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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등판일 술자리 나균안 결국 2군 강등 자승자박,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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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일 술자리를 가진 나균안(롯데)이 결국 2군으로 강등됐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다만, 나균안의 이탈이 팀에 손해가 될 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오히려 나균안 사건 이후 롯데는 똘똘 뭉쳐 2경기서 역전극을 연출했다. 문제 선수의 이탈이 오히려 팀을 결집시킬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롯데는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6-4로 승리를 거뒀다. 선발투수 김진욱이 1,2회 도합 3점을 허용하고 0-3으로 끌려간 경기를 뒤집고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사실 전날 13점 차를 잠시나마 뒤집은 저력이 있는 롯데였기에 3점 차는 쉬운(?)일처럼 보였다. 그만큼 선두 KIA를 상대로 이틀간 롯데가 보여준 모습은 저력이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투지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 실제 사건의 시작이 된 25일 경기서 롯데는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쓸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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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등판 전날과 당일 술자리를 가진 나균안이 결국 2군으로 강등됐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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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기 초반만 해도 롯데의 패배는 유력해 보였다. 선발 투수 나균안이 1.2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 2회도 채우지 못한 가운데 투구수가 무려 83구를 기록한 참사였다. 지켜보는 이들이 답답함을 참지 못했을 정도로 최악의 투구 내용이었다. 같은 팀의 힘마저 완전히 빼놓게 하는 경기 내용.

올 시즌 내내 부진한 투구를 기록 중인 나균안이지만 데뷔 이후 한 경기 최소 이닝 소화에 최다 실점으로 그야말로 최악의 투구를 한 끝에 2회 교체됐다. 2회 도중 교체 될 때는 사직구장 홈팬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홈구장의 소속 선수가 그것도 자신의 구단 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최근 성숙한 응원 문화가 정착한 이후에는 홈 선수들이 야유를 받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데, 나균안의 투구 내용이 그만큼 최소한의 투지와 성의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나균안이 전날 늦은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부산 모처에서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목격담이 퍼지면서 실망감은 더 컸던 터였다. 팬들의 싸늘한 반응은 그만큼 나균안의 부족한 프로의식에 대한 실망이 컸다는 방증이었다.

실제 내용적으로도 나균안은 1회 볼넷 허용 이후 5연속 안타를 내주고 4실점을 하는 등 선발 마운드에 설 자격이 과연 있는 선수인지를 의심케 했다. 2사 후에도 적시타를 내준 나균안은 자신을 빨리 교체해주길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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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균안이 1.2이닝 8실점 참사 이후 교체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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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균안이 선발 등판 당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김태형 롯데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지만 당일 선발투수를 교체할 수 없는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마운드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물론 실수를 책임질 자세마저 보이지 않는 내용. 팀이 주중과 주말 일정이 새롭게 시작되는 화요일 첫 경기부터 많은 불펜 투수를 쓰기 시작하면 한 주의 일정 자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균안은 불펜에서 투수들이 몸을 풀 시간조차 주지 않으면서 난타를 당했다. 2회에도 선두타자 볼넷 허용 이후 2사 후 연속으로 2개의 볼넷을 내주고 만루를 허용하더니 폭투로 1점을 내줬다. 이 과정에서 홈 커버를 하다 넘어지면서 오른손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후속 상황 한준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나균안은 벤치에 스스로 교체 사인을 보냈다. 결국 추가로 볼넷을 더 내준 나균안은 불펜에서 교체 준비를 마친 이후에야 마운드서 내려왔다. 물론 찰과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이닝을 마칠 최소한의 책임감 있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 지극히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결국 다음날인 27일 2군으로 강등됐다. 팀 차원에서는 당연한 조치이며 귀결이다. 더해 롯데는 나균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자체징계위원회를 열고 일벌백계하겠다는 계획이다. 무형으로 신뢰를 잃은 것은 징계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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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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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지난해 나균안은 23경기서 6승 8패 평균자책 3.80을 기록하며 국가대표로도 뽑히는 등 훨훨 날았다. 실패한 대형 포수 유망주 출신의 선수에서 어려움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선수로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불륜·폭행 등에 대한 부인 A씨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큰 논란을 빚었다. 이후 나균안은 해당 문제에 대해 부인하면서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희망과 열정으로 시즌을 준비해야 되는 스프링캠프서부터 사생활 문제로 팀에 민폐를 끼쳤지만 김태형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나균안에게 계속 기회를 줘 왔다. 하지만 나균안은 시즌 14경기서도 2승 7패 평균자책 9.05로 최악의 부진을 기록한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애초에 1군에 잔류할 명분도 되지 않는 성적이었다.

이제 팀 전체와 대중들에게도 부족한 자기관리 능력과 처참한 프로의식이 사실로 드러난만큼 잃어버린 코칭스태프의 신뢰와 팬들의 사랑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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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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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균안의 이탈이 롯데에게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 롯데는 패색이 짙었던 25일 경기서도 오히려 더 힘을 냈다. 무려 1-14, 13점 차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끝까지 추격해 14-14를 만들었다.

이어 15-14로 역전까지 성공하면서 롯데는 KBO리그 역대 최다 점수 차 역전 경기라는 신기록을 쓸 뻔 했다. 결국 15-15로 동점을 허용하면서 무승부에 그쳤지만 롯데라는 팀이 얼마나 김 감독과 현재 선수단의 케미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리고 26일 경기서도 롯데는 초반 고난을 아랑곳하지 않고 차근차근 점수를 쌓았고 7회 마침내 5-4로 역전한 끝에 8회 1점을 더 보탠 이후 구원진이 차례로 올라 리드를 지켜 경기를 매조졌다.

나균안 사태에 대해 롯데 선수단 전체가 받은 실망감과 배신감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개인의 일탈이지만 결국 팀 전체가 받아들여야 할 오명이고 부담인데, 이를 오랜 기간 감당했더니 또 다른 배신으로 돌아온 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나균안의 이탈이나 공백이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끈끈한 모습으로 증명했다.

문제 선수의 이탈이 팀에게 주는 각성효과가 전력 감소 보다 더 크다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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