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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책임은 네가 권한은 내가?' 아직도 감독 찾는 KFA, 이임생 체제 전환..."근본적으로 생각해" 홍명보 일침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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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포항, 고성환 기자] "우리가 지금 왜 이 시점에 감독을 뽑아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휘청이는 대한축구협회(KFA)를 향해 귀중한 쓴소리를 남겼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체제를 맞이하는 KFA. 과연 홍명보 감독의 직언을 받아들이고 달라질 수 있을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현재 정식 사령탑이 없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지 4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감독직은 공석. 여기에 감독 선임이라는 중책을 맡은 정해성 전력강회위원장도 맡은 바 임무를 마치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정해성 위원장은 지난 28일 KFA에 사의를 표명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의견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KFA도 이를 수용하면서 정해성 위원장은 직책을 내려놨다.

4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대표팀이다. 당초 KFA와 정해성 위원장의 1차 목표는 3월 A매치 전까지 정식 감독 선임이었다. 하지만 국내파 감독에 무게를 두다가 극심한 비판 여론에 부딪혔고, 올림픽 대표팀을 맡고 있던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 감독직을 맡기며 시간을 벌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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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임시 감독은 3월 A매치 태국과 2연전에서 1승 1무를 거뒀다.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지만, 급한 불은 껐다.

문제는 그 다음. 황선홍 감독은 정작 본업인 올림픽 예선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해 탈락하며 파리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던 정해성 위원장이지만,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임시 감독은 황선홍 감독이 끝이 아니었다.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전력강화위원회는 5월 내 정식 감독 선임을 목표로 움직였고, 제시 마시 감독과 헤수스 카사스 감독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KFA가 맡은 최종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둘 다 놓치고 말았다.

5월에도 실패를 맛본 KFA는 다시 한번 임시 감독을 찾았다. 김도훈 감독에게 임시로 지휘봉을 맡겼고, 그는 싱가포르와 중국을 연달아 꺾으며 맡은 바를 다했다. 김도훈 감독은 정식 감독 유력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으나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내가 마지막 임시 감독이었으면 한다"라며 한국 축구를 위한 제언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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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한국 축구의 새 감독 찾기. 여기에 돌연 정해성 위원장까지 스스로 물러나면서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됐다. 일단 KFA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기기로 했다. 한 순간에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하게 된 그는 2일 출국해 감독 후보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누가 감독 선임을 담당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핵심은 사람보다는 시스템이다. 본질은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감독 찾기가 어떻게 끝나는지가 아니라 왜 실패로 끝났는지 진단하는 일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 지금의 전력강화위원회는 반쪽짜리 기구에 불과하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직접 후보를 추리고 협상을 담당하는 건 맞지만, 이 과정에서 연봉과 계약 형태를 비롯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할 권한까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후보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도 나눌 수 있는 얘기가 제한적이란 이야기다.

현재 KFA의 감독 선임 프로세스는 전력강화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협회를 거쳐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감독과 접촉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 관계자도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직접적인 협상 조건을 제안하기 어렵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보다시피 대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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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KFA 전무 이사였던 홍명보 울산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6월 30일 포항과 동해안더비를 앞두고 한국 축구를 위한 작심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걸 떠나서 전력강화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홍명보 감독은 "김판곤 위원장은 책임도 있었지만, 권한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 정말 한국 축구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국적 불문하고 그 사람을 뽑았다. 그게 파울루 벤투 감독이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왜 이 시점에 감독을 뽑아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클린스만을 뽑은 과정과 그 후 문제점을 통해 얼마나 학습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해성 위원장을 뒤에서 누가 얼만큼 서포트해줬을까. 협회에서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혼자 고립됐다는 생각이다. 안타깝다"라며 "감독과 위원장은 몇 번씩 바뀐다.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는다. 과연 누가 얼마나 서포트해줬겠는가.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홍명보 감독이 얘기했듯 벤투 감독을 선임했을 시절엔 전력강화위를 통해 감독 선임을 총괄했고, 철학과 기준을 세워 인물을 뽑았다. 그리고 추후 결과로 이야기했다. 지금의 전력강화위는 어떨까. 전문성과 협상 능력을 떠나 제대로 된 권한조차 없는 상황에선 불협화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해성 위원장은 KFA의 어긋난 시스템 속에 실패로 임무를 마쳤다. 그가 얼마나 일을 잘했냐를 떠나 KFA의 프로세스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반성할 때다. 이제 다음 중책을 떠안은 이임생 이사 체제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내놓은 쓴소리를 가슴에 새기고 더 많은 힘을 실어줘야만 바뀔 수 있다.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finekosh@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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