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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삼식이 삼촌' 오승훈의 기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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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삼식이 삼촌 오승훈 인터뷰 /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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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모든 일은 기세다. 국민 배우 송강호를 앞에 두고 제대로 기세를 보여 준 배우 오승훈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각본·연출 신연식 감독)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다.

'삼식이 삼촌'에서 삼식이 삼촌과 김산을 위험에 빠뜨리는 절대 권력의 소유자 안기철을 연기한 오승훈은 "그냥 감개무량하다. 같이 나온 선배님들 포함해서 감독님, 스태프분들 모두 다 대단한 분들이셨다. 심지어 카메라, 조명팀은 '독전 2'때 팀이었다. 그대로 1년 정도 내리 봤다"며 "그게 엄청 감개무량했다. 그분들 덕분에 마음 편히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장 처음 나갔던 날도 대놓고 소리 지르면서 응원해 주고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대본이 다 나오기 전부터 신연식 감독으로부터 안기철 역할을 제안받았다는 오승훈은 "첫 미팅 때 작품 속 마지막에 삼식이 삼촌과 주고받는 '사냥개들' 대사 장면을 그대로 읊어주셨다. 그때 이미 감독님 머릿속엔 그 대사까지 있으셨던 것"이라며 "그래서 그 대사를 보고 삼식이 삼촌의 관계부터 안기철이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부족함, 그런 자격지심과 정서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 굉장히 좋은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고, 쓰임새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송강호 선배의 눈을 보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저를 고민하지 않게 했다. 그게 제가 이 작품을 참여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연식 감독이 오승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승훈은 "저와 얘기를 나누시면서 제 얼굴에 양면(선과 악)이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라. 양쪽 얼굴도 다르고, 순수하면서도 이중적인 면이 있는 얼굴이라서 안기철을 표면적으로 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 역시 그 부분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작품 속 안기철은 중반부까지 미미한 존재감이다. 아버지 안요섭(주진모)을 보필하며, 청우회에 얼굴을 내밀지만 대사 없이 삼식이 삼촌과 김산의 주위를 맴돈다. 이에 대해 오승훈은 "감독님이 첫 미팅 때 '후반부까지 한 단어도 없을 거다. 그래도 괜찮겠냐'고 하셨다. 근데 사실 안기철의 장면은 많다. 얼굴도 계속 나온다. 그래서 안기철의 정서를 쌓는 것이 중요했다"며 "초반부부터 아무것도 안 하는데 그 속엔 의도가 많은 인물이다. 그걸 어떻게 쌓을지 고민하다가 감독님이 로열패밀리의 삶을 고민해 보라고 하셨다. 그 사람들이 삶을 바라볼 때 관계성, 표현 방식, 방향, 마음가짐 이런 것들을 고민해 보니까 자연스럽게 눈빛, 태도, 마음가짐이 쌓이더라. 제가 입을 열 땐 그런 정서들이 충분히 쌓여있었다. 생각보다 정서를 많이 쌓으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오승훈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로열패밀리들은 누군가와 부딪힐 때 감정적이기보단 표면적일 거라 생각했다. 상하관계가 정확한 사람들이니까"라며 "'삼식이 삼촌' 자체가 인간관계가 중요한 작품이지 않냐. 그래서 안기철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관계성을 내포하고 있을까 고민했다. 그랬더니 최상위 포식자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버지조차 우습게 여겼던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삼식이 삼촌이나 김산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눌 땐 속으로 이들을 하찮게 여겼을 것 같았다. 대사에서도 '사냥개' '물건' '이용수단' 이런 단어를 사용한다. 감독님이랑 '안기철은 소시오패스 같은 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기철의 서사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안요섭과 삼식이 삼촌, 강성민(이규형) 등을 통해 큰형 안민철(류주한)이 폭탄 테러로 사망 후 그를 대신해 후계자 자리에 오른 인물로 묘사된다.

오승훈은 안기철의 전사에 대해 "보다 순수한 아이였다. 물론 그들의 눈에는"이라며 "아버지도 기철이에 대해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맹해 빠져서'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냐. 그런 것들이 안기철 속에서 자격지심으로 쌓여갔다. 형은 저렇게 예뻐하고, 후계자로 생각하면서 모든 걸 다 주는데 기철이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에서 태어난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가족들의 태도를 보고 자랐을 거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선 끝없는 자격지심과 질투심이 쌓여서 이 친구의 정서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엄청 간절했을 거다. 그런 것들이 이 친구를 폭력적이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반부에 들어서며 안기철의 민낯이 드러난다. 안기철은 삼식이 삼촌과 김산의 모든 수를 꿰뚫고, 자신이 가진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그들을 위기에 몰아넣고, 마침내 최종 승기를 거머쥔다.

몰아치는 후반부를 책임진 오승훈은 "부담감도 있었다. 시청자분들에겐 표면적으로 쌓아갈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이걸 제가 디벨롭했을 때 이 작품 안에서 튀지 않고 스며들어서 안기철의 서사를 쌓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 부분을 감독님과 선배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그걸 편집할 때도 어떻게 할지 많이 조언해주셨고, 선배들도 리허설하기 전에 '어떻게 할 거야' '저렇게 해볼까'라고 연극 연습하듯이 도와주셨다. 너무 감사했고, 1분 1초가 아까웠다. 장면이 많지 않아서 이 시간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후반부 안기철의 주된 상대역은 삼식이 삼촌 송강호였다. 오승훈은 "현장에서도 얘기했지만, 정말 단전에 힘을 꽉 주고 버텼다. 근데 정작 선배는 모르셨다고 하더라. 안기철이 삼식이의 넥타이를 다시 메주는 장면을 리허설하는데 송강호 선배가 웃으시더라. 안기철의 행동이 어이없었다고 하셨다"며 "선배가 그렇게 웃으시니까 편하게 분위기가 풀렸다. 그전까진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는데, 선배의 눈을 보니까 제가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빨려 들어가면서 집중하게 되니까 긴장이 풀렸다"고 말했다.

작품의 결말에서 안기철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손에 넣는다. 이에 대해 오승훈은 "너무 좋았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식은 역사적인 순간이니까"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개인적으로도 재밌었다. '삼식이 삼촌'을 시작할 땐 제가 이기는 사람이 될 줄 몰랐다. 제가 그렇게 살진 못하니까 연기하면서 통쾌했다고 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오승훈은 "저는 삼식이 삼촌이 안 죽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직접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삼식이 삼촌이 다시 나와서 안기철한테 복수하는 것도 생각했다. 안기철은 언젠가 혼났을 것 같다"며 "사실 안기철이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살인과 관련된 방법들을 서슴지 않고 행하지 않냐. 어떻게 용서될 수 있겠냐. 큰 벌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에 제가 그렇게 연기하긴 했지만 안기철이 마냥 즐겁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오승훈은 "그게 이 드라마의 딜레마 같다. 반대로 생각했을 때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순수한 목적과 열망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결국 야망으로 끝나지 않았냐. 근데 안기철은 야망부터 표현됐다. 다 이뤘는데도 아직 욕심이 가득하다"며 "감독님도 그 얘길 하셨다. 다음 욕심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 어둠에 물들고, 그 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드라마 '피고인' '의문의 일승'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영화 '독전2' 등에서 어두운 캐릭터들을 소화했던 오승훈은 "저는 부족한 면이 많은 사람이다. 누구나 그렇지 않냐. 사람들이 저를 굉장히 학구파이거나, 진지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신다. 저는 그것보다 재밌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실수도 많이 한다. 무언가를 흘리고 다니기도 한다. 그런 모습들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다"며 "근데 신기하게도 관계자분들이 보는 저를 중의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저는 표현도 잘하는 편이다. 안기철 연기할 때 현장에서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고 웃음을 보였다.

특히 오승훈은 앞서 진행된 '독전 2' 오디션 당시 기자들에게 "저는 노력하지 않아도 웃긴 사람"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오승훈은 "저는 지질하거나, 웃기거나, 사랑 이야기나, 가족들 이야기 같은 인간적인 이야기를 할수록 훨씬 더 매력이 보이는 사람"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오승훈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잘 버텼다. 앙상블도 잘 이뤘다. 큰 만족감이 있었다. 벌벌 떨지 않고 그분들과 잘 맞물려서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부분에서 성취감이 있다"며 "너무 많이 성장했고, 너무 많이 배웠다.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독전 2'도, '삼식이 삼촌'도, 지금까지 했던 제 작품들 속에서 저의 장점을 보시고, 찾아주셔서 여기까지 한 발짝 한 발짝 올라올 수 있게 해 주신 감독님, 제작사분들,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뒀다가, 나중에 제가 더 잘돼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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