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임희정. |
(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흥행 카드 임희정이 부활할 조짐이다.
임희정은 5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오픈 2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전날 6언더파 66타에 이어 이틀 연속 60대 타수를 적어낸 임희정은 중간 합계 9언더파 135타로 선두에 4타차 공동 5위를 달려 우승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임희정은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과 한국여자오픈을 포함해 5승을 올린 실력과 해마다 팬 투표로 주는 인기상을 2차례나 받을 만큼 경기력과 인기를 겸비한 스타 플레이어다.
임희정은 올해 들어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시즌 개막전에서 공동 27위에 올랐지만, 국내 개막전부터 내리 4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고 최근에도 3개 대회 연속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상금랭킹 77위, 평균타수 71위가 말해주듯 임희정의 경기력은 바닥권이었다.
어떤 선수보다 뜨거운 열성 팬들의 현장 응원은 이틀 만에 끝나버리는 일이 잦았다.
임희정은 "시즌 초반부터 이게 입스인가 싶을 만큼 퍼팅이 안 됐다"고 그동안 부진의 원인을 맨 먼저 퍼팅에서 찾았다.
퍼팅을 잘하는 편이었던 임희정은 올해 18홀 평균 퍼트 개수 117위(31.875개)로 처져있다.
형편없던 임희정의 경기력은 지난달 30일 끝난 맥콜·모나 용평오픈 때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임희정은 용평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첫 톱10 입상이다.
당시 2라운드 69타에 이어 최종 라운드에서 68타를 때려 이틀 연속 60대 타수를 쳤다.
임희정은 국내 개막전 두산 위브 챔피언십 때부터 용평오픈 전까지 매치플레이를 제외한 10개 대회에서 22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60대 타수는 한 번도 적어내지 못했다.
이날 69타를 친 덕분에 임희정은 최근 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쳤다.
뚜렷한 부활 조짐의 원동력을 임희정은 "작년부터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았다"면서 "이제는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임희정에게 스트레스의 뿌리는 2022년 당한 교통사고다.
자동차를 폐차할 만큼 큰 사고였는데 다행히 외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후유증이 길고 심했다.
가장 큰 후유증은 체중이 급격히 불어난 것이었다. 그는 "이유 없이 살이 쪘다. 약 때문인 것 같다. 똑같이 먹어도 살이 막 찌니까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스트레스 때문에 또 살이 찌는 악순환이었다"고 돌아봤다.
체중 변화는 당장 스윙에 나쁜 영향을 줬다. 매끈하고 일관성 있는 '임희정표' 스윙이 흐트러졌다. 당연히 성적을 낼 수 없었다.
임희정은 "성적이 나지 않고 몸이 좋지 않은데도 열심히 연습하면 나아질 거라는 생각에 쉬지도 않고 연습에 매달렸는데 그것도 나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성적이 나빠지자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게 무서워졌다. 잘해야겠다고 다짐할수록 성적은 더 나빠졌다.
임희정은 마음을 가다듬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들을 최대한 덜 만나고 나 자신에 믿음이 생길 때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는 임희정은 "결정적으로 머릿속에서 잘 쳤을 때를 지웠다"고 밝혔다.
잘 쳤던 전성기 때를 떠올리고 그때로 돌아가자는 생각 대신 "다시 시작한다고 마음먹었다"고 임희정은 설명했다.
심지어는 스윙도 바꿨다.
새로운 코치와 함께 예전의 기계적인 스윙 대신 공과 클럽 페이스가 맞는 순간에만 집중할 뿐 경로에는 집착하지 않는 더 자유롭고, 융통성 있는 스윙을 만들었다.
체계적인 운동 등으로 체중도 많이 줄였다. 시즌 초반보다 5㎏ 이상 감량했다.
임희정은 조심스럽게 부활을 자신했다.
지난달 용평오픈에 앞서 "잘 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는 임희정은 "다시 예전처럼 잘 할 수 있는 준비가 어느 정도 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때 전성기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던 경기력이 요즘 70% 가까이 올라왔다는 임희정은 "이번 대회도 성적보다는 나를 믿고 플레이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임희정은 '이번 대회에서 염두에 둔 순위가 어디까지냐'고 묻자 "가는 데까지는 가 보겠다"고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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