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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합의금 수억원 요구” “먼저 액수 말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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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정 아동학대 혐의 피소 공방

조선일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저서 사인회에 참석한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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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아동 학대 혐의로 피소된 뒤 피해자 측으로부터 합의금을 요구받으면서 ‘손흥민 선수 이미지 마케팅 하는 비용이 얼만데, 돈이 아까운 것이냐’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 감독은 “이 사건을 절대로 흥민이와 결부시키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피해 아동 측은 “사실과 다르다. 피해 부모는 합의 액수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낸 적 없다. ‘손흥민 이미지 비용’ 관련 이야기도 안 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손 감독과 손흥민의 형 손흥윤 등 축구아카데미 코치 2명은 지난 3월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배우던 중학생 A군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A군 측은 같은 달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코치들에게 엎드린 자세로 맞아 붓고 피멍이 들었다고 했다. 또, 손 감독에게 수시로 심한 욕설을 들었고, 목덜미를 붙잡히고 밀쳐졌다고 고소장에 적었다.

A군이 지역 아동 상담센터에 진술한 내용을 보면 손흥윤 수석코치는 A군을 욕하고 때려 전치 2주 부상을 입혔다. A군은 “(손 코치가) 달리기로 시간 안에 못 들어오면 맞는다 했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네 명이 맞았다”고 했다. 손 감독도 A군에게 “X새끼 완전 또라이네”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짐 싸서 집에 보낼 거야. X새끼야” 등 강압적 태도로 욕설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손 감독 측은 “손 감독은 평소 훈련 분위기가 느슨해지면 ‘이 새끼들아, 너희 부모님이 주신 피 같은 돈으로 여기까지 왔어. 정신 바짝 차리고 하나라도 얻어 가. 계속 이렇게 슬렁슬렁 경기 뛸 거면 짐 싸서 집에 가. 내일부터는 똑바로 해! 알았어?’라는 식으로 독려한다. 이 과정에서 욕설이 나올 때도 있다. 다만 특정인에게 ‘또라이’ ‘X새끼’ 같은 말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지훈련 당시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체벌을 한 건 맞지만, 학부모들이 보는 앞이었다고 했다. 손 감독 측은 “처음 외국 전지훈련을 나오니 분위기가 너무 들떠 쇄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체력 훈련을 했다. 막바지에 ‘하프라인 찍고 20초 안에 못 들어오면 한 대 맞는다’라고 했고, 다들 동의했다. 20초 안에 못 들어온 선수들을 코너킥 플라스틱 봉으로 한 대씩 때린 것”이라고 전했다. A군 측은 “그때 A군 부모는 현장에 없었고 실제 부모들이 함께 있었는지 아닌지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A군 측은 “손 감독은 아무 연락 없이 변호사를 통해 ‘처벌 불원서를 작성해 제출할 것’ ‘언론에 절대 알리지 말고 비밀을 엄수할 것’ 등 3가지를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약속을 지키면 주겠다는 합의금을 조금씩 올렸다. 이런 태도에 피해자 부모가 화가 나서 5억원을 달라고 대꾸했을 뿐 진지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아니었다”고 했다.

반면 손 감독 측에 따르면 A군 부모는 처음부터 합의금 수억원을 원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 선수를 언급했다. 이후 손 감독 측이 3000만원 이상은 곤란하다는 태도를 고수했고, A군 측이 이후 합의금 금액을 조금씩 낮춰서 몇 차례 다시 수정 제안했지만 5월 말 합의가 최종 결렬됐다.

손 감독 측 법률 대리인 김형우 법무법인 명륜 변호사는 “손 감독은 ‘우리가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하면 그냥 처벌받겠다. 굳이 많은 돈 주고 합의해서 나쁜 선례를 만들 필요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A군 측은 ‘손 감독이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손 감독이 직접 연락하거나 찾아가면 더 큰 마찰이 생길 것을 우려해 대신 고소당한 며칠 뒤 손 코치 등 2명이 A군이 사는 곳에 가서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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