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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메달만 중요한 것 아냐…‘올림픽 정신’으로 찬사받는 선수들[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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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에도 '올림픽 정신' 돋보이는 선수들

1점 쏜 차드 양궁 선수 마다예의 ‘아름다운 도전’

독학 통해 올림픽 출전…가슴 보호대도 없이 출전

1만4000km 날아와 5초 만에 탈락한 티브와도 ‘눈길’

수리남의 오프티·난민 대표 발시니 “파리는 꿈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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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마다예가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김우진과 양궁 남자 단식 64강전에서 활을 쏘고 있다.(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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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어디 갔죠?” “화살이 안 보이는데요. 여기 있네요. 1점을 쐈네요.”

세계랭킹 201위 이스라엘 마다예가 쏜 화살이 꽂히는 소리는 났지만 중계화면에 잡히지 않자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당황했다. 잠시 뒤 화면 밖 1점 과녁에 꽂힌 마다예의 화살이 발견됐다. 올림픽 무대에서 10점 만점에 1점을 쏘는 황당한 모습에도 마다예는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나라 아프리카 차드 국적의 마다예가 독학을 통해 파리올림픽 양궁 종목에 출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마다예는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양궁 남자 단식 64강전에서 세계랭킹 2위 김우진(청주시청)과 맞붙어 0-6(26-29 15-29 25-30) 완패했다.

19세부터 양궁을 독학한 마다예는 부족한 장비에 전문적인 지도도 받지 못했다. 세계양궁연맹(WA)이 2020년 이후 장비가 변변치 않은 마다예에게 활을 지원해주곤 있지만, 그는 열악한 환경에 가슴 보호대 없이 올림픽에 나섰다. 마다예의 조국인 차드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로 최빈국에 속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마다예를 포함해 3명의 선수만 파견했다. 마다예는 그중 차드 선수단의 주장이자 기수를 맡아 국기를 휘날리며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는 고국에서 전기기술자로 생계를 이어오며 한동안 일과 양궁을 병행했다. 이후 일을 그만두고 양궁에 전념했고, 지난해 아프리카 양궁 챔피언십 혼성 부문 금메달을 따내면서 이번 파리올림픽 티켓을 획득했다.

비록 김우진에게 완패했지만 마다예는 36세의 나이에 올림픽에 첫 출전한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도전을 마친 마다예는 “김우진과 대결한 것은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올림픽에 나올 수 없다. 지금까지의 제 성과가 자랑스럽다”며 “조국의 젊은이들에게 스포츠가 있으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흔히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를 둔다’고 하지만 실제 그런 선수는 드물다. 마다예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마다예의 사연이 알려지자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줘 정말 고맙다”, “메달보다 더 대단한 일을 했다” 등 한국 팬의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 이에 마다예는 “한국,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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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여자 57kg급 1회전에서 다리야 빌로디드(위)에 한판으로 지고 있는 네라 티브와.(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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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되새긴 건 마다예뿐만이 아니다.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키리바시의 유도 선수 네라 티브와는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도 여자 57kg급 1회전에서 다리야 빌로디드(우크라이나)에 한판으로 졌다. 만 15세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유도 선수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티브와는 경기 시작 신호가 울린지 불과 5초 만에 한판 패했다.

빌로디드는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48kg급 동메달을 따낼 만큼 실력이 출중하고,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패션잡지 ‘보그’ 표지 모델로 뽑힐 정도로 외모도 빼어난 선수다. 그러나 경기 후 티브와가 더 큰 관심을 받았다.

티브와의 고향 키리바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거리는 무려 1만 4000km. 13만여명이 사는 작은 섬나라로, 직항편도 없어 비행기 환승에 거의 2일이 걸렸다. 이틀을 날아와 5초 만에 경기를 끝냈지만, 경기 상관 없이 티브와는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 키리바시 선수단 기수를 맡아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수리남의 배드민턴 선수 소렌 오프티도 비슷하다.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인 오프티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이번 대회에서 모두 완패했다. 하지만 그는 “파리는 내게 꿈의 도시”라며 기뻐했다. 남미인 수리남에서 7000km 이상을 날아온 오프티는 “개회식에서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를 볼 수 있었던 경험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난민 대표팀 마틴 발시니는 수영 남자 접영 200m에 출전했으나 2분 00초 73으로 예선 탈락했다. 출전 선수 28명 가운데 27위다. 2분대 기록은 발시니와 꼴찌인 제럴드 헤르난데스(니카라과) 2명뿐이다. 이란 출신인 발시니는 2022년 영국으로 망명하면서 7개월간 수영 연습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올림픽 출전을 결심한 그는 “다른 사람들, 특히 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다.

룩셈부르크의 ‘탁구 할머니’로 불리는 니시아리안은 61세의 나이에 올림픽에 출전했다.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손녀뻘인 신유빈에게 패배한 뒤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라는 말을 남겨 화제를 모았다. 니시아리안은 이번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32강에서 세계랭킹 1위 쑨잉사(중국)에 0-4(5-11 1-11 11-13 4-11)로 완패했다. 그럼에도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쑨잉사는 넘버원, 나는 온리원(Sun Yingsha is Number one. I‘m onl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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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에 웃으며 인사하는 탁구 니시아리안(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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