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손흥민도 서양인 비슷하다 말했어야"→벤탄쿠르 인종차별, 정신 못차린 우루과이 팬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잉글랜드 축구협회(FA)로부터 징계 위기에 놓이자 한 우루과이 팬이 억울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우루과이 엘 옵세르바도르는 20일(한국시간) "인종차별 발언을 한 벤탄쿠르의 농담에 손흥민이 반응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와 아시아에서 인종차별로 받아들여지는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해 반응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한 우루과이 팬은 "손흥민은 이에 대한 답으로 '나도 이해한다. 서양인들도 다 비슷하게 생겨서 난 가끔 상대에게 공을 넘겨주기도 한다'라고 말했어야 했다"라며 손흥민이 유쾌하게 받아치지 못했다고 억울하다는 식의 댓글을 남겼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벤탄쿠르는 최근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FA로부터 징계 위기에 놓였다.

지난 15일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진행자가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고 질문하자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되물었다.

인터뷰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크리스티안 로메로)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받아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는 벤탄쿠르의 말은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심지어 대상이 같은 팀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던 손흥민과 한국 사람들이었기에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영국 트리뷰나는 "벤탄쿠르의 딸은 손흥민과 한국인에 대해 후회할 농담을 하는 아버지를 말리려 한다"라며 벤탄쿠르가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팬들 또한 "큰일이다", "아버지 조용히 하세요. 심지어 자기 딸이 더 잘 아는 것 같네", "쏘니는 가장 훌륭한 축구선수로 알려져 있다. 벤탄쿠르가 농담이었다고 주장해도 정말 엿 같은 일이다", '내일 한국인들이 깨어나면 벤탄쿠르 SNS는 쓰레기통이 되겠네"라며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고 질책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 스토리 기능을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다. 벤탄쿠르가 올린 사과문에 쏘니는 흔히 사용되는 'SONNY'가 아닌 일본 회사 이름인 'SONY'였다. 또 벤탄쿠르가 사용한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은 24시간이 지나면 아예 사라지고, 기록은 개인 계정에만 남는 기능이기 때문에 사과문을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할 수 있어 사과문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손흥민 한 명이 아닌 한국인 전체를 향한 것이었기에 이를 단순히 나쁜 농담으로 치부한 것에 대해 팬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피해자인 손흥민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손흥민은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영문으로 밝혔다.

손흥민은 "롤로(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벤탄쿠르가 실수한 것이었고, 이 사실을 알고 사과했다"라며 "벤탄쿠르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고 올렸다.

이어 "우리는 이번 일을 넘어가기로 했고, 다시 뭉쳤다. 프리시즌에 다시 함께 뭉쳐 팀을 위해 하나가 돼 싸울 것이다"라며 '쏘니(Sonny)'와 하얀색 하트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침묵을 지키던 토트넘도 그제야 입장문을 발표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벤탄쿠르의 인터뷰 영상과 이후 선수의 공개 사과 이후, 클럽은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이 포함된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주장 쏘니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긋고 팀이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한다"라며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클럽, 우리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차별에 맞서 새 시즌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흥민이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 들이면서 상황이 종료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FA가 벤탄쿠르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타임스는 "벤탄쿠르는 한국인들이 모두 똑같아 보인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면서 "벤탄쿠르는 한국 사람들이 토트넘 홋스퍼 팀 동료인 손흥민과 모두 똑같아 보인다고 말해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을 수 있으며, FA는 벤탄쿠르 징계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벤탄쿠르가 징계를 받게될 가능성이 생기자 우루과이 팬이 억울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마치 손흥민이 벤탄쿠르처럼 서양인들도 비슷하게 생겼다고 받아쳤다면 일이 이 정도로 커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다른 팬은 한 술 더 떴다. 또 다른 우루과이 매체 텔레문도의 기사에는 "한국인, 필리핀인, 중국인들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라며 여전히 낮은 의식을 보여주는 댓글이 달려있었다.

사진=연합뉴스, SNS, 엘옵세르바도르 캡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