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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0 (금)

감독도 성장한다…실수 반복 않으려는 '최연소 사령탑' 이범호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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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리더십'에 더해 강한 메시지로 선수단 자극

양현종 조기강판·김도영 질책성 교체 등 결단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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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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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개막을 앞두고 우승 후보로 꼽히던 KIA 타이거즈의 '변수' 중 하나는 사령탑이었다. 스프링캠프 도중 갑작스럽게 감독이 바뀌는 돌발 상황과 함께 '초보'인 이범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코치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감독으로의 역량은 미지수였기에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정규시즌 반환점을 돈 현재까지는 KIA의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이범호 감독이 스스로 진화하면서 시즌 전 불거지던 우려를 지워내고 있다.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읽힌다는 게 긍정적이다. 사실 감독이라는 직책에 오른 이가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자신만의 생각이 확고히 잡혀있는 상황에서 현장 '최종 책임자'의 권력까지 쥐면, 자신의 변화보다는 선수나 코칭스태프의 변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지난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이 대표적이었다. KIA는 타선의 힘으로 4회까지 9점을 뽑으며 9-3으로 앞서갔고 마운드엔 양현종이 있었다.

통산 174승에 빛나는 양현종은 통산 다승 2위에 빛나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한 경쟁력을 발휘하는 KIA의 '토종 에이스'다. 광주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에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은 선수로 KIA 팬들은 '대투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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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양현종.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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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양현종이 6점 차의 리드에서 흔들렸다. 이미 4회에 3실점 했던 그는 5회에 다시 연거푸 안타를 맞고 2실점, 9-5로 추격당했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이성규에게 볼넷도 허용했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87구로 투구 수도 여유가 있는 양현종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통산 다승 1위를 향해 달려가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겨놓고 내려오는 상황. 쉽지 않은 판단이었다.

이 감독의 판단엔 이전의 '실패'가 깔려있었다. 14-1까지 앞서다 추격을 허용하며 15-15 무승부로 끝났던 바로 그 경기, 6월 25일 롯데전이었다.

당시 KIA의 마운드엔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있었다. KIA는 네일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큰 점수 차로 벌어진 것을 고려해 승리를 챙겨주려 했다. 그 결과 네일은 5이닝 9실점을 했고 이어진 불펜투수들의 난조로 '참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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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회 강판한 양현종을 뒤에서 끌어안고 있다. (티빙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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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KIA는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에서 필승조를 모두 쏟아붓고도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5회 흔들리는 양현종의 모습엔 당시의 상황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선수의 기분이다. 컴퓨터 게임이 아닌 실제 사람이 하는 경기이기에, 양현종 역시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을 터다. 실제 많은 사령탑 역시 이 지점에서 과감한 교체를 망설이게 된다.

이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양현종을 애교스럽게 뒤에서 끌어안으며 달랬다. 양현종의 표정은 심드렁했지만, 이 감독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류지현 KBS N 해설위원은 이 장면에 대해 "감독이 다른 선수들이 있는 공간에서 저렇게 표현하는 것도 대단한 모습"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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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감독과 김도영.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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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감독의 과감한 결단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는 지난 2일 삼성전에선 홈런을 친 김도영을 경기 도중 교체하기도 했다.

앞선 수비 상황에서 '본헤드 플레이'가 나온 것에 대한 질책성 교체였다.

여러 차례 불안한 수비를 보일 때도 신뢰를 이어가던 이 감독이었지만, 단순 실책이 아닌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엔 가차 없었다. 대상이 리그 최고 타자임에도 과감한 결단으로 선수단 전체를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 감독을 완벽한 사령탑라 칭할 순 없다. 그러나 적어도 냉철한 자기반성과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성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인정해야하는 젊은 지도자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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