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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약물?'…판잔러, 男 자유형 100m 세계신+금메달→세상 의심 지우나 [2024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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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중국 수영을 살렸고 파리 올림픽도 살렸다.

극심한 기록 저조로 혹평을 듣고 있는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경영 종목에서 첫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주인공은 황선우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중국의 수영스타 판잔러다.

판잔러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6초40의 세계신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판잔러는 지난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계영 400m 결승에서 중국 대표팀 첫 영자로 나서 46초80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적이 있다. 계영 400m의 경우, 첫 영자가 자신의 구간인 100m를 헤엄 쳐서 세계기록 혹은 올림픽기록을 세우면 이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판잔러는 지난 2월 세계기록 보유자로 올라섰다.

이어 6개월 만에 100분의 1초 줄이기도 힘든 자유형 100m 기록을 0.40초나 줄이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판잔러는 이번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예선탈락할 뻔했다. 판전러는 예선에서 맨 끝조인 예선 10조에서 달렸는데 5위에 그쳤다. 기록은 48초40으로 예선 전체 순위는 다른 2명과 함께 공동 13위였다. 16위로 예선을 턱걸이했으나 남자 계영 800m 집중을 위해 준결승 진출을 포기한 황선우(48초41)보다 불과 0.01초 빨랐다. 예선 17위를 차지했으나 황선우의 포기로 준결승 티켓을 거머쥔 호주 대표 윌리엄 양(48초46)과 비교하면 판잔러의 경우, 조금만 늦었어도 준결승조차 오르지 못하는 망신을 당할 뻔했다.

하지만 준결승부터 판잔러는 괴력을 발휘하며 세계신기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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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2조 맨 가장자리 8레인에서 물살을 갈랐음에도 47초21을 찍으면서 전체 1위로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준결승 2위인 카일 찰머스(호주·47초58)와 비교해도 0.37초나 앞선 기록이었다.

결승에선 그야말로 판잔러의 쇼였다. 찰머스를 비롯해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우승한 '수영 괴물' 다비드 포포비치(루미나이), 마시메 그루세(프랑스), 난도르 네메스(헝가리), 요슈아 살초프(독일), 잭 알렉시, 크리스 길리아노(이상 미국) 등 미국과 유럽, 호주의 쟁쟁한 특급 레이서들이 즐비한 가운데 초반 25m 지점부터 판잔러가 고개를 쑥 내밀고 치고 나선 것이다.

판잔러는 이미 50m 턴을 할 때 22초28을 찍으면서 세계신기록이 나올 수 있음을 알렸다. 홈에서 물살을 가른 그루세가 22초61로 50m 지점 2위를 기록했지만 판잔러를 따라잡기엔 이미 포기해야 할 수준이었다.

결국 판잔러는 2위를 차지한 찰머스(47초48)보다 1.08초나 앞선 기록으로 맨 먼저 들어왔다. 포포비치가 47초49를 찍으면서 3위에 그쳤다.

판전러는 레이스 직후 레인 위에 올라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새로운 수영 황제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아울러 판잔러는 아시아 선수로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미야자키 야쓰지(일본) 이후 92년 만에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아시아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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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스피드가 생명인 남자 자유형 100m는 오랜 기간 아시아 선수들이 넘 볼 수 없는 벽과 같았다.

과거 중국 선수 닝쩌타오가 2015 카잔 세계선수권에서 이 종목 우승을 하며 아시아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이듬해 리우 올림픽에선 준결승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3년 전 도쿄에서 열린 직전 대회에서 황선우가 47초56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남자 자유형 100m에 오른 것이 1956년 멜버른 대회 다니 아쓰시(일본) 이후 65년 만에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 오른 것이었다.

이후 황선우의 자유형 100m 기록이 주춤하는 사이 판잔러가 등장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지난 2월 도하 세계선수권, 그리고 이번 파리 올림픽 우승을 연달아 해내면서 이 종목 최강자임을 알렸다.

판잔러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 앞두고 강한 도핑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수영 입장에서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승리가 됐다.

파리 올림픽 앞두고 미국과 호주 언론은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중국 수영 대표 선수 23명이 개막 7개월 전에 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음에도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며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중국 수영 도핑 문제에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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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스캔들' 탓에 중국 수영을 보는 눈은 곱지 않고,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선수 일부가 "이번 대회에서 우리에게 과하게 도핑 테스트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 선수들은 파리에 온 뒤 상당한 양의 도핑 테스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평영 50m와 100m, 200m 전종목을 휩쓸면서 혼성 혼계영 400m까지 우승, 4관왕에 오르며 MVP까지 수상했던 중국의 수영 스타 친하이양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참패하자 중국 수영에 대한 의심은 더욱 강해졌다. 친하이양은 평영 100m에선 7위에 그쳤다. 200m에선 준결승에서 충격 탈락했다.

판잔러가 독보적인 레이스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중국 수영에 대한 미국과 유럽, 호주의 의심을 반박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판잔러는 "우리는 늘 도핑 규정을 준수했다"며 "지금 받는 도핑 테스트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라고 답했다.

판잔러의 세계신기록 달성은 파리 올림픽의 오명을 씻는 계기가 됐다.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종목이 열리는 라데팡스 아레나는 수영 전문 경기장이 아니다. 콘서트가 열리고, 때로는 럭비 경기까지 하는 3만명 수용 규모의 대형 체육관이다. 거기에 임시로 수조를 설치하고 올림픽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수영 경영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임시 수영장이다보니 수조의 수심이 보통 수영 전문 경기장의 2.5m~3m가 아닌 2.15m여서 선수들의 기록이 전체적으로 떨어진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실제 판잔러의 남자 자유형 100m 레이스 직전까지 이번 대회 경영 종목에선 단 하나의 세계기록도 나오질 않았다. 올림픽기록만 8개 나왔다. 판잔러가 압도적인 레이스로 남자 자유형 100m에서 0.40초 기록을 끌어올리며 라데팡스 아레나에 대한 혹평 혹은 악평까지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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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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