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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솔직히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는 홍명보 “답을 내리지 못하던 중 내 안에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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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입을 열었다.

홍 감독은 7월 10일 울산 HD FC와 광주 FC의 경기를 마치고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홍 감독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를 만나고 밤새도록 고민했다”며 “솔직히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간다고 하는 게 그랬다. 어떻게 할지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제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겼다. 나를 버렸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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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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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홍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 광주전에서 0-1로 졌다.

결과를 얻지 못해서 아쉽다. 홈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온 힘을 다했다.

Q. 대한축구협회(KFA)를 향한 비판이 떠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는데, 심경이 어떻게 바뀐 것인가.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다 아시겠지만 제 축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 가고 싶지 않았다. 10년이 조금 지났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고, 울산에서 3년 6개월 동안 좋은 시간도 있었다. 10년 전 국가대표, 축구인 홍명보의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2월부터 내 이름이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전력강화위원회, 언론을 통해 나온 것이 정말로 괴로웠다.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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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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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이임생 기술이사가 집 앞에 찾아왔다. 두세 시간 정도 기다린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고, 결국 이 이사를 만났다. 이 이사가 말한 건 ‘MIK(Made In Korea)’ 기술 철학이었다. KFA가 MIK 철학을 발표했을 때, 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KFA에서 행정 일을 하면서 그 일에 관심이 컸다. 하지만, 그걸 마무리 짓고 나오진 못했다.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많이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루지 못했다.

이 이사가 내게 그 이야기를 했다. 행정이라는 건 한계가 있다. 정책을 만들고 가장 중요한 건 실행이다. 실행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안에서 누가 가장 실행을 하는 게 좋으냐고 하면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이 이사가 해외에 가서 다른 감독 두 분을 만났고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저에게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이야기하고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 결정은 내리지 않고 이 이사는 돌아갔다. 저는 밤새도록 고민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간다고 하는 게 그랬다. 내가 어떻게 할지 답을 내리지 못했던 날이다.

이후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두려움이 가장 컸고, 어떻게 보면 이게 제 축구 인생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한 번 실패했던 그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팀을 정말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제가 이 이사를 만나고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한 이유다. 제겐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제가 ‘대표팀을 하지 않는다’라고 한 건 저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10년 만에 이제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즐거운 시간도 보냈는데, 결과적으로 여기서 저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긴 잠을 못 자면서 생각했던 건 저는 저를 버리기로 했다. 이제 저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우리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말한 마음을 바꾼 이유다.

Q. K리그 팀 감독을 맡고 있다. KFA 규정상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KFA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한 자는 구단이 거절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K리그 감독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나.

지금은 그 룰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도 많이 바뀌었고 예전같이 그 부분을 가지고 각 팀 K리그 감독을 데려간다고 하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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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사진=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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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판곤 위원장과 함께 만들었던 시스템을 버린 결과가 됐는데.

시스템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저는 이 이사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내가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서 만난 거지 시스템이 어땠다는 건 내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

Q.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2014 감독 홍명보와 지금 홍명보는 어떻게 다른가, 현재 대표팀의 전력은?

지금과 10년 전은 많이 다르다. 그때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험도 많이 부족했다. 축구 지도자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많이 하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냐면 그 재능을 어디에 올려놓느냐에 따라 많이 바뀐다. 헌신, 희생 위에 올려놓으면 이 재능은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기심이 있다면 그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일단은 얼마나 신뢰 관계를 쌓느냐가 중요하다.

Q.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유튜브에 자기 소신을 밝혔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다른 의견도 있는데.

영상도 봤고, 내용도 다 확인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커넥션을 통해서 굉장히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려움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축구계에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견들이 다 존중받으면서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그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포용해서 더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경기 마치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면서 팬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안 좋은 구호들이 나왔다. 별말 없이 그라운드를 떠나왔는데, 그 당시 생각과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는데...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 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한다는 건 원하지 않았다. 저의 실수로 인해 떠나게 됐는데, 정말 우리 울산 팬들에게 죄송하다.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마치고, KFA에서 일을 마치고, 울산을 선택했을 때 온전히 나만을 위해서 선택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그리고 축구만 생각하며 보냈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랬는데... 오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여러 가지 야유가 나왔는데 전적으로는 저의 책임이다. 다시 한 번 울산 팬들, 처용전사 이분들께 사과의 말씀드리겠다. 죄송합니다.

[울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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