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부장 직급을 단 것이 인생 최고의 업적이고, 서울에 아파트를 하나 소유했다고 으스대는 인물이다.
그야말로 '꼰대'(권위적인 사고방식의 어른)인 이 남자가 갑자기 회사에서 쫓겨나고, 부동산 투자에도 실패하게 되면 어떻게 변할까?
웹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
웹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꼰대'라고 분류되는 고지식한 중년 남성이 뒤늦게 세상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김 부장은 겉보기에는 남부러운 것 없는 사람이다.
입사 후 25년간 근속하며 동기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승진해왔고,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서울 소재 아파트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자기 성공비결이 그저 자신의 노력과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자기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 몸을 갈아 일하지 않는 부하직원, 취직 대신 자영업자가 되겠다는 아들을 깔보고 잔소리를 퍼부어왔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던 대기업 부장이라는 직함은 희망퇴직과 함께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다.
매사 자신만만했던 김 부장이었지만,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밀려난 순간부터 약자가 돼버린다.
폼나지 않는 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여기저기 기업에 이력서를 써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
수억 원 상당의 퇴직금도 알량한 허세 때문에 미분양 상가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리고 만다.
그는 자존심 때문에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공황장애까지 겪는다.
그래도 남은 삶을 살려면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늘 남을 가르치는 입장이었던 김 부장은 이제는 배우는 위치로 옮겨간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무시했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얻는다.
웹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한 장면 |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에 전형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김 부장 이야기'는 하이퍼리얼리즘(초사실주의) 웹툰으로 분류된다.
부동산 관련 에피소드가 현실감 넘치는 데다가, 희망퇴직자가 느끼는 상실감과 막막함도 생생하게 묘사됐다.
하지만, 웹툰을 읽다 보면 어딘가 비현실적이라는 감상을 떨칠 수 없다.
이(異)세계 판타지보다도 더 판타지 같은 이상적인 성격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주인공의 아내는 남편이 일절 의논 없이 쓸모없는 상가를 분양받은 상황에 화를 내기는커녕 지혜롭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큰형은 자신이 운영하는 세차장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백수가 된 김 부장에게 일자리를 주고, 평소 김 부장이 무시하던 친구는 그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인물들 덕에 '김 부장 이야기'는 한 편의 우화로도 읽힌다.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살아왔던 이들이라면 이 웹툰을 읽으며 어딘가 뜨끔할지도, 은퇴 이후의 삶을 계획해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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