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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벤탄쿠르 '인종차별 발언' 생생한데…"손흥민 뜻 따를 것" SON 핑계 대는 토트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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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 달 전 소속팀 동료인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 대상으로 손흥민이 오른 것과 관련, 토트넘을 지휘하는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일단 손흥민의 뜻을 알아본 뒤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같은 런던 연고 프리미어리그 구단 첼시가 얼마 전 코파 아메리카 결승 직후 프랑스의 아프리카계 출신 선수들을 겨냥한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강력 대처하기로 한 것과는 결이 달라 향후 조치에 시선을 모은다.

19일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의 보도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였던 지난 18일 에든버러(스코틀랜드 1부)와의 맞대결 직후 열린 0기자회견에서 인종차별 사건 등에 얽힌 미드필더 벤탄쿠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앞서 우루과이 국가대표인 벤탄쿠르는 지난달 15일 우루과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뒤 자녀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토트넘 간판 선수는 당연히 손흥민인데 벤탄쿠르는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셔츠를 받을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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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벤탄쿠르가 내뱉은 본능적인 한 마디가 지금의 긴 파문을 몰고 왔다. 벤탄쿠르가 "쏘니 거? 쏘니 사촌 거는 어때?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친 것이다.

남미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들을 크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저질 농담이었고, 당연히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벤탄쿠르 입장에선 크게 개의치 않고 한 얘기였지만 한 번만 생각해보면 엄청난 실수라는 것이 드러난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소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라며 "내가 널 정말 좋아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나 다른 사람들을 상처 주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 거야. 사랑해 쏘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성의 없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글을 게시하고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이용한 데다 손흥민의 별명인 쏘니(Sonny) 대신 일본 전자회사 이름인 소니(Soy)란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16일 오전이 되면서 그의 사과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일부 우루과이 팬들을 제외하곤 이런 벤탄쿠르의 행동에 폭발했다. 제대로 된, 영구적으로 볼 수 있는 사과문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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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코파 아메리카를 준비하던 우루과이 대표팀 훈련 캠프에서 벤탄쿠르는 24시간 후 사라지지 않는 곳에 글을 적고 손흥민과 팬들에게 사과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과 대화했고,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해 손흥민은 이 사건이 단지 안타까운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며 "언론을 통해 나온 내 발언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난 다른 사람은 언급한 적이 없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썼다.

아울러 "다른 누구에게도 직·간접적인 불쾌감을 줄 의도는 아니었다. 모든 걸 내 친구(손흥민)와 함께 해결한 상태"라며 손흥민에겐 어느 정도 용서받았음을 알렸다.

다만 이 문제는 벤탄쿠르가 손흥민과 개인적으로 풀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손흥민을 넘어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모욕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대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래도 손흥민이 벤탄쿠르 발언에 어떤 자세를 갖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손흥민은 한 차례 뜻을 밝힌 적은 있다. 지난달 20일 소셜 미디어(SNS)에 "벤탄쿠르는 실수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벤탄쿠르가 내게 사과했다"며 "우리는 다가올 프리 시즌에 다시 모여 '원 팀'으로 싸워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에 대한 징계를 바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이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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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한 달이 넘도록 벤탄쿠르를 방치하고 있다. 지난달 손흥민의 글이 올라온 뒤 공식 SNS를 통해 벤탕쿠르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차별 방지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벤탄쿠르에 대한 자체 징계는 아직 내리지 않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도 아직은 미온적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이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를 시작했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으나, 한 달 가까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토트넘의 자세는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가 코파 아메리카 우승 뒤 프랑스 대표팀의 아프리카계 선수들을 비하, 물의를 일으키자 엄중 대처를 선언한 페르난데스의 소속팀 첼시와 180도 달라 향후 두 구단의 조치에 따라 팬들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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