모두 공대생이어서 막연히 공대에 진학했지만 기계전자 전공에 관심이 없던 그는 틈틈이 만화를 그려 커뮤니티에 올렸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신문 연재만화의 인기로 생활툰, 개그툰 작가들이 대거 야후, 다음(카카오), 네이버에 등 플랫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유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 본 야후에서 연재만화 서비스를 론칭한다며 러브콜이 왔다. 대학 2학년 때인 2008년 '짤림방지'를 정식 연재하며 데뷔했다. 당시 주호민, 기안84, 이말년, 심윤수 등 걸출한 작가들과 함께 '야후! 카툰세상'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짤림방지'를 50화까지 완결하고 군에 입대한 그는 주호민 작가의 명작 '신과함께' 저승편 인물인 유성연 병장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했다. 직업으로서 만화가에 대한 확신이 선 그는 복학 후 학업을 병행하면서 본격적인 만화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0년 '그대 마음속의 108요괴'(야후)로 첫 정기연재를 시작해 대표작 '나란의사 그런의사'(2011 네이버) '사랑을 연기하다'(2013 네이버) '손의 흔적'(2015 네이버) '어떻게 중간만 간다면'(다음 2017) 본격 SF 단편 '퓨리스틱'(2019 네이버) '착한건 돈이 된다'(2021 네이버) '뼈왕'(2023 네이버)에 이르기까지 개그와 드라마, 판타지, SF를 넘나들며 풍자와 웃음코드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성윤 작가의 작품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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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재 중인 '뼈왕'은 전작 '나란의사 그런의사'의 주인공 이대환을 가져왔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다. 유 작가는 가족이라는 한 울타리에 여러 구성원이 함께 살지만 감정 표현이 서툰 관계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족은 서로에게 등을 내어주고 힘이 되어준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대부분 한국 사회에서 식구들끼리 '사랑한다'는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한 마디가 서로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표현하지 않아 오해나 서운함이 쌓이기도 해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아내를 만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뼈왕'은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지만 큰 뼈대는 이대환과 동생의 이야기에요. 형제 간의 갈등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메인 테마가 될 겁니다."
개그툰이나 생활툰의 그림체와 에피소드는 단순하지만 풍자와 개그, 반전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피식'하고 웃었던 장면에서 에피소드가 끝날 즈음 뭉클한 감동이나 몽글한 따뜻함이 느껴지는가 하면 세상을 향해 촌철살인으로 다그치기도 한다. '뼈왕'에서 그런 인간 군상들을 끄집어내며 뼈를 치는 주인공 이대환의 여정을 함께하는 유성연 작가를 노컷뉴스 [만화인]이 만났다.
유성윤 작가 인터뷰.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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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뼈왕'은 형제의 결핍과 갈등을 풀어가는 여정"
▶'뼈왕'의 이대환이 팔을 잃는다.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서 '팔'을 빼앗는 것은 어떤 결핍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 뼈를 다루는 정형외과 '이대환'은 이세계에서 해골의 뼈를 맞추고 생명력을 해골에 불어넣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나란의사 그런의사'에서 무병장수 마을에 병원을 차린 속물의사 이대환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의사라는 캐릭터를 가져왔지만 사실 의사라는 특정 직업보다 가족,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다양한 군상과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아직 뚜렷하지 않은데, '뼈왕'을 지탱하는 이야기는 가족인 형제 간의 갈등을 풀어가는 내용이 중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유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인가?
= 이 이야기는 정형외과 의사 '이대환'이 들려준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사실관계 여부보다 이 이야기의 시작이 네이버 작가 홈페이지에 올린 프롤로그에 담겼다는 정도로 이야기하고 싶다. 다만 '뼈왕'의 큰 골격에는 이대환과 동생의 갈등이 깔려 있다. 사실 평생 함께 살아온 가족이면서도 표현이 서툰 경우가 많지 않나.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간단한 표현도 낯설고 어려워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오해나 서운함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 함께 살아온 나의 가족도 그 안의 나도 실제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그런데 아내와 연애를 하면서 크게 느낀 게 있었다. 우리집과 달리 아내는 장모님이나 장인어른과 살갑고 사랑한다, 고맙다 등의 표현을 많이 하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다.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남편과 아내, 형제자매 간에 표현의 결핍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경우에는 제3자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아 내가 그 사람을 오해했구나 알게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뼈왕'의 주인공 이대환도 결국엔 자신의 이야기가 '가족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만화가 있다면?
= 현재 연재 중인 '뼈왕'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그렸고 연재하면서 독자분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다. '뼈왕'도 마찬가지다. 지금 오늘 내가 열심히 그리고 있는 이 만화에 내가 가장 집중하고 있으니까 그만큼 가장 애착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유성연 작가.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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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툰의 경우 극화와 달리 에피소드 형태로 연재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은데?
= 내 작품의 경우 아무래도 50화 안팎의 짧은 연재 주기가 있다 보니 경제적인 안정성의 어려움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돌이켜보면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길게 장편 연재를 할 상황이 못됐다. 기본적으로 스토리의 완결성을 가지고 연재 작업을 하는 습관이 있다. 2013년 작품인 '사랑을 연기하다'부터 본격 전업 작가로 활동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만화가로 산다는 것에 목적을 뒀던 것 같다. '뼈왕'은 처음으로 작품의 세계관이나 이야기의 구조를 풍부하게 만들어 갈 수 있겠구나 깨달은 작품이다.
▶기존 중단편과 달리 '뼈왕'의 장기연재를 기대해도 된다는 말인가?
= 물론 서사구조의 완결성을 따라간다. 다만 과거처럼 정형화된 에피소드 구조에서 벗어나 내용에 따라 길이의 완급조절이 가능한 작품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통상의 개그툰은 기승전결로 단편적으로 끝난다. '뼈왕'은 개그툰에 바탕을 뒀지만 '이대환'이 들려주는 서사를 따라가는 상황이다. 독자분들이 재미있게 느끼는 부분은 보다 충실하게, 부족한 부분은 빠르게 걷어내면서 스토리의 강약을 조절해나갈 예정이다.
▶에피소드가 중점인 개그툰의 경우 장편 극화에 비해 스토리텔링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 않나?
= 단순한 에피소드형 개그툰이 있지만 판타지 장르에서는 소재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소재의 한계를 작가가 설정하는 만큼 반대로 너무 멀리 가거나 뭔가 부족하면 독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이렌의 눈물' 편은 인어의 전설을 차용한 에피소드다. 인간을 홀린다는 세이렌의 목소리를 이용하면 사회적 문제인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SF 장르인 '퓨리스틱'을 연재하면서도 비슷한 고민점을 가졌다. 순수과학 외에는 비현실적인 상상 속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게 쉽지 않았다. 내가 공감할 수 없는데 내 만화를 봐주는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겠나. 그래서 '퓨리스틱'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당시에는 제품화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실물로 나온 기술들이 등장한다. 현실에서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개그 요소를 녹여내는 것이 내가 그리는 만화의 중요한 요소다.
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뼈왕' 유성연 작가.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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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툰의 장점과 단점 요소는 무엇인가?
= '뼈왕'을 그리면서 독자들이 경험하는 일상과 맞닿아 있기를 바란다. 작가들마다 개그툰 표현 방식이 다른데, 누구는 코믹하게, 누구는 시니컬하게 표현하고 누구는 분노 지점을 공략하기도 한다. 저의 방식은 '가벼움'이다. 뉴스를 보면 우리를 화나게 하거나 두렵게 만드는 사건 사고들이 쏟아진다. 무섭고 혐오스럽고 화가 나는 일들을 쉽게 자주 접하다 보면 사회를 바라보는 감정이 냉소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 현상을 가볍게 터치하면서도 웃음코드로 가볍게 소비될 수 있었으면 한다. 불쾌하고 무거운 감정을 쉽게 배설할 수 있다면 우리 몸도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개그툰은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극화보다 불리한 측면이 있다. 특히 현실적인 소재로 영상화 등 2차 저작물로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물론 시트콤 같은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만든다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상업적으로 영상화에 크게 성공했다고 할 만한 개그툰이 그리 많지는 않다. 블랙코미디의 요소가 있어 차별점을 줄 수 있는데, 지친 일상의 휴식처 같은 틈새시장의 요소를 가진 것은 분명하다. 극화에 지쳤다면 잠시 개그툰에서 오셔서 '피식' 웃으며 쉬었다 가셔도 좋다.
▶'뼈왕'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추천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나?
= '지혜의 나무' 편이다. 전쟁에 나간 아버지와 추억이 깃든 지혜의 나무(나무유키)를 지키는 딸의 이야기다. '적'이라는 인물은 친구들과 모임을 하면 항상 2~3시간 걸려 도시로 나가야 하는데, 친구들은 만나면 깡촌이라 면박을 주면서 정작 '적'이 사는 지방으로는 가지 않는다. 그래서 '적'이 지역 개발을 해야 지역이 친구들이 자랑하는 도시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무유키'(그린벨트)를 없애려고 한다. 이 에피소드가 독자들 간에 서울-수도권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서울-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했을 법한 소재들이 곳곳에 들어 있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만큼 우리 사회 논쟁적 이슈를 개그로 풀어낼 수 있어 재미있었던 에피소드였다. 꼭 보시길 바란다.
▶기존의 개그툰을 주로 했던 작가들이 최근 개성 있는 극화에 도전하고 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
= 무협 만화 웹툰이다. 정통무협은 아니고 굉장히 현실적인 현대무협을 그리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전에 연재했던 SF 웹툰 '퓨리스틱'이 12편으로 끝났는데, 남은 에피소드들이 있어 추가 연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노컷뉴스 인터뷰 하고 있는 웹툰 '뼈왕' 유성연 작가.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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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툰 작가 입장에서는 장르의 다양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 장르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더 많은 다양한 연재 플랫폼이 필요하다. 장르 쏠림이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인기 있는 작품에 시장이 쏠리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일반적인 현상 아닌가. 고기 있는 곳에 어부가 몰리는 것처럼. 한편으론 이런 인기몰이가 있기에 새로운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면도 있다. 인기 장르인 학원물이나 무협물 작품이 시장을 만들고 있기에 반대로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플랫폼에 연재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류 장르가 아니면 작가들이 세상에 보여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장르적 다양성을 가진 더 많은 플랫폼들이 치고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수록 다양성이 나타나고 작가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질 수 있다.
▶만화웹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전하고 있는 신진 작가들과 지망생들을 위해 조언해준다면?
= 한 작품에 너무 힘을 주거나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붓지 않았으면 한다. 인기 작품을 보면서 나도 대박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면 실망도 커지고 다시 일어나기가 힘들다. 작은 실수나 다소 미온적인 독자들의 반응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엔 그것도 과정이다. 물론 독자들은 완벽한 작품을 내놓기를 바라겠지만, 세상에 완벽한 게 있나.
자신의 작품과 거리를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 좋은 작품으로 성공한 듯하다가도 롤러코스터처럼 추락할 수 있다. 연재 기회를 바로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다양한 시행착오 속에서 의외로 얼렁뚱땅 힘 빼고 만든 작품이 잘된 경우도 있다. 좋은 작품은 오랫동안 많이 그리면서 굳은살 배기듯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자신만의 좋은 루틴이 잘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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