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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담담한 만남] 박지영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체육인 인권보호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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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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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윤리센터가 체육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기관이 되길 바랍니다. 여성 체육인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리해 보이는 눈빛과 자신감 있는 말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거기에다 깔끔하고 세련된 외모까지 겸비했다. 박지영(53)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지난 1월 취임한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 아티스틱 스위밍 1세대 선수 출신이자 체육행정가다. 그는 대한수영연맹 부회장,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 서울시체육회 부회장, 국제수영연맹 아티스틱 스위밍 국제심판, 아시아수영연맹 기술위원 등을 두루 거치며 국내외 스포츠계에서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취임 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박 이사장은 대다수 지식인과는 사뭇 달랐다. 뭐랄까. 친근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카리스마, 얼굴에서 풍기는 소녀같은 이미지…이런 것들이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17일 서울 마포구 스포츠윤리센터 본부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체육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박 이사장에게 스포츠윤리센터의 사업 성과와 성폭력·폭력 피해사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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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이 포스터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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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질문으로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하게 된 배경을 묻자,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 인권 침해와 스포츠 비리로부터 체육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망사건을 계기로 2020년 8월에 만들어졌다”면서 “미국의 스포츠 인권기구인 ‘세이프 스포츠(Safe Sports)’ 센터를 벤치마킹해서 설립됐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최 선수의 안타까운 일은 그간 스포츠계에 뿌리내려 있던 스포츠 폭력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감독과 팀 닥터로부터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벼랑 끝으로 몰린 그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최 선수의 사건 이후 일명 ‘최숙현법’에 근거해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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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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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이사장은 “이 때문에 여성 체육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선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운동해야 하고, 보호 받아야 된다. 작다고 생각하는 사건도 신중하게 처리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윤리센터는 성폭력· 폭력 예방 뿐만 아니라 체육계 인권이나 비리 부분도 상담·신고, 조사하고 있다”면서 “지도자나 임원, 선수들 간의 문제부터 장애인 체육, 프로, 시도체육회 등 이런 곳들도 다 포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2020년 9월부터 2024년 5월말 기준으로 총 1842건의 체육계 비리와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했다. 현재 접수 사건 중 1574건을 처리했다. 그는 “특히 비리 부분의 조사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조직 사유화, 권한 남용, 승부 조작, 회계 비리 등이 대표적”이라며 “스포츠윤리센터 내에는 전직 경찰관 분들도 계시지만, 조사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사건 조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박 이사장은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서 조사권을 부여 받았기 때문에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조사 때에는 2명이 한 조를 이뤄서 가고 있다”며 “피해자 지원도 하고 있다. 변호사 비용을 전부 다 지원하진 못하지만 일정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들은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선수나 지도자가 신고하기 어려워서 중간에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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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윤리센터 현장을 방문한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가운데)과 박지영 이사장이 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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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오른쪽)이 스포츠윤리센터를 방문해 센터의 주요 활동·성과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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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 사건도 조사 통해 징계 요구”

최근 체육지도자의 성폭력·폭력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집단의 폐쇄성이나 불이익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박 이사장은 “A클럽에서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가해자인 지도자가 사망했다. 법률로는 ‘공소권 없음’으로 일반적으로는 사건이 종결된다. 하지만 피해자가 센터에 신고하게 되면, 공소권이 없는 사건도 조사를 통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윤리센터에서는 모든 체육인들의 징계 정보도 관리하고 있다”며 “징계 기록물은 10년 정도 보관하게 된다. 징계 이력이 있는 사람은 학교나 학원 측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스포츠윤리센터에서는 프로 구단도 징계 사실을 조사할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얼마 전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좋은 제안을 하셨다. 초등학생때부터 다양한 예방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다행히 저희가 초등, 중등, 고등 이렇게 따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KBO와 연계해서 예방 교육을 하려고 한다. 현재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성폭력·폭력 문제만 사회적 이슈가 되었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동료나 지도자가 성폭력·폭력 사건을 방관하는 것도 인권침해나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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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윤리센터를 방문한 문화체육관광부 장미란 차관(왼쪽)과 박지영 이사장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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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 절실

박 이사장은 요즘 체육계 현장을 누비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가족의 든든한 후원”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는 “남편이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어떤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수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자리에 연연해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박 이사장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은 다시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내가 예전에 유명 선수였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만, 사회에 나오면 새롭게 시작해야 된다. 그런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 이들이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재취업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체육 현장에서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감사하고 소중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계획을 묻자, 박 이사장은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성폭력·폭력 예방교육(법정의무교육) 등 모든 체육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 찾아가는 현장교육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체육인 DB 확보와 미이수자 대상 안내문자 발송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통해 신속하게 피해자를 파악하고, 상담·신고체계의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본연의 업무인 조사도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민지 기자 minji@sportsworldi.com

주요 경력

- 대한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위원 (2017년~2019년)

- 세계수영연맹 아티스틱 스위밍 국제심판 (2017년~)

- 대한수영연맹 부회장 (2018~2021)

-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 (2017년~)

- 서울특별시 체육진흥협의회 위원 (2022년~)

- 서울특별시체육회 부회장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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