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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클린스만 망언 폭발, 잉글랜드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조언 “5600만 팬들 말에 흔들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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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0만 명의 감독들이 잉글랜드에 있다. 당신은 이들에게 집중력이 흐트러져선 안 된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또 한 번의 망언을 쏟아냈다. 일견 듣기에 타당한 면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부진한 경기력으로 전세계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자국 국민들과 팬들의 말에 귀를 닫으라며 지지를 보낸 조언이기에 더욱 공분만 사고 있다. 특히 한국 축구대표팀 부임 당시 무색무취의 경직된 전술로 일관했던 이유가 이런 철학(?) 때문이었냐는 지적도 뒤늦게 나오는 무책임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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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전 감독이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에게 자국 팬들의 반응에 귀를 닫으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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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전 감독은 4일(한국시간) 영국 대중 언론 ‘더 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감독은 토너먼트에서 자신의 직감을 믿을 필요가 있다”면서 “본능을 믿고 결정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며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4-4-2 포메이션을 써볼 것을 권했다.

해당 칼럼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스페인이 4-2-3-1 포메이션을 통해 월드컵과 유로 등 주요 대회를 석권한 이후 많은 나라의 대표팀과 클럽들이 그 포메이션을 따라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후 “하지만 효과가 없다면 그것을 바꾸는 자세도 중요하다”라며 감독은 자신의 본능을 따라야 할 때가 있다는 논리로 위와 같은 4-4-2 포메이션을 추천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아마 많은 이가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스위스전에서 아이반 토니와 해리 케인이 투톱으로 나서는 4-4-2 포메이션을 써보길 원할 것”이라며 “내 생각에 이 포메이션은 먹힐 것 같다. 이것에 대해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면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자신의 본능을 믿고 인기가 없는 선택을 하는 결단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4-4-2 포메이션은 현대 축구에서 각광받지 못하고 있는 포메이션 가운데 하나다. 특히 뛰어난 2선 자원이 즐비한 잉글랜드의 경우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동시에 활용하기 위해 4-2-3-1 포메이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유로 대회 8강을 앞둔 지금까지 조별리그서 1승 2무에 그치며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16강전서도 한 수 아래 전력의 슬로바키아에 경기 내내 끌려다니다 주드 벨링엄의 극장 동점골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서 해리 케인의 결승골로 간신히 승리를 거두는 등 부진한 경기력으로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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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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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구닥다리 전술’로 여겨지는 4-4-2 포메이션을 택해 과감한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이 클린스만 전 감독의 주장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나 역시 항상 4-4-2 포메이션에서 뛰었는데 최전방에서 파트너가 있을 당시 장점들이 많았다”고 슬쩍 자신의 경험을 넣어 의견을 뒷받침했다.

현역 시절 독일 국가대표팀에서도 뛰어난 골잡이였던 클린스만 전 감독이지만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대는 1980~90년대다. 당시 유행했던 전술을 가져와서 3~40년이 지난 현대 축구에 적용하자는 주장은 힘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객관적인 경고와 함께 더불어 철저히 주관적인 조언도 쏟아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유로 8강 무대는 성패를 좌우하는 순간이다. 승리해서 준결승에 가면 모두가 당신을 존중하겠지만 패배한다는 것은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과 같이 축구계의 거대한 위치의 국가들에겐 용납할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잉글랜드의 8강 탈락은 큰 비판을 받게 될 결과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역대 최고의 스위스 팀을 상대하는 또 다른 드라마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라면서 “이제 아이반 토니나 콜 팔머 혹은 다른 누구든 기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땐 후회하게 될 것이다. 선발로 기용했던 모든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존중을 보여줄 수 없다”며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는 논리의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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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전 감독의 주장과 달리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고집불통으로 유명하다. 사진=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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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클린스만 전 감독의 주장과는 반대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번 유로 대회를 비롯해 잉글랜드 감독직을 맡은 오랜 기간 특정 선수와 포메이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유연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례로 최근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지난 21일 덴마크와의 유로2024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졸전 끝 1-1 무승부를 거둔 후 충격적인 발언을 하면서 잉글랜드 레전드들의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덴마크전 후 “우리는 칼빈 필립스의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아놀드의 미드필더 기용은 실험이다. 지금 잉글랜드의 경기는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패배의 이유로 꼽으며 떠올린 인물은 유로 2020 준우승 당시 대표팀 중원의 핵심으로 뛰었던 맨시티의 미드필더 필립스다. 당시 데클란 라이스와 함께 유로 대회 전경기에 출전했던 필립스는 이후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하며 전성기를 꽃 피우는 듯 했다.

하지만 불어난 체중과 자기 관리 실패 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이제는 아예 잊힌 선수가 됐다. 소속팀에서도 자리 잡지 못해 웨스트햄 등으로 임대를 떠났지만 거기서도 부활하지 못했다. 특히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한 이후에는 대표팀에도 소집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잉글랜드 대표팀의 전력 외 자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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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유로 2020의 주역이었던 칼빈 필립스의 공백을 여전히 메우지 못했다는 식의 인터뷰로 비판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사진=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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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필립스를 언급하면서 현재 선수들이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모욕감을 안긴 것이다. 더해 필립스의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벌써 2~3년은 훌쩍 지난 상황에서 그의 대체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식의 고백을 하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증명한 셈이 됐다.

그런데 반대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여론에 밀려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기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갔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훈련장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수들을 꼼곰하게 지켜보고 스위스전 선발 선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 두 명의 마음을 다치게 할지 몰라도 결정에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당신이 다양한 결정을 하길 바라는 5,600만 명의 감독이 잉글랜드에 있다. 당신은 이들에게서 집중력이 흐트러져선 안된다. 토너먼트에 들어간 팀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변화 없이 같을 수는 없다”며 거듭 국민 여론을 무시하더라도 선수 기용 및 전술 선택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클린스만 전 감독의 말이 옳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선수단을 조직하고 구성해서 현재 함께 훈련하면서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감독이 가장 옳은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집불통으로 알려진 사우스게이트 감독이라면, 또한 역시 비슷한 스타일로 한국 대표팀에서 실패를 반복했던 클린스만 전 감독의 말이라면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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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당당했던 이유가 있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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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0만명의 감독이 잉글랜드에 있다’는 함축적인 표현으로 클린스만 전 감독이 대표팀 축구팬들에게 갖는 시각이 드러난다. 국민들 하나하나가 전문가인 자신만큼 목소리를 높인다는 식의 비판적인 시선으로 팬들의 성원과 마음을 매도한 셈이다. 동시에 비전문가인 국민들이나 팬들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칼럼 전체의 시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주장은 결국 잉글랜드 팬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우스게이트 감독에 대한 뜬금없는 무한지지, 더해 근거도 없는 4-4-2 포메이션에 대한 재추천으로 귀결됐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스위스는 지난 몇 년간 특별한 측면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에 아주 까다로운 상대가 될 것”이라며 “잉글랜드가 스위스를 놀라게 할 필요가 있고 다른 걸 시도해야 한다. 그것에는 예전 유행했던 스타일의 (전통적인) 4-4-2 포메이션이 좋을지 모른다”며 훈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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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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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전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에도 4-4-2 포메이션을 즐겨 썼다. 하지만 상대 역습에 취약한 면모를 자주 노출했고, 경기 분위기를 내준 이후에도 선수 교체 등의 방법 외에는 전술적인 플랜B를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전술 훈련 등이 많지 않고, 감독이 디테일한 전술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른바 손흥민과 이강인 등 대표팀 에이스에게 모든걸 맡겨두는 ‘해 줘 축구’를 한다는 비판이었다. 결국 20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한국 대표팀이 패하면서 탈락하자 이후 클린스만 전 감독은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로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했다”며 선수들에게 온전히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궁지에 몰린 잉글랜드 대표팀의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겐 여론을 무시하고 자신의 직감대로 새로운 선수를 쓸 것을 추천하고 있는 모습. 그 선수 기용이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책임질 일은 없기에 내뱉을 수 있는 무책임한 조언의 향연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논리대로라면 결국 한국에서의 실패 혹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실패 가능성이나 주변의 조언은 감독 입장에선 의식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물론 따를 필요도 없는 일이다. 성공하면 자신이 그 영광을 모두 갖게 되는데 왜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주위의 조언을 따르냐는 식의 논리다. 결국 그런 책임감 없는 안일한 마음으로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음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 없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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