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만화와 웹툰

[웹툰 픽!] 고통스러운 인생, 우리는 왜 계속 살아가야 할까…'수평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웹툰 '수평선'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 그곳은 어딘지 /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23년 전 나온 그룹 지오디(god)의 노래 '길' 가사에는 삶과 목적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웹툰 '수평선'은 이런 노래 속 고민을 그림으로 녹여낸 듯한 작품이다.

배경은 폭력이 난무하고 식량을 비롯한 온갖 물자는 부족한 지옥 같은 세계다.

소년은 전쟁으로, 소녀는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는다. 보호자 없이 아이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험한 세상에서 소년과 소녀가 만나 그저 앞을 향해 걸어간다.

뚜렷한 목적지는 없다. 하지만, 소년과 소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걷는 것만이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고, 어쩌면 지구는 둥글기에 이 길을 영원히 함께 걸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도 안고 있다.

이들은 길 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난다.

정신이 반쯤 나가 소년과 소녀를 아이처럼 따라다니지만,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던 이상한 남자. 아이들의 든든한 보호자였지만, 침입자에게는 지나치게 잔혹하던 두 얼굴의 양복 입은 남자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순수함을 잃지 않은 아이가 긴 여정에서 기묘한 어른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소설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연합뉴스

웹툰 '수평선'
[네이버시리즈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들은 이상한 어른들을 뒤로한 채 계속 앞으로 걷는다.

어느덧 포장도로의 끝에 도달하지만, 소년과 소녀는 숲을 헤치면서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간다.

뚜렷한 설명은 없지만, 작중 길을 걷는다는 것은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들은 길가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노인 한 명을 만나는데, 그 노인은 "기다리는 중"이라면서도 본인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지 못한다. 마치 죽음을 두려워하며 무력하게 지내는 모습을 묘사한 듯하다.

길 위에서 소년은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고통도 얻는다. 하지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리고 길을 열심히 걸었기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정지훈 작가는 후기에서 "인생은 기본적으로 고통스럽고 또한 모두가 결국 죽게 된다"며 "그때가 오면 제 만화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길은 결국 끝이 나고 만다. 소년의 앞에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망망대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로로 길게 이어지던 길이 가로로 무한하게 뻗은 수평선을 만나 끊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 어둡고 철학적인 이야기는 미국 평단도 사로잡았다.

'수평선'은 만화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아이즈너상의 올해 최우수 북미판 국제작품 아시아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수상 여부는 다음 달 발표된다.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