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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더욱 표류했다. 잠깐이나마 덜컹거리며 움직였던 전력강화위원회는 제시 마치 감독 불발 이후 무너졌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임생 총괄이사 선택은 2월부터 언급됐던 홍명보 감독. 정몽규 회장의 '톱-다운'은 없었지만, 이임생 이사 '단독 드리블'로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이 넘어갔다.
홍명보 감독은 이름이 언급됐던 2월부터 대표팀 감독직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불쾌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팬들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이임생 이사를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던 7월 5일 수원FC전이 끝나고 이틀 만에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임생 이사의 '빌드업 1위', '라볼피아나' 브리핑 이후 홍명보 감독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5개월 동안 대표팀 부임설에 손사래를 친 데 이어 협회까지 저격했는데, 돌연 모든 걸 뒤집은 선택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2021년 울산 감독 부임 후 쭉 홍명보 감독을 지켜봤다면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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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다수 국가들과 옆 나라 일본축구협회처럼 체계적인 시스템 속 장기적인 플랜의 대표팀을 만드는 것. 행정가 시절 탄탄한 프로세스로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을 총괄, 미래 지향적인 대표팀 구상에 노력했기에 고개는 끄덕여졌다.
하지만 한 가지 물음표가 떠나지 않았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은 각 클럽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을 선별해 뽑는 팀이다. 최근에 유럽으로 진출하는 사례들이 많지만, K리그가 없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리그가 없다면 대표팀도 없다. 유소년 레벨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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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저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는 말은 어떨까. 이 부분만 본다면 대표팀 감독은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자리이지만, 울산 감독으로는 그 정도 마음가짐까진 아니었다는 말처럼 해석될 수 있다. 대표팀 감독을 선택한 것에 "내 실수"라고 말한 것에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물론 홍명보 감독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는 안다. 하지만 대표팀은 K리그 위에 군림하는 팀이 아니다. 희생과 헌신을 이유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지지했던 팬과 팀을 등져선 안 됐다. K리그 인기가 점점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 리그 1위 경쟁팀 2연패 감독의 선택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어쩌면 그렇기에 "울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다시 한번 울산 팬들과 처용전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는 말이 팬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물론 홍명보 감독을 코너에 몰아넣고 벼랑 끝 결정을 하게 만든 협회도 비판받아야 한다. 아직도 유효한 'K리그 팀에서 대표팀 감독을 빼갈 수 있는' 규정만 봐도 이들의 구시대적 사고를 읽을 수 있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뿌리이자 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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