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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얼마나 억울했으면…끝내 은퇴 결심한 이재영 "내가 하지 않은 일까지 인정하면서 배구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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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시절 이재영.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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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공항, 지형준 기자] 이재영, 이다영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1.10.16 /jpnews@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이재영(28)이 은퇴를 결심했다. 배구 코트를 떠난 지 3년이 된 상황에서 팬들에게 전한 글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은퇴 사유가 된 학교 폭력 혐의에 대해선 여전히 부인했다.

이재영은 지난 14일 자신의 팬 카페에 “그렇게 좋아했고, 제 인생의 전부였던 배구를 떠나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많이 힘들었고, 3년이 넘은 지금 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런 고민을 한 건 오래 전부터였는데 이제는 말씀드릴 때가 된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다”며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로 활약했던 이재영은 그러나 2021년 2월 쌍둥이 동생 이다영과 함께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배구 코트를 강제로 떠났다. 피해자의 폭로 이후 논란이 증폭되자 흥국생명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고, 대한배구협회의 무기한 출장정지 및 자격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후 이재영은 이다영과 함께 그리스로 건너가 PAOK 테살로니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2022년 초 왼쪽 무릎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같은 해 10월 페퍼저축은행에서 이재영 영입을 시도했지만 여론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쌍둥이 동생 이다영은 지난해 8월 프랑스로 출국하면서 “그 당시 자리에 같이 있지도 않았던 이재영이 제 잘못으로 큰 피해를 봤다. 쌍둥이라는 이유로 배구를 못하게 됐다. 그 부분을 바로잡고 싶다. 학폭 사건은 이재영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재영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잠정 은퇴 상태로 시간만 흘렀고, 이재영은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제가 선수로 뛰는 모습을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국내가 아니면 해외에서라도 뛰기를 바라는 팬들도 너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해외에서 오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 이후로 해외는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여전히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재영은 “무엇보다 제 마음속에 동기 부여가 생기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억지로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며 “복귀를 위해 논란에 대해 합의하길 바라시는 분들도 너무 많이 계셨는데 내가 하지 않은 일까지 인정하면서 다시 배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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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공항, 지형준 기자] 이재영, 이다영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1.10.16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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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공항, 최규한 기자] 배구선수 이다영이 5일 오전 프랑스리그 볼레로 르 카네 입단을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3.08.05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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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재영은 “저의 잘못은 사과하고 반성하지만 허위사실에 대해 정정해주고 바로잡아주지 않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닌 건 아니지라는 제 마음과 소신이 변하지 않았다. 이런 제 마음은 포기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배구하는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고, 그만큼 원 없이 했기 때문에 은퇴를 앞두고 미련의 마음이 크지 않다”고 했다.

계속해서 이재영은 “예상치 못했고, 힘든 과정을 통해 이렇게 내려놓게 됐지만 팬들께 글을 남기는 지금은 마음이 후련하기도 하다”며 “배구는 여전히 소중한 추억이지만 좋은 기억만 있진 않다. 너무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도 많이 있었다. 사실이 아님에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온갖 질타를 받는 고통의 시간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힘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배구로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로지 실력으로만 인정받기 위해 배구 하나만 생각하는 인생을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 되돌아보면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됐던 순간도 많다. 그럼에도 이 모든 순간을 웃고 울면서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팬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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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규한 기자] 흥국생명 시절 이재영.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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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시절 챔프전 MVP를 받은 이재영. /OSEN DB


코트를 떠난 지 어느덧 3년이 된 이재영은 “저를 기다려주시는 팬들에게 아쉬운 마무리를 전하게 돼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달라. 운동만 하면서 지냈던 때에는 주변을 깊이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제 자신을 살펴볼 여유도 없었는데 힘든 시간을 통해 많은 배움이 있었고, 오히려 감사할 것들도 많이 생각했던 시간이었다”며 “지금까지의 배구선수 이재영의 좋은 모습 그리고 멋지게 날아올랐던 저의 모습 잊지 말고 꼭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이재영의 제2의 인생도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선수로서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배구해왔고, 노력했던 것처럼 이후에도 부끄럽지 않은 이재영으로 살아가겠다”고 글을 맺었다.

선명여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된 이재영은 단숨에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첫 시즌부터 만장일치로 신인상을 받은 이재영은 2016~2017시즌, 2018~2019시즌 두 차례 정규리그 MVP에도 선정되며 최고 선수로 군림했다. 2018~2019시즌 챔프전 MVP로 흥국생명의 우승을 이끌었고, 베스트7에도 5차례나 선정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6년 리우 올림픽,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 올림픽 예선 등 주요 국제대회에도 꾸준히 뛰었다. 178cm로 공격수치곤 작은 키에도 엄청난 점프력과 탄력을 앞세운 타점 높은 스파이크가 트레이드마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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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선 기자] 흥국생명 시절 이재영.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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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선 기자] 국가대표 시절 이재영.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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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시절 이재영.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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