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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프로야구와 KBO

“KBO 본질 모르는 것 같아, 안건·일정 짤 때 현장 의견 물어봐야”…무엇이 염갈량을 극대노하게 만들었나 [MK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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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본질을 모르는 것 같다. ”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제대로 뿔났다. 본질을 모르는 듯한 KBO(한국야구위원회)의 해명 및 현장과의 미흡한 소통 때문이다.

최근 KBO리그의 가장 큰 화두는 7월 5일~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이었다. KBO는 올해 말 열리는 프리미어 12를 위해 시즌 개막을 앞당겼으며, 올스타전 휴식기도 기존 7일에서 4일로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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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를 이끄는 염경엽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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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의 변화를 바란 염경엽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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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KBO리그 구단들은 7월 4일까지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올스타전에 임한다.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단은 7월 5일부터 8일까지 4일 휴식을 취하고 9일 후반기 경기를 시작한다. 올스타전 출전 선수들은 별 다른 휴식 없이 곧바로 시즌에 임하는 셈.

그러자 염경엽 감독을 필두로 각 팀의 사령탑들은 모두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만난 염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가 줄어들어 피로를 회복하고 후반기를 시작할 수 없다. 최소한 일주일 정도 시간을 주어야 한다. 선수들을 올스타전에 내보내는 것도 부담이 된다”며 “특히 지방 구단들은 제대로 못 쉰다. 감독을 비롯해 현장의 의견이 반영 안 됐다. 올스타전 감독 회의를 통해 여러 안건을 KBO에 건의할 생각인데, 올스타 브레이크를 7일로 다시 늘리는 것도 포함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KBO는 지난해 9월 실행위원회를 앞두고 올스타 휴식기 단축에 대한 방안을 구단에 미리 전달했다고 20일 오전 해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실행위원회에서는 10개 구단 단장 전원 만장일치로 우천 순연에 대한 대비로 개막일 조정과 올스타 브레이크 단축을 의결했다. 시즌 막바지 더블헤더 증가에 따른 부상 위험 및 체력 소모 등이 논의 과정에서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10월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보고됐고 반대 의견 없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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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적극적으로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한 염경엽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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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2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염경엽 감독은 답답한 심정을 표출했다. KBO의 해명이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고, 왜 현장과 소통을 안 하냐는 것이 주된 요지였다.

“KBO가 본질을 모르는 것 같다”며 운을 뗀 그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안건, 일정을 만들 때 먼저 현장의 의견을 물어봐 달라는 것이다. 10개 구단 모두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다. 선수협 대표에게 물어보면 되고 감독 간담회 회장에게 여쭤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염경엽 감독은 “일정 등을 바꿀 때 실행위원회에서 하는 것을 모르나. 다 안다”며 “구단하고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현장과 소통을 해달라는 것이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위해 구단에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첫째로는 팬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두 번째는 구단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 야구인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구단과 선수, 감독들에게 인정 받아야 팬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염 감독은 “현장은 다 배제하고 있다. KBO와 우리는 노사관계, 갑을관계가 아니다. 정말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관계인데 안 되고 있다. KBO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리그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소통하자는 것이다. 프로야구와 관견된 일정, 규정, 규약을 논할 때 현장과 상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그 신뢰성, 공정성이 인정받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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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은 KBO가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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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와 현장의 소통 문제는 비단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KBO는 구단들이 현장의 의견을 취합해 온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이는 한계가 있다. 구단도 입장이 있는 까닭이다.

염경엽 감독은 “(KBO는) 일방적인 소통이다. 요즘 세대에 누가 따르나. 참다가 터진 것”이라며 “저도 참다 못해 감독들의 의견을 대표해 전달하는 입장”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올 시즌부터 적용되고 있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와 내년 도입 예정인 피치클락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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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KBO에 작심 발언을 쏟아낸 염경엽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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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은 “ABS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다. 현장에서는 느끼는 문제점이 분명히 있다. 처음이니 당연히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점이 발생하면 시스템 상 문제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문제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KBO가 할 일”이라며 “현장 의견을 들어 체크 및 수정해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장 사람들과 상의해 맞춰가면 좋은 ABS를 만들 수 있다. (KBO는) 항상 대응하는 방식이 이렇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염 감독은 “피치클락을 내년부터 도입 한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위반이 많고 어떤 것이 합리적인지 조사도 하지 않는다”며 “기술위원회와 규칙위원회 위원장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나와서 물어야 한다. 이런 과정없이 한다면 누가 도입을 찬성할까”라고 반문했다.

끝으로 염경엽 감독은 “KBO가 변해야 한다. 현장, 구단, 팬들에게 신뢰받는 KBO 사무국이 되기를 누구보다 바란다”며 “KBO와 싸우자는 게 아니다. 우리는 공동체다. 적이 아닌,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리그가 잘 되야 함께 먹고 살 수 있다. KBO가 우리 현장의 의견도 들어주길 바란다”고 열변을 마쳤다. 감독은 물론이고 프런트 및 단장, KBO 기술위원장까지 역임했던 염 감독이기에 결코 가볍게 흘려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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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의 바람대로 KBO는 변화할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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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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