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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전도연이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제가 선택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믿음을 심어줬으면 해요.”
연극 ‘벚꽃동산’에서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송도영(원작의 류바) 역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 전도연은 “평은 찾아보지 않지만 반응이 좋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도취되진 않는다. “내가 어떻고 뭘 하고있고 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나름대로 괜찮은 작품들을 찍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타스캔들’ 시청률이 잘 나왔는데 작년에 잘 된 드라마로 꼽혀 우쭐했고 ‘길복순’도 잘됐어요. ‘이런 날도 나에게 오는구나’ 했죠. ‘벚꽃동산’도 지나고 나서도 좋은 공연이었다고 회자되지 않을까 해요. 좋은 선택을 했고 사랑받는 작품을 했다는 생각이 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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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게 27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단다.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이 27년 만이라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는 전도연은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그때는 어떻게 무대에 섰고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 전이에요. 처음 상견례할 때 '신인 같은 자세로, 무대에서는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신인 같은 자세로 하겠다'라고 했어요. 제가 실수를 했다고 해서 NG가 있고 다시 가는 게 아니잖아요. '이 무대를 완벽히 소화하겠다, 전도연이 전도연임을 증명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실수를 해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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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에게 ‘벚꽃동산’은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창구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K 콘텐츠가 많이 알려졌지만 장르적으로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안에서 제가 뭘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사실 연극은 막연하게 멀게 느껴지긴 했어요. 영화나 방송처럼 대본이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난 이런 공연을 하고 싶어'라고 어떤 누군가에게 제의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연극을 도전할 무언가로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에너지를 받는 무대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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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 중인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한국을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영국 내셔널 시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과 협업한 사이먼 스톤(Simon Stone) 연출이 한국 배우들과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한국화된 ‘벚꽃동산’은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 분)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송도영이 마주한 서울은 자신의 기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떠들썩한 사회 분위기, 자유롭고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무엇보다 그녀의 가족이 오래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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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벚꽃동산'에 대해 "구세대와 신세대의 충돌, 새로운 시대로 박차고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모두가 바라는 새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궁금했어요. 저마다 다른 것이잖아요. 새로운 시대라는 게 각자가 원하는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전 변화를 무서워하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안주하는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도 작은 변화 하나가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저는 아이 엄마이기도 해서 새로운 시대는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세상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살기 바라요.“
데뷔 34주년을 맞은 배우이자 2009년생인 중학생 딸을 둔 엄마인 전도연은 딸 이야기가 나오자 흐뭇해했다.
"생활인으로서, 엄마로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와 되게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아이가 충분히 내 직업을 이해하고 응원하고 있어요. 일하는 시간 외에는 생활에 충실히 살고 있죠.
제가 좀 철이 없는데 (연극 속 딸처럼) 딸도 철이 일찍 들었어요. 친구같이 지내고 있어요. 딸이 프리뷰 공연을 보러 왔었는데 송도영처럼 술을 마시거나 술에 취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엄마의 모습도 있다'라면서 즐겁게 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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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어느덧 50대 배우가 됐지만 드라마, 영화, 연극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자랑한다. 연극 '벚꽃동산' 후에는 드라마 '자백의 대가' 촬영, 영화 '리볼버' 개봉도 앞뒀다.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역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전도연의 생각은 어떨까.
“‘일타스캔들’을 하면서 왜 저 나이에 로맨틱 코미디를 하지?‘라는 말을 듣고 충격적이긴 했어요. 이때까지는 그런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계속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저 자신이 나이가 지금 얼마인지 인지하고 살진 않아요. ’아, 나는 이제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할 나이이구나‘라고 무리해서 규정하고 싶진 않아요.
감독님이 나이와 상관없이 나라는 배우를 필요로 한다면 제가 규정지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 암울하잖아요. 쓸데없는 생각 같아요. 흐름대로 맡겨두면 되는 부분이 아닌가 해요.”
사진= LG아트센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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