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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공매도 있었으면 로봇주 과열 없었다?”... 두산 사태, 동학개미 등쌀의 나비효과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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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두산로보틱스는 공매도(空賣渡) 치기 좋은 종목이었죠. 워낙 고평가돼 있었잖아요.” (국내 A자산운용사 대표)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대주주에게만 유리하도록 자회사를 뗐다 붙였다 한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의 공매도 금지가 이같은 상황을 부추겼다는 말이 나온다. 공매도는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파는 투자 기법으로, 매도를 동반해 주가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가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인정받은 덕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었던 건 공매도 금지로 공매도의 과열 방지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 영향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선비즈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및 전향적인 공매도 제도개선 추진을 밝히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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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억 적자 낸 로보틱스, 흑자 1조 낸 밥캣보다 비싸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 그룹이 연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자회사’ 밥캣에 대한 지분율을 46%에서 100%로 확대할 수 있었던 건 합병 과정에서 로보틱스의 높은 주가가 인정된 덕이다. 두산은 밥캣을 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끌어안으면서 밥캣 주주에게 밥캣 주식을 받고 대신 로보틱스의 주식을 쥐여주기로 했다. 밥캣 1주당 로보틱스 0.63주로 교환비율이 정해졌다. 로보틱스는 적자 회사지만 교환가액은 밥캣(5만612원)보다 60%가량 높은 8만114원으로 정해졌다.

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상장할 당시부터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적자 기업인데도 글로벌 산업용 로봇 1위 업체로 일본에 상장된 파눅(Fanuc)보다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했다는 이유에서다. 2만6000원에 상장한 로보틱스는 공매도 금지 직전까지 4만4800원이었으나, ‘로봇’ 테마를 타고 오르면서 지난해 말 12만1800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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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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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매도 있었다면… 로보틱스 주가, 현재보다 낮았을 것”

업계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없었다면 로보틱스 주가도 2021년 카카오뱅크처럼 흘러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5만3700원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지금의 로보틱스처럼 기업 가치가 너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9거래일 만에 9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기관 등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 카카오뱅크 주식을 빌리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가 9만원에 올라서기 직전에 기관이 빌린 카카오뱅크의 수량은 16주에 불과했는데, 9만원선을 터치하자 5004주로 뛰었다. 상장 한 달 후엔 하루 만에 234만주가 대차됐을 정도다. 공매도뿐만 아니라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대량 매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공매도 금지 직전(지난해 11월 3일) 2만1100원으로 떨어졌다.

공매도의 장점은 주가 과열을 방지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주가는 실적을 근거로 움직인다. 주가 조작 등으로 주가가 인위적으로 올랐다면, 공매도를 통해 적정 가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시행됐다면 로보틱스의 주가가 이렇게까지 올랐을까 하는 의문은 있다”며 “불법 공매도는 막아야 하지만 공매도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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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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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분 약한 공매도 금지에… 총선용 포퓰리즘 비판

금융위원회는 빌리지도 않고서 매도 주문을 내는 불법 공매도가 판치고 있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에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금융위가 이를 발표할 당시부터 전면 금지의 근거가 약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앞서 금융위가 공매도를 금지했던 건 총 세 차례로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유럽 재정 위기) ▲2020년(코로나19)이다. 모두 세계적인 위기가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쳤었던 때다.

당시 공매도를 금지한 이유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와 HSBC의 560억원대 불법 공매도가 적발돼서다. 당시 금융위는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을 불법 공매도 근절의 원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금융위의 기존 기조인 ‘공매도는 죄가 없다’는 것과 상반된 입장이었다.

이렇다 보니 공매도 전면 금지가 4·10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얘기마저 나왔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발표 한 달 전인 작년 10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개인 투자자들이 요청하는 대로 (공매도 제도 개선을) 다 해 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는 개인 투자자의 원성이 거세지자 당국은 공매도 금지라는 추가 조치를 내놓으며 항복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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