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4% 점유…10년수익률 최고 3~4%
연금투자 대세 TDF·‘숨은강자’ BF 강점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전한신 기자] 2005년 12월 시행된 퇴직연금제도가 올해로 20년이 됐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400조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다만,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임무 달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주요 사업자 별로 퇴직연금 운영 성과, 과제 등을 중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400조원 규모로 커진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적립금 규모는 전체의 5분의 1 수준으로 적지 않다. 증권은 전체 적립금의 절반에 달하는 은행 다음인 2위까지 올라섰다.
다만,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중장기 수익률 측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많다. 증권사의 DC(확정기여형)·IRP(개인형퇴직연금)의 2024년 2분기 기준 최대 5년 수익률은 5~6%대, 10년 수익률은 3~4%대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의 안정적 성격에 더해서 고(高)금리 기간이 이어지면서, 은행, 보험 등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피봇(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본격화되고 금리가 내려오기 시작하면, 주식을 중심으로 한 실적배당형 상품 운용에서 더 기회 요인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리금비보장·실적배당형에서 금투 두각
2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자료를 한국금융신문 KFT금융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종합하면, 2024년 6월 말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 증권사 14곳의 적립금은 94조512억원 규모다. 이는 전체 퇴직연금(394조2832억원) 규모 대비 23.9%를 차지한다.
증권사 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의 적립금이 26조612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증권(16조7324억원), 한국투자증권(14조572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때 계열회사 가입 비중 1위는 현대차증권(77.92%)이었다. 이어 증권사 중 한화(22.66%), 하나(15.70%), KB(12.84%), 신한(12.79%) 순이었다.
원리금 보장 상품 종류를 보면,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RP(환매조건부채권), 발행어음/표지어음, 예·적금, 금리확정형보험이 있다. 또 실적배당형 상품으로는 집합투자증권, 직접투자, 실적배당형보험 등이 있다. 원리금보장 상품 대비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24년 6월 말 기준 증권사 퇴직연금 사업자의 원리금비보장형 5년 수익률에서 개별 증권사 중 DC형은 하나증권(6.25%), IRP는 대신증권(5.65%)이 각각 1위였다.
또 증권사의 원리금비보장형 10년 수익률에서도 역시 하나증권이 DC형 4.02%, 대신증권이 IRP 부문 3.95%로 1위였다.
이 때 5년은 2019∼2023년, 10년은 2014∼2023년으로, 중장기 수익률은 수수료 차감 후 평균 수익률이다. 최근 10년 수익률 대비해서 5년 수익률이 높은 것은 증시 호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적배당형 적립금의 80%가 넘는 집합투자증권의 2023년 기준 최근 5년 간 구성에서 채권·채권혼합형 집합투자증권 투자 비중이 감소하고, 주식·혼합형 투자비중은 큰 폭으로 확대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DB(확정급여)형의 경우, 원리금보장형 기준으로 5년 수익률은 은행계인 KB증권(2.66%)이 1위였다. 원리금보장형 10년 수익률의 경우 역시 은행계인 KB증권·신한투자증권이 각각 2.44%로 1위였다.
장기로 투자하는 퇴직연금은 수익률만큼 중요한 부분이 저(低)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감원·고용부에 따르면, 금융투자 부문의 2023년 총비용부담율은 0.325%로 집계됐다. 이는 근로복지공단(0.078%), 손해보험(0.306%)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수익률을 보면, 실적배당형을 많이 담는 부문에서 증권 사업자 약진이 부각됐다.
사전지정운용제도는 2022년 7월 도입돼 1년 유예를 거쳐 2023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됐으며 이제 1년이 됐다. 가입자들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원리금보장 상품에 쏠린 퇴직연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분산시키고 장기수익률을 상승시키는 게 목표다.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초저위험으로 나뉜다.
금감원의 2024년 1분기 기준 디폴트옵션 1년 수익률 공시에 따르면, 전체 사업자의 고위험 부문 수익률 1위를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증권디폴트옵션고위험BF1'(22.87%)이 차지했다.
저위험은 역시 증권업계에서 삼성증권의 '삼성증권디폴트옵션저위험포트폴리오2'가 12.47%의 1년 수익률로 1위였다.
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 이후에도 예상보다 은행, 보험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money move)'가 크지 않았던 배경에는 지속된 고금리 기조 영향이 있다. 안정성 높은 은행 적금에만 넣어도 비교적 만족스러운 이자를 받을 수 있었던 만큼, 실적배당형을 선택해서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더불어 투자수익률을 좌우하는 운용 역량의 미흡함도 금투업권으로의 퇴직연금 자금 유입에 장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숨겨진’ 비용 없나…“합성총보수 꼼꼼히 확인”
금리인하기에는 현재 대비해서 연금도 원리금비보장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투업계에서는 퇴직연금에 대해 장기 적립식 펀드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승인 가능 상품은 원리금보장상품 이 외에도, TDF(타겟데이트펀드), BF(밸런스드펀드), SVF(스테이블밸류펀드), SOC(사회간접자본펀드) 등 네 가지 상품군으로 분류된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TDF의 경우,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로 생애주기에 따라 젊을 때는 위험자산을, 은퇴에 가까워져서는 안전자산으로 자산배분을 조정한다.
BF는 사전에 정해진 위험수준에서 자산배분을 하는 방식으로 가입자의 위험성향에 맞는 최적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특히, IRP 계좌는 최소 30%의 안전자산을 의무적으로 담아야 하는데, 주식형 ETF의 경우 이를 초과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TDF가 나머지를 채우는 대안 투자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금은 장기 투자인 만큼 펀드 선택 때 특히 비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예컨대, TDF의 경우에도 단순 총보수보다 피투자펀드 비용, 환헤지 비용 등까지 합산한 합성 총보수 비용을 살펴봐야 투자자가 실제 부담하는 수수료를 가늠할 수 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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