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상승률은 2~3%가량 오른 키움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 등 다른 증권주를 웃돌았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날 아침 NH투자증권에서 나온 ‘가시화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이란 제목의 리포트가 한국금융지주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반응입니다. 고금리 시절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증권사 PF 사업도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점에서 제목부터 반가운 리포트네요.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 / 한국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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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를 쓴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추가 손실액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본업 정상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저축은행·캐피탈 충당금이 관건이긴 하나 전사 합산액은 전년 대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 목표주가를 기존 8만6000원에서 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모처럼 시원하게 오른 주가에 소액주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비판적인 글이 많이 보이네요. 주로 한국금융지주의 주주환원 노력이 형편없다는 내용인데요. 비슷한 분석은 NH투자증권 리포트에도 나옵니다. 윤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밸류업 정책이 아쉽다”며 “타사와 달리 이 회사는 본업 수익 확대를 통한 주주 가치제고 원칙을 고수한다”고 했습니다.
윤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가 기존처럼 배당성향 2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자사주 매입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배당성향 20%는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윤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 주가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하면서 “연초 증권업 투자의견 상향 근거 중 하나가 밸류업 기대감이었던 만큼 경쟁사 대비 할인율을 높였다”고 했습니다.
사실 한국금융지주 소액주주 사이에서 이 회사의 ‘불성실한’ 주가 부양 노력은 늘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한국금융지주 오너가(家)가 승계 부담을 덜고자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주가를 의도적으로 억누른다고 주장하는데요. 지난 1년간 김남구 회장의 아들이자 한국투자증권 직원인 김동윤 씨가 한국금융지주 주식을 장내 매수한 패턴을 보면 주주들이 불만을 품을만합니다.
1993년생인 김씨는 김남구 회장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영국 워릭대를 졸업하고 2019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습니다. 지주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던 김씨가 처음 주식 매수에 나선 건 작년 7월입니다. 당시 3거래일에 걸쳐 지주 주식을 사들인 김씨는 올해 1월과 4월에도 수차례 장내 매수에 나섰습니다. 김씨는 1년 만에 한국금융지주 보유 주식 수를 33만6739주(지분율 0.6%)로 늘렸습니다.
김씨가 주식 매입에 나선 시기는 지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때와 겹칩니다. 이렇다 보니 소액주주들은 한국금융지주가 밸류업 등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이유를 승계 이슈와 엮어서 해석하는 겁니다.
주주들은 올해 3월 말 열린 제22기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도 주주환원에 미온적인 한국금융지주에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남구 회장은 “정부 정책과 협업하는 방안을 찾겠다. 정부 지침이 결정되면 새로운 주주환원 대책에 대해 고민하고 말씀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달 중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제 혜택 내용까지 구체화하면 김 회장은 진짜로 새로운 주주환원책을 들고나올까요. 한국금융지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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