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33억원어치 필로폰 소지한 태국인 검거...일부는 수도권 등서 유통

수도권 한가운데서 53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그중 일부를 유통한 태국인이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세관 검역 과정에서 대규모의 마약이 밀반입되다 적발되는 사건은 종종 있지만, 이 정도 규모 마약이 수도권 주택가까지 침투한 것은 이례적이다.

태국인 A씨가 자택에서 캐리어 내부에 필로폰을 보관하고 있는 사진. /안양동안경찰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안양 동안경찰서는 태국 국적의 A(29)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최근 검찰로 송치했다. A씨는 경기 화성시에 있는 주거지에 약 16kg의 필로폰을 보관하고, 그중 2kg을 한국인 B(44)씨에게 판매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은 국가정보원과의 공조 수사로 A씨를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만난 B씨에게 마약을 특정 장소에 숨겨놓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B씨도 구속돼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2부(부장 기노성)의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반죽기에 다량의 필로폰을 숨겨 한국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반죽기 내부 빈 공간에 1kg씩 비닐 포장한 뒤, 외부를 필로폰 냄새가 나지 않도록 차단하는 방법을 썼다.

일반적으로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감안하면, A씨가 반입한 필로폰 16kg은 약 53만3000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533억원어치다.

A씨가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할 때 이용한 반죽기. /안양 동안경찰서

A씨는 2023년 2월 국내에 입국해 충남 아산 지역의 공장에 취업했었다. 그는 태국에 있는 총책에게 5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국제탁송화물로 밀반입한 마약을 소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총책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 지시를 받았고, 마약은 다른 외국인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밀수된 필로폰은 경기남부경찰청의 단일 압수물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경찰은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태국에 체류 중인 총책에 대해 인적사항을 특정, 국제공조를 통해 추적 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B씨는 A씨로부터 매수한 필로폰을 이미 국내에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한 차장검사는 “과거엔 외국인이 국내에 마약을 들여오더라도 외국인 커뮤니티 안에서 주로 소비가 이뤄져서 한국인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이제는 외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마약 도매상’ 역할까지 하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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