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구교환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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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구교환이 '탈주'를 완주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따라 함께 감정선을 걸었다.
영화 '탈주'(연출 이종필·제작 더램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앞서 2021년 제42회 청룡영화제 당시 시상자로 나선 이제훈은 구교환을 향해 공개적으로 작품 러브콜을 보냈다. 이어 두 사람은 '탈주'를 통해 첫 호흡을 맞추며 작품 준비 단계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탈주'와 첫 만남에 대해 구교환은 "제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굉장히 많다. 그중 첫 번째는 이종필 감독님과 이제훈의 참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두 번째는 현상의 얼굴이 시작과 엔딩에서 다르다는 점이다. 왜 이 인물의 얼굴이 바뀔 것인지, 그 얼굴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구교환은 "현상과 규남은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만나왔고, 어느 정도 많은 우정을 나눈 사이다. 저 역시 이제훈의 필모그래피를 지켜보고, 이제훈도 저를 오랫동안 봐 왔을 것"이라며 "그래서 첫 장면을 찍을 때부터 낯설지가 않았다.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제훈의 얼굴을 봤겠냐. 그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제가 이제훈에 대한 호감이 많았기 때문에 사실 빌드업이 굉장히 쉬웠다"고 호흡 소감을 전했다.
구교환이 연기한 현상은 보위부 장교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인물이다. 출생부터 실패 없이 탄탄대로의 길만 걸어온 현상에게 탈주하는 규남은 '위기'이자 삶의 '변수'가 된다.
현상에 대해 구교환은 "가면을 벗는다는 개념으로 생각했다. 엔딩에 도착했을 때 현상이의 얼굴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그 얼굴만 봤을 땐 해피엔딩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처음엔 얼굴이 굉장히 타이트하다. 첫 등장에 있어선 규남에게 강력한 장애물을 만들어주는 존재라는 이미지를 주려는 연출적 의도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상과 규남은 유년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전사가 존재한다. 그런 규남을 쫓는 현상의 모습은 어쩌면 우정이지만, 어쩌면 그 이상을 보여주는 집착이기도 하다.
구교환은 그런 현상의 감정을 두고 "질투도, 애착도 있지만 결국 규남은 현상이가 꾸는 꿈"이라고 해석했다. 작품 속 현상은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결국 자신의 현실에 순응하게 된다. 구교환은 "현상이의 꿈과 행복도 규남이만큼 강력했다. 현상이의 꿈은 굉장히 심플하다. 피아노를 치고 싶어 한다. 피아노만 치고 싶어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걸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며 "본인이 그걸 믿으려고 동료들에게도 주입시킨다. '지금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사실 본인에게 하는 말이다. '거기는 지상낙원일 것 같아?'라고 하지만 그 말은 사실 자신을 부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현상의 감정선은 선우민(송강)의 존재를 통해 드러난다. 현상이 가장 간절하게 꿈꿨던 시절에 함께했던 선우민을 두고 구교환은 "과거에 두고 온 꿈이다. 선우민 자체도 굉장히 유령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농담하다가 선우민이 '팅커벨 같다'는 말을 했다. 러시아에 있을 때 현상에게 있어 창문을 열어줬던 존재다. 딱 거기까지다.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영감을 줬던 인물이라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구교환은 각 캐릭터들 간의 감정을 정의함에 있어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선우민이 피아노를 알려주지 않았어도 영감은 줬을 수 있다. 앞에서 잘하고 싶고, 부끄럽지 않고 싶은 친구들이 있지 않냐. 그런 영향과 영감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넓은 의미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친구들인 거다. 그런 시점에서 본다면 선우민은 넓은 존재가 된다"고 덧붙였다.
구교환은 현상을 통해 자신의 지난 과거를 돌아봤다. 극 중 현상은 체제에 순응하고, 자신의 위치에 적응하고,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저도 현상 같은 시간을 통과했다. 전 모든 분들이 현상 같은 시간을 통과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보편적인 감정이다. 각자의 경험에 현상 같은 일이 있지 않겠냐"며 "현상이 겪은 현실은 조금 더 살벌하지만, 저도 뭔가에 갇혀있을 때가 있었고, 벗어나는 게 두려운 일도 있었다. 사실 규남이처럼 뚫고 돌파하는 게 더 어렵다. 그래서 제가 규남이를 응원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와 동시에 연출자로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구교환은 "모든 장면들은 절대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각 정서에 맞는 앵글이 있고, 같은 앵글로 찍어도 현상이 더 강력하게 보일 수 있는 앵글이 있다. 그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서 빛을 조절하기도 한다. 전 이게 진짜 팀플레이라 생각한다"며 강조했다.
아울러 구교환은 "'탈주'는 저에게 있어 '새로움'의 도전이었다. '새로움'은 어떤 작품 안에서나 있지만, 매 작품을 만날 때마다 새롭다. 제가 매일 이직하는 직업이지 않냐. 새로운 얼굴들, 새로운 감독님, 새로운 스태프들을 만나기 때문에 계속 새롭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구교환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들어가면서부터 시계를 한 번도 안 봤으면 좋겠다. 물론 너무 재밌어서 '언제 끝나는 거야'하면서 보실 수도 있긴 하다. 그런 건 보셔도 된다"면서도 "사실 영화가 템포감 있게 만들어졌고, 그 시간이 아깝지 않게 재밌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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