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실력에서 크게 뒤지니 짜증을 낸다. 그 것도 부족해 심판 조롱까지 하는 추태를 저질렀다.
펜싱 종주국이자 2024 파리 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의 모습이다.
한국 펜싱의 우월한 실력 앞에 프랑스 펜싱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어펜저스'로 불리는 한국의 검객들은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점수를 쌓아나갔다.
한국이 프랑스를 완파하고 파리 하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3연패에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두게 됐다.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하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45-39으로 누르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1일 오전 2시30분 같은 곳에서 열리는 결승에서 한국의 최대 라이벌인 헝가리와 격돌한다.
한국은 헝가리와 2017년, 2019년, 2022년, 2023년 등 최근 7년 가이 4차례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만났다. 앞서 3차례는 한국이 이겼지만 지난해엔 한국이 졌다.
한국에 이번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이 있다면 헝가리엔 2012년과 2016년, 2020년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3연패를 일궈낸 아론 스질라기가 있다.
홈 관중의 엄청난 응원도 소용 없었다. 프랑스 관중들이 큰 함성과 함께 자국 선수들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지만 태극 검사들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한국은 개인전부터 좋은 컨디션을 선보인 박상원이 첫 라운드에 나섰으나 세바스티앵 파트리스에게 2-5로 밀리며 힘겹게 출발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 등장한 '에이스' 오상욱이 막시메 피앙페티에게 순식간에 10-7 뒤집기에 성공한 뒤 8강전에서 부진했던 맏형 구본길이 과거 세계 1위였던 볼라드 아피티와의 3라운드에서 노련한 운영으로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15-7로 도망갔다.
박상원과 피앙페티의 4라운드 이후엔 격차가 20-9로 더블 스코어 넘게 벌어지며 그랑팔레를 가득 메운 프랑스 팬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두 자릿수 격차를 이어가던 한국은 오상욱이 수비가 좋은 프랑스의 베테랑 아피티를 상대한 6라운드에서 공세를 몰아치며 30-14로 달아났다.
박상원이 아피티와의 8라운드 초반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39-30까지 쫓기고, 40-30으로 시작한 9라운드에서 오상욱이 파트리스에게 41-36으로 추격을 허용해 한국은 막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의 기다리는 전략에 말리는 듯했던 오상욱이 타이밍을 되찾으며 한국은 고비를 넘기고 결승에 안착했다.
한편, 이날 준결승에선 한국 선수들의 월등한 실력 못지 않게 프랑스 선수들의 황당한 신경전 및 창피한 항의가 눈에 띄었다.
사브르의 경우 두 선수가 동시에 공격을 성공하면 먼저 공격을 감행한 선수에게 점수가 주어진다. 이 때 심판들이 정확한 판정을 보기 위해 비디오를 보거나, 선수들이 판정을 번복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
하지만 프랑스 선수들은 이런 비디오 판독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심판을 향해 공격적인 자세를 계속 취했다.
특히 세바스티앵의 경우엔 5라운드 구본길과의 대결을 마치고 프랑스가 13-25로 거의 더블 스코어 리드를 당하자 피스트를 떠나면서 심판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세바스티앵은 오상욱과의 9라운드가 끝나 패배가 확정된 뒤에도 심판들을 노려보며 불만을 표시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저질렀다.
프랑스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도 신경전을 벌였다. 다만 한국 선수들이 이에 맞대응하지 않고 피스트 위에서 실력으로 개최국 선수들을 제압했다.
한국 선수들의 월등한 기량에 프랑스 선수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한국은 헝가리를 이기고 우승할 경우,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2012년 런던,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에 이어 이 종목 3연패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개인전에서 우승한 오상욱은 단체전에서도 은메달을 확보하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멀티 메달 주인공이 됐다. 결승전에서 이기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이자, 한국 펜싱 역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이 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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