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탑픽]
미국 반도체주와 엔비디아 주가가 조정을 받자 서학개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싹쓸이 매수에 나섰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에서 서학개미들의 주간 순매수 규모가 12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3월6~12일 사이의 순매수 규모 7억8646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올해 최대 규모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주간 순매수 규모가 10억달러를 넘어서기는 머니투데이가 집계를 시작한 2022년 1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와 애플 등 대형 기술주에 대한 차익 실현도 만만치 않게 이뤄졌지만 엔비디아를 비롯해 주간 순매수 규모가 1억달러가 넘는 종목이 4개나 되면서 미국 증시 전체적으로 압도적인 순매수가 나타났다.
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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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6월20~26일(결제일 기준 6월24~28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12억85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0.2%, 나스닥지수는 0.3% 내려갔다. 이후 지난 6월27~28일 이틀간 S&P500지수는 0.3%, 나스닥지수는 0.4% 추가 하락했다.
지난 6월20~26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였다. SOXL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한다.
서학개미들은 SOXL을 직전주까지 7주 연속 순매도하다 8주일만에 3억5175만달러 순매수했다. SOXL이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안에 포함되기는 지난 4월17~23일 주간 이후 처음이다.
ICE 반도체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는 지난 6월20~26일 사이에 5.3% 급락했다. 이에 AI(인공지능) 수혜가 지속되며 반도체주가 반등할 것으로 확신한 서학개미들이 SOXL에 대거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반도체주 조정은 6.8% 급락한 엔비디아가 주도했다. 엔비디아 역시 주가가 하락하자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몰렸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6월20~26일 동안 엔비디아를 두번째로 많은 3억3636만달러 순매수했다.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도 2억4136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NVDL과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티렉스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타겟 ETF(NVDX) 역시 1474만달러 순매수됐다.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에 베팅한 순매수 규모만 5억9246만달러로 한 주간에 6억달러에 육박한 셈이다.
6월20~26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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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의 AI 칩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는 D램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1억755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6월26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둔 마이크론을 25일까지 6000만달러 이상 순매수했다. 실적 발표 당일인 26일에도 마이크론을 5000만달러 이상 순매수했는데 실적 발표 전후 규모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다만 마이크론은 26일 장 마감 후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하고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7% 이상 급락했는데 이 때 주가 하락을 틈탄 순매수세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학개미들은 브로드컴도 4718만달러 순매수했다.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에 네트워킹 칩을 공급하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자체 AI 칩 설계를 지원하고 있어 AI 수혜를 입고 있는데다 오는 12일 장 마감 후에 10 대 1로 주식 분할을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의 TSMC ADR(미국 주식예탁증서)과 AI PC와 AI 스마트폰이 늘어날 때 수혜가 기대되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 홀딩스 역시 각각 2153만달러와 1873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반도체 관련 종목이었다.
미국 증시가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은 있지만 AI 수혜주가 너무 많이 올라 개별 종목 투자가 부담스러운 서학개미들은 증시 전체에 투자하는 주가지수 ETF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SCI ACWI ETF(ACWI)가 6693만달러 순매수됐다. 또 S&P500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와 뱅가드 S&P500 ETF(VOO)가 각각 2210만달러와 1705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6월20~26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
반면 서학개미들은 직전주까지 2주 연속 순매수했던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를 가장 많은 6247만달러 순매도했다. SOXS는 ICE 반도체지수가 하락할 때 3배 수익을 낸다.
서학개미들은 반도체주가 하락하자 추가 조정을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SOXS를 차익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조정을 받을 만하면 금세 전 고점을 뚫고 올라가는 반도체주의 강력한 모멘텀을 경험한 터라 반도체 인버스 ETF를 오래 보유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6월20~26일 사이에 두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주가가 170달러 중반대를 넘어선 지난 6월6~12일 주간부터 순매도 상위 10위권에 진입해 3주째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가가 180달러를 회복한 직전주에 2735만달러를 순매도했고 이어 주가가 190달러선까지 회복한 지난 6월20~26일 사이에는 5838만달러로 순매도 규모를 늘렸다.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도 1308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주 AI 반도체주들이 주춤한 사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아마존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주들에 대해서도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2664만달러, 애플은 2448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2275만달러 순매도됐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AI 데이터 분석업체로 각광받고 있지만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으며 1769만달러 매도 우위로 2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칩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려 애쓰고 있는 AMD는 서학개미들이 선호하는 AI 수혜주에 포함되지 못한 채 1483만달러 순매도됐다.
전력 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설계하는 뉴스케일 파워가 1342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뉴스케일 파워는 올들어 주가가 255% 폭등했다.
서학개미들은 대표적인 밈 주식인 게임스톱도 1062만달러 순매도했다. 게임스톱은 지난 6월6일 주가가 하루에 47% 폭등하며 46달러를 넘어섰다가 현재는 24달러선으로 폭락한 상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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