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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아이들 잘 챙겨줘 고마워, KS 우승해"…제2의 니퍼트 꿈꿨던 알칸타라, 선수단과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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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나 말고도 우리 가족, 특히 아이들과 잘 지내줘서 고마웠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기를 바란다."

두산 베어스에서 더스틴 니퍼트를 뛰어넘는 장수 외국인 투수를 꿈꿨던 라울 알칸타라(32)가 4일 선수단과 눈물의 이별을 했다. 두산은 4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KBO에 알칸타라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고, 새 외국인 투수 조던 발라조빅(26)과 총액 2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알칸타라의 대체자를 알아보는 작업은 지난 5월부터 시작했지만, 결별 통보는 급박하게 이뤄졌다. 미국에 있는 발라조빅과 4일 새벽 계약을 매듭지었고, 오후 2시에 알칸타라가 출근하자마자 방출을 알렸다. 두산은 오후 2시 30분 알칸타라와 결별 소식을 공식 발표했고, 알칸타라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라커룸에서 선수단과 인사한 뒤 짐을 싸서 떠났다.

알칸타라는 선수단과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자리에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알칸타라는 선수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나 말고도 우리 가족, 특히 아이들과 잘 지내줘서 고마웠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칸타라의 둘째 아들 로만(7)과 셋째 아들 빅토르(5)는 아빠가 잠실 홈경기에 등판하는 날마다 관중석에서 뜨거운 응원을 보냈고, 경기 뒤 라커룸 쪽으로 놀러 와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총액 150만 달러(약 20억원)에 재계약하고 호주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을 때 니퍼트를 뛰어넘을 수 있는 두산 장수 외국인 투수가 되길 희망했다. KBO리그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 기록은 니퍼트가 보유하고 있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8년을 뛰었다. 두산에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을 뛰면서 구단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남았고, 2018년 kt 위즈로 이적해 한 시즌을 더 뛰면서 리그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니퍼트는 통산 214경기, 102승(51패), 1291⅓이닝, 1082탈삼진,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알칸타라는 당시 "다시 한번 두산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가능한 오랜 기간 두산과 함께하고 싶다. 내가 7년 동안 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내 몸이 버티고 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 이상도 생각하고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알칸타라는 올 시즌을 완주하기 어려운 성적을 냈다. 지난 4월 팔꿈치 염좌 탓에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운 뒤로는 더더욱 구위가 떨어졌다. 12경기에서 2승2패, 64⅓이닝, 34탈삼진, 평균자책점 4.76에 그쳤다. 2020년 20승으로 다승왕에 오르고, 지난해 192이닝을 책임지며 리그 1위에 올랐던 에이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두산 관계자는 "구단은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강한 1선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알칸타라의 반등을 기다리기보다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으로 전력 강화를 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팀 사정상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본인도 이해를 하고, 나도 1년 반 동안 있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해준 선수기에 고마웠다. 내가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해해 달라고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이어 "이미 오래전부터 알칸타라가 부상을 당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준비를 했다. 언젠가는 준비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돌아와서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을 때 조금씩 그런 마음이 더 생기기 시작했다. 딱 어제(3일) 경기를 보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 전부터 알칸타라의 공이 맞아 나가고 상대가 그렇게 예전처럼 어려워하지 않고, 본인들의 스윙을 했을 때 위력이 떨어졌다는 걸 판단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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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칸타라와 3번째 시즌을 함께했던 선수들은 정든 친구를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주장 양석환은 "두산에서 꽤 오래 뛴 선수였기 때문에 우리도 그만큼 애정이 깊은 선수였다. 이렇게 마무리하게 돼서 좀 아쉽다. 알칸타라한테 아까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이 같이 크는 걸 옆에서 봐와서 아이들과 가정에 늘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가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이어 "알칸타라가 꼭 한국시리즈 가서 우승하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함께 끝까지 하면 좋았겠지만, 알칸타라의 그런 마음을 선수들이 잘 받아서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잠실 롯데전에서 알칸타라의 마지막 등판을 리드한 포수 양의지는 "좋은 추억이 있었는데, 알칸타라가 어려웠을 때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조금 더 미안하다. 그래도 아픈 거 잘 치료하고 또 빨리 봤으면 좋겠다. SNS로 자주 만나자고 이야기했다"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알칸타라의 뒤를 든든히 지켰던 3루수 허경민은 "그동안 많은 이별을 경험했지만, 이별은 항상 슬픈 것 같다. 올해 몸이 아프기도 하고 그래서 안 좋았지만, 잘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모습을 옆에서 봐왔다. 앞으로 미국에 가서 야구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응원하려 한다. 우리는 또 형제 아니겠나. 아이들도 너무 예쁘고 그래서 잘 지냈던 것 같다.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꼭 언젠가는 한번 다시 만나고 싶은 그런 선수"라고 했다.

투수 홍건희는 동갑내기 친구와 이별에 더 마음 아파했다. 홍건희는 "동갑이라 더 잘 지내는 친구였다. 실력은 이미 검증된 선수라 많은 기대도 있었고, 에이스로서 개인적인 심적 부담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부상으로 시작해서 성적이 안 좋다 보니까 이렇게 떠나게 됐는데, 그래도 같이 몇 년 함께하면서 엄청 성격이 밝고 착한 친구라 정도 많이 들었다. 가게 돼서 많이 아쉽고, 보고 싶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프로야구 판이 냉정하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알칸타라가 미국에 가서 어느 지역에서 야구를 하든 항상 멀리서나마 응원할 것이다. 서로 응원하기로 했다. 부상을 빨리 털어내고 멋있는 피칭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생 정말 많았다고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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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조 막내 김택연은 "굳이 먼 사이로 지낼 필요가 없으니까 보면 인사하고,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알칸타라와 따로 인사할 때 잘하라고 이야기했다. 알칸타라가 한국시리즈 가서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행운을 빈다고 했다"고 밝혔다.

국내 에이스 곽빈은 4일 경기 선발투수라 알칸타라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알칸타라가 내가 출근하는 도중에 간다는 소식을 들어서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다. 어제 경기 던지고 라커룸에서 잠깐 만났는데, 그때 사실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알칸타라도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고, 정말 성격도 좋고 잘 던지는 선수인데 부상으로 빠진 게. 나도 부상을 당해봐서 아는데 마음이 아팠다. 하고 싶은 인사는 SNS로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알칸타라를 전담했던 정태원 불펜포수는 선수들만큼이나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알칸타라는 평소에 장난도 같이 많이 치고, 많이 챙겨주려 했던 선수였다. 시즌이 끝나면 우리 불펜포수들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로 용돈도 조금씩 주고 그렇게 챙겼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같이 신경 쓰면서 약도 챙겨주고 그랬던 정 많은 선수였다. 캐치볼 할 때는 내 팔이 아플까 봐 신경 써 주기도 했다. 2년 동안 함께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인사하면서 고생했다고, 이제 좋은 곳에 가서 잘하고 잘 살라고 짧게 인사를 했다"며 함께 호흡을 맞췄던 날들을 추억했다.

두산은 이제 알칸타라와 좋은 추억만 남긴 채 후반기부터 외국인 원투펀치 조합을 새롭게 바꾸면서 총력전을 펼치려 한다. 두산은 일단 발라조빅과 현재 부상 재활 중인 브랜든 와델의 대체 선수로 후반기를 맞이하고, 브랜든이 건강하게 돌아오면 본격적인 선두 싸움을 펼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두산은 시즌 성적 46승39패2무 승률 0.541를 기록하며 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2위 LG 트윈스와는 0.5경기차, 1위 KIA 타이거즈와는 4경기차다. 두산은 알칸타라가 응원했든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총력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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