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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금리 경쟁했더니, 이제는 올리라고"...은행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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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0.1%'가 아쉬운데 이상한 금리②

[편집자주] 은행에서 5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30년 만기로 받으면 0.1%포인트의 금리 차이로 갚아야 할 이자가 10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금융소비자에게 민감하지만 당국 정책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요동치는 대출금리를 파헤쳐본다.

머니투데이

7월 주요 은행 금리 인상 내역·계획/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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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속도 조절 기조에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연초엔 달랐다. 당시엔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갈아타기)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플랫폼 편의성과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흡수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2.86~5.63%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2.94~5.76%)과 견줘 상·하단이 모두 내려갔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이달 들어 0.05~0.20%포인트(P) 가산금리를 줬는데도 시장금리가 더 크게 하락한 영향이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거듭 올리는 이유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상반기 주담대 증가 규모는 26조5000억원으로 2021년 상반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5일부터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 현장점검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올해 초 주담대·전세대출 대환대출 서비스를 개시하고 금융당국의 뜻에 따라 대출금리 인하 경쟁에 집중했던 게 불과 반년전도 안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 경쟁으로 상생을 실천한다고 정부로부터 칭찬받았던 게 몇 달 만에 뒤집혔다"며 "당국의 금리 인상 압박이 없다 한들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관리하려면 금리 인상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연초에 갈아타기 시장을 주도한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점이 없어 비용을 줄인 만큼 대형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주면서 대환대출 고객을 흡수한 게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주택 관련 대출금리를 높여왔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411~5.676%,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는 3.50~5.43%로 나타났다. 둘 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2.86~5.63%)와 견줘 하단이 더 높다.

금리 경쟁력을 잃은 인터넷은행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여신 성장 목표치를 연초 제시했던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인터넷은행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준 성과와 중저신용자 대출 기준을 동시에 맞춘 노력을 봐달라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을 부동산 시장이나 관련 정책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인터넷은행권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이 이번달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는데도 가계대출이 느는 걸 보면 원인을 금융시장이 아닌 주택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며 "인위적인 금리 변화 때문에 오히려 기존 은행 고객들까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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