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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롤링 페이퍼·사인 유니폼 액자 선물에 감격, 日 독립리거의 '뜨거운 눈물'..."재밌게 야구하고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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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모든 분들이 형들처럼 잘 대해줘서 정말 재밌게 야구하고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SSG 랜더스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가 뜨거운 눈물과 함께 작별 인사를 고했다.

SSG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시라카와와의 계약 종료 소식을 알렸다. 구단은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시라카와와의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부상에서 회복한 기존 외국인 선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남은 시즌을 치르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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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고척 키움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던 엘리아스가 몸 상태에 이상을 느꼈고, 좌측 내복사근 부상으로 6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SSG는 엘리아스를 재활 명단에 올렸고, 5월 22일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활용해 시라카와를 영입했다.

2020년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 입단한 시라카와는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으며, 올해 6경기 29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2.17 31탈삼진을 마크 중이었다. 최근까지 경기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실전 감각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시라카와의 해외 리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라카와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던 이유다.

시라카와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1일 고척 키움전에서 5이닝 3피안타 4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두 번째 등판이었던 7일 사직 롯데전에서 1⅓이닝 7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8실점(7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았지만, 이후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가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시라카와의 6월 성적은 5경기 23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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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엘리아스가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이면서 복귀 준비를 마쳤고, SSG는 선택의 시간을 맞았다. 규정상 엘리아스, 시라카와가 함께 남은 시즌을 보내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드시 한 명만 선택해야 했던 SSG는 오랜 시간 고민을 이어갔고, 결국 엘리아스와의 동행을 택했다.

SSG 관계자는 "(시라카와 영입 당시) 교체 선수가 아닌 대체 선수였기 때문에 시작 자체는 엘리아스의 대체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시라카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시라카와와 계속 동행하게 될 경우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한 장 소진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또 (팀을 떠나는 선수가) 상대 팀으로 만났을 때 어느 선수가 좀 더 위압감이 있는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구단 관계자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두 선수가 등판한다고 가정하고 비교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를 놓고 판단했고,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엘리아스가 더 안정적이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엘리아스가 재활 기간에 정말 열심히 했고, 최대한 빨리 복귀하기 위해 열심히 재활에 임했다. 두 차례의 퓨처스리그 등판을 통해 엘리아스의 기량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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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시라카와가 경기력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고, 팀 구성원들도 적극적으로 시라카와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도왔다. 그만큼 시라카와도, 팀 동료들도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가까워졌고, 작별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는 '감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으며, 타 팀 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지난달 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취재진을 만난 시라카와는 "(인기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댓글이 전부 한국어라 이해하진 못하는데, 인디고삭스에 있던 한국인 동료가 그걸 해석해서 SNS로 보내면서 계속 '감자'라고 놀린다(웃음). 일본에선 감자라고 불리는 게 특별한 의미가 없어서 잘 와닿지 않았는데, 한국에선 귀엽다는 의미로 통하는 것 같아서 매우 기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SSG는 시라카와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선수들은 2일 창원 NC전이 우천으로 취소된 이후 그라운드에 나와 시라카와와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라카와의 KBO리그 첫 승(6월 1일 고척 키움전) 라인업 카드에 작성한 롤링 페이퍼와 사인 유니폼 액자를 시라카와에게 전달했다. SSG는 이날 구단 공식 유튜브를 통해 선수들의 롤링 페이퍼 작성 및 사인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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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깜짝 선물에 놀란 시라카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시라카와는 "처음 왔을 때는 하루빨리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돌아가는 게 너무 아쉽다"며 "팀에 2승 정도밖에 공헌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부산 경기(6월 7일 롯데전) 때 모두가 격려해 주셔서 좀 더 힘을 내서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대로라면 내 차례에 연승을 해서 팀에 보탬이 됐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라며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분이 잘 대해주셔서 한국을 떠나는 게 정말 아쉽고 슬프다. 모든 분들이 형들처럼 잘 대해주셔서 정말 재밌게 야구하고 돌아가는 것 같다. 일본에 오시게 된다면 연락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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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SSG와 남은 시즌을 함께하게 된 엘리아스는 3일 창원 NC전에서 선발로 나선다. 5월 12일 광주 KIA전(더블헤더 1차전) 이후 52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SSG 랜더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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