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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바둑] 응씨배, 신진서·박정환 등 우승전선 이탈… '맏형' 원성진만 8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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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원성진 9단(왼쪽)이 리쉬안하오 9단을 상대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초반부터 빠르게 반상을 채우고 있다.(상하이에서 엄민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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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엄민용 선임기자) '형님만 살아남았다.'

3일 중구 상하이 응씨빌딩에서 열린 제10회 응씨배 16강전에서 한국선수단이 최악의 성적표를 남겼다. 세계랭킹 1의 신진서 9단을 비롯해 박정환·신민준·원성진 9단과 김진휘 7단 등 5명이 우승 도전에 나섰으나 원 9단만 8강 진출에 성공하며 우승 행보를 이어갔을 뿐 다른 4명은 걸음을 멈췄다.

이날 대국 전 돌 가리기부터 불운의 기운이 감돌았다. 중국룰은 덤이 7집반으로 AI(인공지능)가 첫 수 형세판단에서 백의 6:4 승리를 점칠 정도로 백돌을 잡은 선수가 유리하다. 하지만 이날 흑과 백을 정하는 돌 가리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박정환 9단 외에 모두 흑돌을 쥐게 됐다. 흑으로서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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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 대국장 전경(상하이에서 엄민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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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은 중국의 젊은 강자 왕싱하오 9단의 철벽 방어를 뚫는 데 실패했고, 신민준 9단도 커제 9단의 노련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박정환 9단 역시 쉬자양 9단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며 패배의 아픔을 겪었다. 이날 패배 중 가장 아쉬운 승부는 김진휘 7단의 일전이었다. 이 대회에 첫 출전한 김 7단은 대회 다크호스답게 과감한 작전을 펼치며 중반 무렵까지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종반 들어 승부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번의 판단 착오로 역전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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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씨배 16강전이 열린 응씨빌딩.(상하이에서 엄민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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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 바둑의 체면을 살린 것은 '맏형' 원성진 9단이었다. 이번 대회 본선 진출자 가운데 최고령자(1985년생)인 원 9단은 리쉬안하오 9단을 상대로 초반부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인 끝에 상대의 대마를 사냥하며 이날 한국선수단에 유일한 승리를 안겼다. 자신이 왜 '원 펀치'로 불리는지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늙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맏형으로서 아우들의 아픔을 조금은 씻어내며 한국 바둑의 체면을 살린 승리이기도 했다. 4일 같은 장소에서 8강전을 치르는 원 9단의 상대는 김진휘 7단에게 역전승을 거둔 중국의 셰커 9단이다.

원성진 9단은 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신진서 등 한국 강자들이 모두 탈락해 아쉽다. 하지만 본선 8강 진출자라면 누구나 우승후보"라며 "상대가 누구든 두렵지 않고 내 바둑을 두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한편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출범해 이후 4년마다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의 우승 상금은 40만 달러(약 5억6000만 원)다.

사진=상하이에서 엄민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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