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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與 최다선 주호영 “총선 패배, 이종섭·명품백만 얘기하면 당 문제 눈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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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 말한다] [3] 주호영 국회부의장

조선일보

주오영 국회부의장이 25일 국회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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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최다선(6선)인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 부의장은 21대 국회 때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두 차례 지냈다. 이명박 정부 때는 12년 만에 부활한 특임장관(정무장관)을 맡아 찬반 대립이 극심했던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다루는 등 ‘당정(黨政)·여야(與野) 조율사’ 역할도 했다. 주 부의장은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호주 대사, 명품 백 문제도 총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당이 가진 문제점에 눈감는 것”이라며 “한동훈 대표는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이 가진 문제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선 패배의 제1 원인은 국민의힘에 있다는 건가.

“여당이 선거에 이기려면 좋은 정당 조직, 좋은 후보, 좋은 정책, 그리고 좋은 당정(黨政) 관계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이런 부분에서 민주당을 앞선 게 하나도 없었다. 선거를 치를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본다. 지난 총선에서 우리가 108석을 한 것도 실력보다 많이 얻었다고 본다.”

주 부의장은 이유를 들어보라며 펜을 꺼내 종이에 써가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비교했다.

“민주당 당원이 245만명인데, 국민의힘은 84만명이다. 두 당의 공천 시스템 차이와 관련 있다. 민주당은 2004년부터 원칙적으로 경선을 한다. 정치인들이 선거가 없는 해에도 죽기 살기로 당원을 모집하고 관리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낙하산 공천이 적잖게 이뤄지다 보니 당원 관리가 건성이다. 교육·홍보에서 민주당에 밀릴 수밖에 없다. 공천룰이 투명하지 않으니 20·21대 총선 때는 공천 대란도 겪었다.”

–당 지도부도 자주 바뀐다.

“조직 실무를 총괄하는 당 사무총장만 해도 1년에 두세 번 바뀌는 게 기본일 정도다. 그마저도 사무총장들이 장래에 원내대표 등 다른 정치적 목표가 있으니 당협위원장들에게 조직 관리 등과 관련해 싫은 소리를 안 한다. 총선이 없는 해엔 의원들에게 조직 관리를 하라고 독려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정당 조직 체계나 기율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내가 경험한 국민의힘은 평소 당협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없다시피 하다. 총선 때 평가를 한다고 해도 채점 기준이 불분명하다. 반면 민주당은 의원들의 국회 상임위 참석 여부,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개최 횟수까지 다 점수화한다. 정책은 어떤가. 지금 우리 당에서 누가 책임지고 정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여당 시절 당정 관계에서도 실패한 경우가 많지 않았나.”

–민심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정당의 최종 목표는 민심을 얻는 것이다. 특히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심을 살피는 데 부족하단 건가.

“최근 한 직능 단체가 주최한 전국 단위 행사에 갔더니 민주당에선 의원 6명이 참석했는데 우리 당은 한 명뿐이었다. 민주당은 조(組)를 짜 관리하나 싶을 정도로 1년에 몇 번씩 직능 단체와 정책 간담회도 한다. 국민의힘은 방치했다가 선거 서너 달 앞두고 부랴부랴 찾아간다. 직능 단체 회원들이 어느 당에 투표하겠나. 의원들 풍토를 바꿔야 한다.”

–민주당과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건가.

“모든 면에서 우리가 게을렀다고 본다. 선거 때 ‘떴다방’식으로 요행을 바라는 선거는 그만해야 한다.”

–한동훈 대표는 ‘변화’를 강조하는데.

“기성 정치 문화를 변화시키려 한다면 당내 파벌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정치인에게 자기 계파를 만들고 싶은 유혹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파벌을 만드는 순간 당대표에 반대하는 파벌이 공식화된다. 당 사무총장도 임기를 보장해 주는 등 당대표 개인보다 당을 위해 일할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과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당의 장점은 민심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여당은 용산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용산은 여당이 앞서 나가게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가 화합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양패구상(兩敗俱傷·둘 다 패배하고 다침)이 될 것이다.”

–정부·여당은 항상 당정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해왔는데.

“정부와 여당은 예민한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진 주로 현안에 대한 정부 방침을 여당에 설명하는 식이었다. 정작 해병대원 순직 사건, 명품 백 논란 등 예민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한 당정 협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여당이 이런 문제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채 어디선가 결정한 방침대로 따라가면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민심에 직결된 이슈를 다루는 당정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정무장관 신설하겠다는데.

“이명박 정부 때 12년 만에 정무장관실(특임장관실)이 다시 만들어졌다. 그러자 정부 발의 법안의 국회 통과율이 그전보다 4배 늘었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여당과의 소통에, 정무장관은 대야 소통에 주력했다. 특임장관실 직원이 50명 남짓이었는데 야당과 신뢰가 있는 사람들을 많이 등용해 업무에 투입했다.”

–야당이 정무장관 신설에 협조할까.

“정무장관은 필요하다. 다만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려면 야당의 동의가 필요한데 발표 전에 야당과 상의를 했었다면 좋았을 거다. 사전 협의가 없었다면 발표 방식이 정무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특임장관을 할 때 정치권과 소통이 됐나.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다는 소문이 돌자 당시 여당 의원 10여 명이 모여 반발 조짐을 보였다.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대안 인사를 추천해달라고 소통했다. 만약 추천 인사가 지명되기 어려울 것 같으면 일일이 추천을 한 인사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 달 뒤 대통령이 애초 인사안대로 법무 장관 인사를 했지만, 여당 내 반발이 거의 없었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의원들과 자주 소통해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당이 21대 총선에 참패하고 나서 원내대표를 맡았다. 맨 먼저 청년 당원과 함께 당 차원의 헌혈에 나섰다. 헌혈증 1500장을 모아 적십자사에 전달하니 깜짝 놀라더라. 또 의원들 세비 30%를 6개월 동안 모아 기부했다. 호남에 내려가 수해 복구를 했더니 그 주에 정당 지지율이 7% 올랐다. 국민은 의원들이 자리를 감투로 생각하고 건방을 떠는지, 봉사하려 노력하는지 다 안다. 국민이 우리 당에 감동하거나 책임 있는 정치 세력으로 느낄 만한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재를 찾아야 한다.”

☞주호영

1960년생으로 영남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24회)에 합격해 판사를 하다가 2004년 17대 총선 때 대구 수성에서 당선돼 내리 6선을 했다. 재선 의원이던 2009년 이명박 정부 초대 특임장관을 맡았다.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아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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