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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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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수입 멸균유가 답? 우유 품질 꼼꼼히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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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종류 다양…가격 외 요소도 따져봐야

우유 품질 중요…국산 인정 기준 까다로워

헤럴드경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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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수입산 멸균우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국내 우유 시장에서의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외에도 원유 품질과 신선도, 소비기한 등 조건에 맞춘 소비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 중인 우유 제품은 크게 ‘살균우유’와 ‘멸균우유’로 구분한다. 살균우유는 유해한 병원성 미생물을 사멸하기 위해 살균 및 균질화 처리만 거친다. 반면 멸균우유는 고온에서 고압으로 살균해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미생물을 제거한 우유다. 이 과정에서 병원성 유해 세균뿐만 아니라 우유 속 유산균 등도 죽을 수 있다. 다만 단백질이나 칼슘 등 주요 영양소가 변질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농업전망 2024’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전년 대비 18.9% 증가한 3만7361t(톤)으로 집계됐다. 주요 멸균유 수입국은 폴란드로, 전체 수입량의 88.8%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호주(4.1%), 독일(3.9%), 프랑스(2.2%) 순이다. 구매 이유로는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꼽혔다.

반면 국산 우유는 수입산 멸균우유보다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흰 우유 가격(104종 제품)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내산 흰 우유(살균 우유 기준) 900㎖는 최저가 1945원부터 최고가 4990원까지 형성돼 있었다. 930㎖ 제품은 최저가 1995원부터 최고가 4080원, 1000㎖ 제품 기준으로는 최저가 2740원부터 최고가 3690원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게 책정된 제품들은 칼슘 및 비타민 등 영양성분이 강화된 제품, A2단백질 또는 락토프리 제품, 유기농 제품,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제품 등이었다. 또 특별기획 상품으로 1+1묶음 할인 상품들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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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의 품절 안내문이 붙은 수입 멸균 우유 코너.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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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균우유끼리 가격을 비교한 결과 국내산 멸균우유는 수입산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수입산 멸균우유 제품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이마트 10종, 롯데마트 7종, 홈플러스 10종 제품이 비치돼 있었다. 수입 멸균우유는 1000㎖ 기준으로 최저가 1900원부터 최고가 5900원으로 판매 중이었다. 온라인상에서 판매되는 국내산 멸균우유의 1ℓ당 평균 가격은 2100원대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우유의 특성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 만큼 단순히 가격논리로만 경쟁력을 따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신선도와 소비기한도 살펴봐야 할 요소다. 국내산 살균우유는 착유 후 적정 온도로 바로 냉각시킨 다음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원유를 살균 처리만 거쳐 2~3일 내 유통한다. 신선식품인 만큼 유통기한이 11일~14일 정도로 짧고 냉장 보관이 필수다.

멸균우유의 경우 개봉 전까진 실온보관이 가능하다. 소비기한은 국내산이 12주, 수입산은 1년이다. 국내산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짧게 설정해 관능 품질을 높였다. 생산 후 12주가 지나면 유지방이 분산되는 크림화 현상이 발생해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경우 먼 거리, 장시간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만큼 유통기한이 길 수밖에 없다. 멸균우유도 개봉했다면 빠른 시일(48시간 이내) 안에 마셔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할 요인은 바로 우유의 ‘품질’로 꼽힌다. 원유의 품질은 젖소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체세포 수’와 착유 환경의 청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세균 수’로 결정한다. 국내 원유 등급 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국산 우유의 가장 높은 품질 등급은 1A다. 원유 1㎖당 체세포 수 20만개 미만, 세균 수 3만개 미만이면 1A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인 덴마크와 같은 수준이다. 또 다른 낙농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1㎖당 체세포 수 40만개 이하, 세균 수 10만개 이하)과 네덜란드(1㎖당 체세포 수 40만개 이하, 세균 수 10만개 이하)보다는 엄격하다.

또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세균질병과가 진행한 ‘2023년 원유 검사’ 결과 지난해 집유된 원유의 체세포 수 1등급 비율은 69.13%로 전년 대비 4.25%p(포인트) 증가했다. 세균수 1등급 비율도 99.59%로 전년 대비 0.05%p 증가했다. 목장 원유의 질은 매년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대부분 살균처리 방법을 표기할 뿐 원유등급 등 품질 기준을 확인하기 어렵다.

한편, 국내에서는 수입 유제품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유 소비량은 2001년 1인당 63.9t에서 2023년 83.9t으로 증가했지만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3년 45.8%로 감소했다. 자급률은 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 비중을 의미한다.

국내 우유 생산량은 2001년 233만8875t에서 2023년 192만9913t으로 약 40만t이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량은 65만2584t에서 248만612t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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