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의 방북 일정 1박2일→당일치기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19일 오전 2시를 넘겨서야 도착했다. 평양=스푸트니크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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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저녁 평양에 도착할 것이라는 당초 발표와 달리 19일 오전 2시를 넘겨서야 도착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상습적으로 지각해 온 그의 과거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늦고, 늦고, 또 늦고... 4시간15분도 기다리게 해
푸틴 대통령의 지각으로 2000년 이후 24년 만의 방북 일정은 1박2일에서 당일치기로 쪼그라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새벽 이슬을 맞으며 푸틴 대통령을 맞아야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지각은 전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장에 자주 늦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통계 기업이 관련 일지까지 정리할 정도다.
그가 가장 오래 기다리게 했던 정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국제적 긴장이 높아졌던 2014년 10월 두 정상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찬 및 정상회담을 계획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4시간15분이나 늦었다. 한국 정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시간 45분,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지각이 정상 간 만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처음 만난 2013년 1시간 가까이 지각한 데 이어, 두 번째(2015년), 세 번째(2019년) 만남에서도 어김없이 지각했다. 2015년 지각 당시에는 크렘린궁이 "차가 막혔고, 이를 바티칸에 사전 설명했다"고 이례적으로 지각 사유를 밝혔다. 2003년 영국 국빈 방문 당시에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10여 분 기다리게 했다.
2006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 메르켈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가장 오래 기다리게 만든 국가 정상이다. 2014년 정상회담에서 4시간15분을 기다렸다. 드레스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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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기다린 적도 없지는 않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푸틴 대통령은 35분 지각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분 더 늦게 도착했다. 언론 및 분석가들은 이를 '복수극'으로 불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을 여러 번 기다리게 만든 인물이다.
푸틴 대통령의 상습적 지각을 두고 "상대와의 만남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식" 등 온갖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권력 다툼 등 의도적인 게 아닐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 전 부인 류드밀라 푸티나는 "푸틴 대통령은 항상 늦었다"며 "30분 정도 기다릴 때는 괜찮지만 1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면 눈물을 터뜨리고 싶고 30분이 더 지나면 모든 감정이 소진된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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