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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스포츠 라운지] “간절할 땐 닿지 않던 우승이 마음 비우니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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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속 우승 도전 ‘큐티풀’ 박현경

조선일보

KLPGA 투어 롯데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만난 박현경은 “3주 연속 우승 도전 자체를 즐기겠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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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생각해 보고 있어요. 그땐 그렇게 간절했는데도 그렇게 안 되더니, 요즘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까 왜 되는 거지? 좀 의아해요.”

박현경(24)은 4일 개막한 롯데오픈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과 30일 맥콜·모나 용평오픈 모두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2주 연속 연장전 승리는 투어 최초였다. 박현경은 당시 “연속 우승이라니,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21년 5월 통산 3승 이후 지난해 10월 네 번째 우승까지 2년 반 동안 준우승만 9번 했다.

지난 3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만난 그는 그 시기를 돌아보면서 “기회는 자꾸 오는데, 내가 진짜 기회를 못 잡는 선수인가 스스로 의심하면서 그땐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주변에 도와주시는 어른들과 대화하면서 방법을 찾으려고 많이 애썼다”고 한다. “간절함 때문에 더 긴장되고 경직됐는데, 조금 비우고 즐겁게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며 “이겨내려고 고민했던 긴 시간이 쌓여 지금을 만들었다”고 했다.

올 시즌 공동 최다승(3승)에 상금·대상 랭킹 1위를 달리는 그는 이젠 ‘기회를 붙잡는 선수’다. 투어 데뷔 후 연장전을 5번 치러 한 번 빼고 다 이겼다. “연장전에 들어가면 어차피 우승은 상대 아니면 나, 확률이 반반이라고 굳게 믿고 자신 있게 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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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이 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오픈 1라운드 2번홀에서 그린을 파악하고 있다./KL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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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시절 하루 12시간 공 2000개씩, 신발에 구멍이 날 정도로 훈련하는 노력파였다. “아무리 샷 연습을 많이 해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하는 샷을 못 하겠구나” 깨닫고 지난 동계 훈련 6주간 “운동이란 운동은 다, 진짜 골고루 많이 열심히” 하면서 체력과 근육량을 끌어올렸다. 작년까지는 드라이브샷 거리가 페어웨이 벙커에 딱 걸리기 일쑤여서 “어떻게 해서든 5m를 늘려 벙커를 걱정 없이 넘기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강하게 드라이버를 휘둘러 스윙 스피드를 최고로 높이는 훈련을 반복하다가 “몸 부서지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 결과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41야드(투어 38위)로 지난해(238야드·57위)보다 늘었고, 그린 적중률은 지난해 68.8%(53위)에서 올 시즌 77.8%(4위)로 높아졌다. “골프를 16년 해보니 뭐든 열심히 한 만큼 반드시 돌아오더라”며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훈련한 만큼 꼭 결과를 얻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캐디로 늘 함께하는 프로 골퍼 출신 아버지 박세수(55)씨도 “동계 훈련 잘하고 온 것 같다. 진짜 샷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박현경은 “스파르타식으로 골프를 가르치셨던 냉정한 아버지가 요즘은 전과 달리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을 얻는다”며 “경기 중에 아버지와 내 생각이 같을 때와 다를 때가 7대3 정도인데, 내 퍼팅 감이 좋을 땐 나를 믿고 감이 별로인 날은 아버지 의견을 많이 따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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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인성


박현경은 지난 5월 올 시즌 첫 우승을 거둔 직후 US여자오픈에 나서 공동 39위를 기록했다. “시야를 넓히고 반 단계라도 발전하고 싶었다”며 “우승 직후 출전해 샷 감각이 무척 좋은 상태였는데, 세계적인 무대에선 그 정도 샷 감각은 당연한 것이더라”라고 했다. “정상급 선수들은 그린 주변 쇼트게임이나 퍼팅에서 거의 실수가 없더라고요. 더 노력해야겠다, 겸손해지자고 생각했어요.”

2019년 투어에 데뷔해 통산 7승을 거둔 그는 “대상을 꼭 받고 싶고 상금왕, 다승왕 등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많다”며 “지금 여기 목표에 집중해서 이룬 다음에 해외 진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부터는 회원 수 4000명이 넘는 열성 팬클럽 ‘큐티풀’ 로고를 상의에 부착하고 경기한다. ‘큐티풀’은 영어로 큐트(cute·귀여운)와 뷰티풀(beautiful·아름다운)을 합친 말이다. “동반자 같은 팬들과 원 팀이라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현경은 4일 롯데오픈 1라운드를 선두와 4타 차 공동 13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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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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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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