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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와해된 전력강화위원회...다시 고개 드는 정몽규 회장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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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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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이 거세다.

축구 대표팀 사령탑 검증을 담당했던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이 마비됐다. 책임자인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일부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위기를 맞았다. 감독 최종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에서 정 위원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마비된 기능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끝나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대한축구협회는 새 사령탑을 물색 중이다. 정 위원장이 전력강화위원회의 책임자를 맡아 감독 선임을 주도했다. 하지만 성과를 내진 못 했다. 3월에 이어 6월에도 임시 감독 체제로 치렀다. 6월 A매치를 앞두고 제시 마시 감독, 헤수스 카사스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전력강화위원회는 협상 권한이 없었고 끝내 계약 조건을 좁히지 못하며 선임에 실패했다.

5년 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선임 과정과 비교가 된다. 당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현 울산 HD 감독),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현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은 감독 선임에 권한과 책임을 모두 가지며 협상을 주도했다. 공정하고 상식적인 과정에 따라 벤투 전 감독을 선임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권한 축소의 여파가 이어졌다. 2021년 7월 개정된 대한축구협회(KFA) 정관(제52조 1항)에 따르면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조언 및 자문에 그친다. 협상에 개입할 수 없기에 면접 과정에서 계약 조건을 조율할 수 없다. 지난해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전력강화위원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에 정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정 회장은 이를 두고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선임할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고 해명했으나 의혹은 여전하다.

1년 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5개월 동안 감독 선임에 공을 들였지만 연이은 실패를 맛봤다. 현직 K리그 지도자들을 후보군에 올렸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또,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황선홍 감독(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에게 3월 A매치 임시 사령탑을 무리하게 맡겼다가 1984년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했다. 부정적인 여론 속에서도 사령탑 선임에 공을 들였으나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정 위원장의 사퇴 시기에는 갑론을박이 있다. 책임자로서 중요한 시기에 물러나는 것에 비판의 시선도 있다. 다만, 정 위원장이 감독 선임 과정에서 한계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정 위원장의) 사퇴는 무언가 일이 있었던 거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였을 것”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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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기술 철학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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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임론

의혹이 커지자 정 회장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전달하는 것은 사실상 경질이나 다름없다. 정몽규 회장이 원하는 감독을 내정해뒀으나 전력강화위원회가 의중과 다른 감독을 추천하자 정 회장이 전력강화위원회 자체를 불신하고 부담스러워했다”면서 “축구 지도자들을 더는 들러리로 활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4개월 넘는 시간 동안 검증 과정을 거친 전력강화위원회가 아닌 대한축구협회 주도로 선임이 이뤄지면 제2의 클린스만 사태가 나올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의 주도로 감독 선임을 이어간다. 이 기술이사는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도 참여한 만큼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임자다. 2일 해외로 출국해 감독 최종 후보군과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7월 중 선임은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수뇌부가 또다시 감독 선임 과정에 개입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국 축구의 위기는 계속된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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