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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제주에서 은퇴하는 게 내 축구 인생 마지막 꿈” 제주 향한 정운의 사랑은 진심이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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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34)은 제주 유나이티드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6월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울산 HD FC의 경기는 정 운이 제주 유니폼을 입고 나선 200번째 경기였다.

정 운이 제주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 1월이었다. 정 운이 크로아티아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뒤 국내로 복귀한 때였다. 정 운이 이후 제주를 떠나 있었던 건 군 복무(2018.6~2020.1) 시절뿐이다.

제주 현역 선수 가운데 정 운보다 출전 기록 수가 많은 건 군 복무 중인 이창민(204경기)뿐이다. 정 운은 제주에서 202경기에 출전해 7골 15도움을 기록 중이다. 정 운은 왼쪽 풀백, 중앙 수비수 등을 오가면서 매 시즌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정 운은 “제주는 내 축구 인생의 전부”라고 고민 없이 말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정 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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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정 운.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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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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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의 200경기 출전 기념식.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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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6월 23일 울산전에서 제주 유니폼을 입고 200번째 경기에 나섰습니다. 제주 현역 선수 가운데서 정 운보다 출전 경기 수가 많은 건 군 복무 중인 이창민뿐이에요. 축구계는 정 운을 제주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부릅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를 돌아보면 이렇게 오랫동안 있을진 몰랐어요(웃음). 크로아티아에서 뛸 때도 한 팀에만 머문 건 아니었거든요. 중간중간 팀을 옮길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때마다 제주 잔류를 택했어요. 돌아보면 ‘그 선택이 옳았다.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는 제 축구 인생에서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팀이에요.

Q. 제주란 팀에 대한 애정이 정말 큰 듯합니다.

크로아티아에서 유럽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로 돌아왔을 때 큰 고민 없이 제주를 택했어요. 선택지가 제주뿐이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조건은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저 스스로 제주를 택했어요.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200경기 출전이 증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싶어요.

Q. 유럽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을 때 제주를 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제주란 팀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제주도란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당시 저를 원했던 팀 중엔 K리그1 명문으로 불리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선택은 예나 지금이나 제주예요. 제 축구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지 않나 싶습니다.

Q. 팀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하더라도 한 팀에서 이렇게 오래 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주의 리빙 레전드로 역사를 써가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제주 유니폼을 입고 2016시즌부터 활약 중입니다.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면 제주에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받고 있어요. 특별한 비결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늘 기본에 충실합니다. 훈련장에서부터 모든 걸 쏟아내요.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 개인 운동도 철저히 합니다. 그런 자세를 팀이나 동료들이 인정해 주지 않나 싶어요. 팀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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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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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주에 합류한 2016시즌부터 붙박이로 활약하고 있어요.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 운만의 비결이 있을까요.

저는 프로에 데뷔한 때부터 쭉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에게 만족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닌데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꾸준한 경기력으로 이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앞서서 제가 기본을 이야기했잖아요. 저는 구단 직원들에게 인사하는 것부터 훈련하는 자세 등 모든 부분에서 좋은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어요. 좋은 습관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 듯합니다.

Q. 좋은 습관이라... 정 운의 일과로 예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저는 훈련 30~40분 전엔 운동장에 나와요. 혼자서 개인 운동을 합니다. 경기 후 다음 날 회복 훈련이 아니라면 운동 후엔 웨이트 트레이닝도 합니다. 최소 30분은 해요. 습관을 이렇게 들였습니다. 안 하면 마음이 불편해요. 한다고 해서 힘든 것도 아니고요. 하루 훈련을 덜 하는 걸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남들보다 패스 하나라도 더 하려고 하는 게 좋은 습관이지 않나 싶습니다. 매일 남들보다 1시간은 더 땀 흘리는 것 같아요.

Q. 축구 외 취미도 있나요.

휴식일엔 보통 가족과 시간을 보내요. 가족은 제가 계속해서 뛸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거든요. 아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한 발 더 뛸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것 같아요. 시간 여유가 많을 땐 선수들과 골프를 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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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사진 맨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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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4시즌 전반기가 지났습니다. 어떻게 돌아봅니까.

김학범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고 치르는 첫 시즌입니다. 제주는 남기일 전 감독님의 색채가 강한 팀이었어요. 김학범 감독님이 오시고 감독님만의 색깔을 내는 중이지 않나 싶습니다.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부상자가 많아 감독님이 원하는 스쿼드로 경기를 치른 날이 적지만 그래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봅니다.

Q. 여름철 일정이 빡빡합니다. 1주일에 3경기를 치를 때도 있는데요. 이럴 때 몸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승리가 프로선수에겐 최고의 보약입니다. 경기에서 이기면 일정이 아무리 빡빡해도 힘든 걸 느끼지 못해요. 승리하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때와 패하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요. 그래서 패배한 뒤엔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끝나면 분위기가 확 가라앉거든요. 서로 격려하면서 지난 경기를 빠르게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듯합니다.

Q.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후배들에게 이야기해 준 것도 있습니까.

제일 중요한 건 자신감입니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해요. 경기장에서 자기가 가장 잘하는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단점은 최대한 감추고요. 개인적으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저 스스로에게 말해요. ‘나는 최고의 선수’라고.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으로 훈련장에서부터 땀 흘려야 합니다. 그래야 실전에서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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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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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주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축구에 대한 사랑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저는 축구가 여전히 재밌어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경기를 마치고 나면 늘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훈련하면 그조차도 즐거워요. 재밌습니다. 베테랑이지만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경기력이 더 좋아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Q. 지난 시즌까진 왼쪽 중앙 수비수로 뛰었습니다.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본래 포지션인 왼쪽 풀백으로 복귀했어요. 포지션의 변화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있죠. 김학범 감독님은 경기장에서 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믿어주세요. 편안하게 해주시죠. 제 플레이에 대해서 꾸짖음이랄까... 그런 것이 없다 보니 더 편안하게 제 기량을 보이는 것 같아요. 남기일 감독님이 계실 땐 감독님이 원하는 게 확고하셨거든요.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구현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내보일 수 있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Q. 본래 포지션으로 돌아오면서 공격 가담도 더 활발해졌습니다.

최근 들어 스리백으로 나서는 날이 있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는 거 같아요. 김학범 감독님이 워낙 편하게 해주셔서 서로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학범 감독님은 실수했다고 해서 꾸짖진 않으세요. 단, 감독님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용납하지 않습니다. 공격에 과감히 가담해 크로스를 올리거나 슈팅을 시도하는 등에 부담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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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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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학범 감독과 자주 소통하는 편입니까.

소통이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닌 듯해요(웃음). 감독님이 선수들을 엄청 편하게 해주려고 하세요.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와서 소통하려고 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과 소통하는 게 어렵진 않아요. 김학범 감독께선 선수들이 요청하는 게 있으면 최대한 들어 주려고도 하시거든요. 감사하죠.

Q. K리그를 향한 관심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주도 홈경기 관중 수를 늘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요. 제주에 처음 왔을 때와 현재의 홈구장 분위기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처음 왔을 때보다 열성적인 팬이 늘어난 것 같아요. 응원 문화도 점점 발전하는 듯하고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성적이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했을 때를 돌아보면 아주 많은 관중이 찾아주셨거든요. 확실히 프로는 성적이라는 걸 느낍니다. 동시에 성적과 관계없이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이 계실 때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Q. 성적은 모든 구단의 공통된 고민인데요. 2024시즌 유독 순위 경쟁이 치열한 듯합니다. 선수가 느끼기엔 어떤가요.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기기 어렵겠다’란 느낌을 주는 팀도 없어요. 평준화가 이루어졌다랄까. 제가 처음 제주에 왔을 땐 색깔 있는 팀이 많지 않았어요. 지금은 팀마다 색깔이 뚜렷합니다. 그래서 더 어려운 리그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또 K리그는 매 시즌 연봉 공개를 하잖아요. 울산이나 전북 현대를 제외하곤 일정 수준의 연봉이 보장되는 것 같아요. 모든 구단이 돈을 쓴다고 해야 하나. 시·도민 구단도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니까. 여기에 최대 세 팀까지 강등될 위험이 있잖아요. K리그1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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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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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주의 살아 있는 전설로 구단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정 운은 어떤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까.

음... 요즘엔 ‘제주란 팀에서 멋지게 은퇴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은퇴란 단어가 아직은 낯설지만 언젠가 현실로 마주하게 될 거잖아요. 제 축구 인생에서 제주란 팀은 정말 소중합니다. 그런데 제주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 ‘이 팀에서 은퇴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제주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거든요.

‘제주에서 멋지게 은퇴한 뒤에도 제주란 팀을 위해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Q.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물어보겠습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제주와의 계약이 만료되잖아요. 올여름 제주 팬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정 운의 재계약입니다. 계약은 민감한 부분이라서 100%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팬들에게 이와 관련해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정 운이란 선수는 제주란 팀을 정말 사랑한다는 거예요. 저는 제주란 구단, 지금까지 함께했던 감독님들, 팬들 등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더 제주란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은 꿈이 있어요.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당연한 건 없잖아요.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의 이런 마음을 구단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구단과 계속 교감을 하고 있어요. 제가 제주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다면 구단이나 팬 모두에게 뜻깊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와 제주 모두 더 오랫동안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제주에서 역대 최다 출전자는 김기동 FC 서울 감독입니다. 현역 시절 274경기를 뛰었는데요. 이 기록 넘어야 하지 않습니까.

사실 200경기 출전이란 것도 잘 몰랐어요. 200경기 출전이라고 해서 생각해 보니 매년 30경기씩 7년을 뛰어야 하더라고요.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오)반석이 형이 제주에서 198경기를 뛰었거든요. 반석이 형이 제주에 있을 때 이 팀에 정말 오래 있던 선수라고 느꼈는데 제가 200경기를 넘게 뛰고 있습니다.

욕심은 있어요. 팀의 기록을 향해 나아간다는 건 저를 더 땀 흘리게 만드는 또 다른 동기부여거든요. 제주에서 상징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는 꿈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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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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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 운에게 제주란 팀은 대체 어떤 의미인 겁니까.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 제주는 제 축구 인생의 전부인 것 같아요. 저는 가족과 제주도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팀, 도시 모두 완벽합니다. 팀에 대한 애정이 아주 커서 조금은 줄여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안 되더라고요. 놓고 싶은데 그게 안 돼요. 매일 생각합니다. 이 팀의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저는 제주가 좋아요.

Q. 제주도 생활에도 아주 만족하는 듯합니다.

완벽해요. 가족 모두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육지에 나갈 일이 거의 없죠. 제게 제주도는 제2의 고향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살고 싶은 곳이고요.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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